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희들과 이 시간들이 소중해
앵두다.
마당에 앵두나무가 있다. 까끌 거리는 덩굴들이 얽혀있어 조금 귀찮은 생각이 들었지만 빨갛고 탐스러운 열매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마당 놀이 하자고 하면 제일 먼저 뛰쳐나오는 막내를 꼬셔서 덩굴들을 쳐내고 같이 앵두를 땄다. 딸내미도 합세한다.
"생각보다 많네.. 누구 나눠 줄까?"
봄에 나물을 무쳐 갖다 주셨던 이웃 아주머니의 반찬통이 아직 우리 집에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해 질 녘. 한가득 딴 앵두를 들고 동네를 달리는 아이들.
고사리 손들이라 그런가 작은 앵두를 나보다 더 잘 땄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수집 취미가 있으신 딸내미가 먹고 남은 앵두 씨를 주방놀이 후라이팬에 고이 모아 놓았다. 당황스럽다. 심지어 침대 머리맡에 두었다. 최대한 당황한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이게 뭐냐고 물었더니,
"엄마 이거 쏘둥해"
나는 너희들이 소중해. 자연과 나눈 기억이 소중해.
이 시간이 소중해. 마당에서 앵두를 따 나누어 먹었던, 하루의 24분의 1도 안 되었던 그 저녁이 소중해.
- 2023.6.10일의 일기, 소중한 별 것 아닌 것들을 기억하기 위해 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