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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리 Sep 09. 2024

지구의 순리를 받아들이면서도 맞이할 무수한 행복이 있다

행복이라는 순간 보다도 값진 것



언젠가 부터 계절의 변화에 둔감 해 진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어. 빨리 겨울이 되면 좋겠어. 라며 다음 계절을 기다리는 조급한 마음이 사라졌다. 35년 쯤 살다보니 이제야 사계절 이라는 패턴에 적응이 된 걸까.


 아무튼 대신에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다. 더 더워지기 전에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에 다녀와야 할 텐데.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집을 정돈 해야겠다. 살이 좀 빠지니 여름이라는 계절은 정말 옷입기 편한 계절이로구나! 하지만 음식이 상하기 쉽다는 단점이 있지. 이럴 때 빨리 겨울이 오길 바란다면 나는 멍청한 짓을 반복하는 걸 테야.


 새벽 한 시 반이 다 된 시간에, 드디어 노트북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나 개수대에 물 컵을 놓다가 냄새를 맡았다. 아차, 설거지 하고 음식물을 안 비웠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려다 다시 노트북을 열고 이런 글을 쓰는 것이다.


 여름은 음식이 잘 상하는 계절이다. 그냥 그런 계절이다. 더 이상 내 인생을, 기분을, 현재를, 그동안 해왔던 불평의 실수들로 잠식 시키지 말자. 음식물을 깨끗이 비우고 에어컨을 제습으로 돌리면 습하고 더운 시골 집에서도 쾌적한 밤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게다가 마트에는 수박이 있고, 문을 열면 여치 울음 소리를 들을 수 있고, 폭염에도 동네 골짜기에 가서 발을 담그면 차갑다 못해 얼얼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굳이 기다려 지지는 않지만 지구의 순리를 받아들이면서도 맞이할 무수한 행복들이 있다는 것.


 이런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을 것은 ‘행복’이라는 순간 보다도 값지다는 것이, 인간인 나에게는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2023.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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