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왼편에 항상, G
한 사람의 인생에서 정말 본인과 같은 사람이 있다고 느끼는 순간이 몇 번이나 있을까? 성격이나 취향이 상당히 비슷하다고는 느껴도 '이렇게까지 똑같을 수 있나?'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 말이다. 한 번이라도 느낀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라고 바꿔 질문하는 것이 더 현실적일 지도 모른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 그룹을 떠올려도 친구가 나와 똑같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서로 매우 다르지만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그 거리를 서로 편하게 생각하며 자유롭게 생각을 나누는 사이이다. 그런데 나와 같은 생각과 마음을 가졌고, 그 거리가 틈도 없이 가깝건 꽤나 멀건 관계 없이 항상 마음이 편안하고 따뜻한 사람(G)이 있다.
처음에는 G가 쓴 글을 보고 내가 피드백을 주면, G는 여러 차례 본인도 고민하던 바로 그 지점에서 내가 피드백을 준다며 놀라워했다. 생각하는 것, 불확실하다고 느낀 것,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지점, 이렇게 했을 때 발생 가능하다 예상한 부분들이 맞아 떨어졌다. 그러다 G와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있는 것이 비슷했고, 인간관계에 있어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비슷했다. 기분이 태도가 되는 것을 스스로 경계하는 것이 비슷했다. 어떠한 현상이 일어났을 때 이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비슷했고, 무엇을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무엇을 비상식적으로 생각하는지가 비슷했다.
G가 슬쩍 올린 노래가 나를 향한 노래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서로 같이 좋아하는 노래도 많았다. 유머 코드가 비슷해서 무슨 이야기를 해도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왔다. 서로가 서로에게서 어떠한 점을 배우고 싶어하는지를 기탄없이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 서로의 외모 또한 서로가 정말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G의 눈은 별들이 빛나고 있는 까만 밤하늘처럼 맑고 반짝이며, 나는 그 눈을 정말 좋아한다. 서로가 서로의 장점을 짚어내고 칭찬해주는 데에도 끊임이 없었다. G와는 그 어떤 소재로 이야기를 해도 불편하지 않았고, 이야깃거리가 고갈되지 않았으며, 이야기 사이에 잠깐의 텀을 어색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서로 얼굴 보며 웃는 시간으로 삼을 수 있어 좋았다. 한 번 이야기를 시작하면 2-3시간이 눈 깜짝하는 사이에 지나갔다.
유일한 존재. G는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 온전히 드러내 보일 수 있었던 유일한 존재이다. 나의 발가벗겨진 밑바닥을 보여주어도 부끄럽지 않은 존재이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 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존재이다. 상대의 진심은 혹시 이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하지 않아도 되는 존재이다. G와 함께 하면서 나는 온전히 평안했고 즐거웠다.
하지만 G와의 관계는 지속되지 못했다. 이후로는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G와 나는 그 거리에서 서로에게 하지 않는 게 나은 많은 말들을 가슴에 묻은 채 묵묵히 견뎌 갔다. 그렇게 시간이 꽤 흐른 후, G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제서야 나는 그간 쌓아왔던 미련을 거두어 내기 시작했다. G는 청첩장을 건네주었고, 나는 결혼식에 참석했다. 신부 대기실의 G를 보며, 예전에 대화 나누다가 그랬던 것처럼 G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G도 내 눈을 바라보며 살짝이 고개를 끄덕였다.
G에게는 G의 삶이 있고, 나에게는 나의 삶이 있다. 둘의 삶이 한 때 겹쳤다가 다시 갈라지게 됨으로 인한 아쉬움과 그리움은 내 마음에 운무 같이 뿌려져 있다. 처음에는 매우 괴로웠다. 시간이 지나도 이따금씩 괴로울 때는 있다. 그렇지만 그 괴로움은 G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삶이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기를 바라는 나의 이기적인 욕망과 독선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상대의 마음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것도 알기에 상대의 마음과 삶, 시간과 공간, 관계를 존중하고 놓아야 한다는 마음을 지키려고 노력하며 살아오고 있다. 그렇게 사랑받기를 원하는 사랑이 아닌, 그저 다만 사랑할 뿐인 사랑으로 G라는 존재 그 자체가 행복하길 바라며 조용히 G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