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라이프 스타일 찾기
디지털노마드로써 시간과 공간에 자유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고 있는 당신. 크루즈 여객선을 타고 세계일주를 하다가 태풍을 만나 정신을 잃고 눈을 떠보니 이름 모를 섬에 표류되었다. 하루종일 주의를 살펴봤지만 나 이외의 어떤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할 것인가?
발을 디딜 때마다 생살을 찌르는 듯 나를 괴롭히는 발 뒤꿈치와 피는 멎었지만 쓰라린 팔로 나뭇가지와 바나나를 집어 들고 꾸역꾸역 모닥불로 돌아왔다.
"아~ 일단 먹자"
신발과 양말을 벗고 주워온 나뭇가지와 아직 덜 익은 바나나를 모닥불에 던져 놓고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다. 우선 비를 막아줄 장소를 만들어야 한다. 섬을 거의 다 둘러봤지만 비를 피할 만한 동굴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우선 여기서 하루를 보내고 아까 봤던 바나나 나무 근처로 거처를 옮기기로 했다. 잎이 넓은 바나나 나무가 있고, 거기에 조금만 손을 보태면 비정도는 피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대로면 노트가 5일도 버티지 못할게 분명하기 때문에 나뭇가지를 미리 꺾어어 말려놓아야 한다. 당분간 먹을 건 바나나로 해결할 수 있고 제일 중요한 건 물이다. 불행히도 이 섬에는 코코넛 열매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내가 물을 만들어야 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닷물을 끓여서 증류하는 방법이다. 아쉬운 대로 텀블러가 있으니 텀블러에 물을 넣고 끓이면 된다. 물론 열전도율이 낮아서 물이 잘 끓지는 않겠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일단 물이 끓는다는 가정하에 증발하는 수증기를 가둬둘 무언가가 필요하다. 내가 가진 것 중에 뭐가 있을까 한참을 생각하다 노트북이 떠올랐다.
""나의 맥북 프로 16 M2.... 잘 가라""
노트북을 분해해서 밑판을 지붕모양처럼 휘게 만들었다. 오늘은 도저히 다시 바다로 가 물을 떠 올 엄두가 나지 않아 증류는 내일 해보기로 하고 나머지 부품들을 이용해서 땅을 팠다.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땅을 파고 거기에 차가운 걸 넣어두면 거기에 이슬이 맺힌다는 걸 어디 가서 본 거 같아 땅을 내 무릎보다 조금 더 깊이 파서 노트북 스크린 부분을 떼어내서 비스듬히 구멍 한쪽에다 박아 넣었다. 그리고 그 밑에 다시 나머지 노트북 밑판을 살짝 구부려 박아 넣고 아까 원샷을 한 생수병 웃통을 잘라내고 세워놓았다.
"아 하루가 너무 힘들다"
듣는 사람도 없는데 그렇게 혼잣말을 내뱉고 아까 구워놓은 바나나를 먹은 뒤 잠을 청했다.
눈을 뜨지 않아도 쓸데없이 밝은 햇살이 눈꺼풀 위로 느껴진다. 아까 전부터 일어나 있었지만 눈을 감은채 그대로 누워있다.
'집에 가고 싶다...'
명상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나무에 기대앉았다. 평소에는 어플을 통해 5분 명상을 하곤 했는데 지금은 휴대폰 배터리를 아껴야 하니 눈을 감고 새소리와 파도 소리에 집중을 하며 명상을 했다. 그래도 명상을 하고 나니 마음이 좀 진정이 된다.
'오늘은 무엇을 할까? 그래 어제 생각한 것부터 하나씩 해보자'
맨발로 다니려다 뒤꿈치 상처가 덧날 거 같아 어제 말려놓은 양말을 신고 텀블러를 들고 해변으로 나갔다. 어제는 보지 못했는데 해변 가까운 곳에도 물고기들이 곧잘 보인다. 쪼그려 앉아 멍하니 물고기들을 한참 바라보다 어떻게 하면 저 녀석들을 잡을 수 있을지 고민해 봤는데 작살사냥 말고는 딱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통발을 만들고 싶었지만 마땅한 재료가 없다.
'전에 티비에서 보니 나뭇잎이나 나무껍질 같은 걸로 통발을 만들곤 하던데...'
아직까지 바나나 여유가 있으니 천천히 생각해 봐야지. 바닷물을 텀블러에 가득 담고, 나뭇가지들을 잔뜩 꺾어 베이스캠프로 돌아갔다. 그리고 어젯밤에 파놓은 구멍을 살펴봤더니
'이게 웬걸!!!'
한 모금정도 마실 수 있는 물이 고여있었다. 증류가 실패하더라고 식수는 어떻게든 해결이 될듯하다. 새벽 잠결에 얼굴 위로 떨어지는 이슬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정 안되면 아침 이슬이라도 모아봐야지.
나는 과연 여기서 살아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 살아 돌아가야지! 배고프니 우선 바나나부터 따러 가자.
나의 무인도 표류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나 홀로 무인도에 표류되다 3(나만의 라이프 스타일 찾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