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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윤슬 Jul 11. 2023

나 홀로 무인도에 표류되다 1

나의 라이프 스타일 찾기

디지털노마드로써 시간과 공간에 자유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고 있는 당신. 크루즈 여객선을 타고 세계일주를 하다가 태풍을 만나 정신을 잃고 눈을 떠보니 이름 모를 섬에 표류되었다. 하루종일 주의를 살펴봤지만 나 이외의 어떤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할 것인가?


기쁘고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크루즈선에 첫 발을 내딛던 순간이 아직 생생하다. 인더네시아에서 약 1주일간 정박을 끝내고 유럽으로 항해하던 어느 날이었다. 상상이나 해봤을까? 21세기에, 우주로 수많은 위성을 쏘아 올리고 있는 현대 과학으로 만들어진 무게만 23만 톤에 높이가 아파트 17층에 달하는 크루즈가 고작 태풍에 침몰될 줄이야. 나는 안내방송을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중요한 짐들을 캐리어 하나와 백팩에 챙겨서 연회장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선실 유리들이 깨지더니 순식간에 차디찬 바닷물이 연회장을 덮쳤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연회장과 식당칸에 모여있었지만 천둥과, 바람, 파도소리 등 성난 자연의 소리에 묻혀 그 어떤 비명도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어디로 몸을 숨길새도 없이 바닷물이 나의 눈앞을 덮쳐왔고 순간 나는 내 캐리어가 플라스틱 소재라는 걸 기억하고 온 힘을 다해 캐리어를 끌어안았다. 나는 급류에 크루즈 밖으로 휩쓸려 나갔고, 내 시야에서 점점 크루즈가 멀어지는 걸 바라보며 이대로 죽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다 그만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지금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보니 나는 아직 살아있다. 온몸이 부서질 듯 아팠지만 특히 손목이 너무 아팠다. 그래서 살펴봤더니 캐리어 네임텍이 내 손목에 걸려 캐리어와 나를 이어주고 있었다. 크루즈 여행을 떠나기 1주일 전에 네트워킹 파티 행사장에서 받았던 네임텍이다. 덕분에 살았다. 살아 돌아간다면 그 커뮤니티 행사는 빠짐없이 신청하리다 다짐을 하고 일어나 주위를 살펴보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강렬한 태양빛이 유리보다 투명한 바다에 빤짝이며 쓸데없이 아름다운 윤슬과 구름 한 점 없이 선명하고 깨끗한 하늘이었다. '와 진짜 예쁘다... 풋' 이런와중에도 그것들을 보며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에 헛웃음이 나왔다. 바닷물을 너무 많이 먹어서일까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심하게 갈증이 났다. 우선 저 강렬한 햇빛을 피해 짐들을 챙겨 그늘로 가야겠다는 생각에 해안에서 그리 멀지 않은 섬 중앙 숲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적당히 평평하고 그늘진 곳을 찾아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짐들을 확인했다. 여러 벌의 옷가지들과 신발, 세면도구, 노트북, 필통과 노트, 텀블러, 생수 2병, 인센스 홀더, 인센스스틱, 그리고 라이터! 라이터가 있다!! 평소, 아니 매일 인센스 스틱을 피우고 명상을 하곤 했는데 나에게 명상을 알게 해 준 '오롯이'라는 어플에 수십 번 감사하다는 말을 마음속으로 삼키며 라이터를 켰다. 영롱하고 따듯한 주황색 일렁임을 보자 눈물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라이터 가스도 거의 새것처럼 가득 차있었다. 우선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물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을 할 새도 없이 500ml짜리 물 한 병을 그 자리에서 다 마셔 버렸다. 그리고 순간 머릿속을 지가는 단어 '핸드폰'. 가방과 캐리어를 아무리 뒤져 봤지만 핸드폰은 보이지 않았다. 좌절과 짜증 섞인 한숨을 내뱉으며 그대로 주져 앉아버렸다.

"툭"

왼쪽 바지 주머니에 뭔가 묵직한 것이 느껴졌다. 바지가 물에 젖어 주머니에 손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양손으로 더듬더듬 거리며 주머니 속 네모났고 딱딱한 무언가를 끄집어냈다. 휴대폰이다!!! 다행히 호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바다에 떠내려가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휴대폰을 켜니 우리 귀여운 조카가 나를 보며 빵긋 웃고 있다. 배터리 79%. 다행히 휴대폰을 작동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불행히도 어떤 신호도 잡히지 않았다. 전화, 메시지, 인터넷 모든 것이 먹통이다. 그리고 믿지도 않는 온갖 신에게 기도를 하며 카메라 플래시 버튼을 눌렀다.

'하느님, 부처님, 용왕님, 천지신명님 감사합니다'

플래시 기능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혹시나 밤에 멀리서 뱃소리나 불빛이 보일 때 나를 알려야 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해 휴대폰 전원을 우선 꺼두었다. 처음엔 휴대폰이 켜져 있으면 나의 GPS 좌표를 가족이나 누군가가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만일을 대비해서 휴대폰 배터리는 아끼기로 했다.

젖은 옷들을 말리기 위해 큰 옷들은 바위 위에 걸쳐두고 작은 옷들은 나뭇가지에 걸어 놓았다. 그리고 그제야 '나 말고 혹시 다른 사람들도 있을까'라는 생각을 떠올리며 섬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우선 해변을 따라 섬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정확하게 시간 체크를 한건 아니지만 내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오는데 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생각보다 아주아주 작은 섬이다. 그리고 섬을 한 바퀴 도는 동안 나 이외의 그 어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 혼자 이름 모를 작은 섬에 표류된 것이다.


나 홀로 무인도에 표류되다 1(나만의 라이프 스타일 찾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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