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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관 May 15. 2024

달리기를 말할 때 하루키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

하루키의 달리기 ‘회고록’의 마지막 구절


달리기를 좋아한다면 자연스럽게 손이 가게 되는 책이다. 달리기에 관하여 겸손하게 만들기도 하고, 엄청난 공감과 함께 읽는 것만으로도 달리는 느낌을 느끼고, 회고적 통찰을 관찰할 수 있는 책이다.


위 사진은 책 본문의 가장 마지막 페이지다. 근래 책에 소홀했는데, 이 책만큼은 읽기 수월했다. 원체 관심사에만 집중하기도 하고, 책의 달리기에 관한 깊이가 적어도 나보다는 더 깊기도 하며, 얕은 걸 참지 않는 나에게 흥미라는 독서 드라이브를 주기에 충분하였다.


“개개의 기록도, 순위도, 겉모습도, 다른 사람이 어떻게 평가하는가도, 모두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 와 같은 러너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하나의 결승점을 내 다리로 확실하게 완주해 가는 것이다. 혼신의 힘을 다했다, 참을 수 있는 한 참았다고 나 나름대로 납득하는 것에 있다. 거기에 있는 실패나 기쁨에서, 구체적인 - 어떠한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되도록 구체적으로 교훈을 배워 나가는 것에 있다. 그리고 시 간과 세월을 들여, 그와 같은 레이스를 하나씩 하나씩 쌓아가서 최종적으로 자신 나름으로 충분히 납득하는 그 어딘가의 장소에 도달하는 것이다. 혹은 가령 조금이라도 그것들과 비슷한 장 소에 근접하는 것이다(그렇다, 아마도 이쪽이 좀 더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


개개의 기록도, 순위도, 겉모습도, 다른 사람이 어떻게 평가하는가도, 모두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다니. 너무나 공감 가는 말이 아닌가.


이 글을 읽는 장소는 강릉 앞바다 해변가였고, 파아란 바다와 하늘이 배경이 되어주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근래 내 머릿속의 많은 중요했던 것들이(정확히는 중요하다고 착각했던 것들이) 중요하지 않게 되었고, 진실로 중요한 것들만이 머릿속에 남게 되었다. 바닷가에 누워 책을 읽는다는 행위도 자연스레 명상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달리기도 명상적 행위임이 분명하다. 나만이 느끼는 그런 행위의 감정이었는 줄 알았지만, 책을 읽어보면 하루키 또한 그러함을 느낀디. 그리고 많은 달리는 이들이 책에 대해 공감한다는 것 또한 그들도 달리는 행위에서 오는 명상감을 느낀다는 것을 반증하는가 싶다.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달리기라는 단순한 행위가 한 사람의 묘비명에 내비치게 되는 이유에 대해 읽은 것이다. 묵묵하면서 치열하게 달리는 행위가 있으며, 이것이 자연스레 녹아들어 삶을 대하는 태도가 되는 듯 하다.


나에게 왜 달리기를 좋아할까,라고 물어보면, 중요한 것들만이 남게 되는 행위라서,라 답하겠다. 많은 달리는 사람들도 같은 이유일까, 홀로 궁금해한다. 달리기가 각자의 삶에 진실로 중요한 것만 남게 되는 행위 중 하나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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