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한 아름다움들에 대해
“여보 이 꽃 좀 봐. 너무 신기해.”
평소 이런 일로 호들갑을 떠는 건 내 담당인데 어인 일인지 남편이 코 끝까지 꽃을 갖다 대 보고 있다. 얇은 잎들이 동그랗게 말려 겹겹을 이룬 꽃이다. 좀 더 걸어가니 이어진 담벼락에 색이 다른 똑같은 꽃들이 있다.
“할머니, 이 꽃 이름이 뭐에요?“
“달리아 라고 해요. 겨울이 되면 뿌리 채 뽑아서 얼지 않게 집 안에 뒀다가 봄에 다시 심어요. 꽃 뿌리가 꼭 고구마 같이 생겼어요.“
아니 매번 꽃에 기둥을 세우고 끈을 묶어주고 관리하는 것도 힘들 텐데 겨울이면 캤다가 다시 봄에 그 자리에 심는다니. ‘아유 정말 부지런하시다. 정성이시네요.’ 혼잣말같은 말이 새 나왔다.
할머니는 머리도 하얗고 허리도 굽어졌지만 내 말을 다 알아 들으셨고 말씀도 조곤조곤 잘 하셨다. 꽃을 이리 정성스리 키우신다니 무언가 다 달라보인다. 무엇보다 정말 얼굴이 맑으셨다. 나이가 들면 할 일도 없고 체력도 없고 이것 저것 할래도 쉽지가 않아 무료할텐데 할머니는 한 해 한 해 꽃을 피우는 재미로 사시나 보다. 무엇보다 정성스레 꽃밭을 가꾸는 사람은 왜인지 삶을 정성스럽게 사는 것처럼 보인다
인간이란 무용하게 태어나 무용한 아름다움을 가꾸고 무용한 것들을 사랑하다 죽는 것이다.
그렇게 정성스럽게 내 인생을 가꾸는 것이다. 나는 심지 않은 것들을 바라고, 겨울에 지는 꽃을 보며 슬퍼 하는 어리석은 젊은 날들을 지나고 있다. 이제 조금씩 내가 나의 삶은 가꾼다는 것이 무엇인지, 정성스럽게 대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2023.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