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의식을 되찾아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색채를 씌우고 향기를 섞는다. 사람들을 겁주기나 했었던 석상은 꿈을 꾸는 나무로 돌변하고, 하늘을 머금은 수반은 사람의 눈처럼 시선을 갖는다.
그러나 태양이 이 세상 건너편으로 넘어가는 순간 그는 대상물들에게 주었던 빛을 회수해 간다. 그들의 생명을 이루었던 색채와 향기와 하늘도 반환된다. 빛을 잃은 수반은 두 눈에 하늘 대신 눈물을 담는다. 분수의 물줄기는 호응받지 못하는 광대처럼 웃음거리가 되고, 기사의 나팔은 열정의 구현을 상징하는 질주에서 의식 없는 습관으로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