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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sanasu Feb 22. 2024

나 만큼의 가치가 아니라면

투르게네프 <소박>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나를 낮춘다. 그러면 나는 내가 진정으로 낮다고 생각해서 나를 낮추는 것인가. 그런 때도 있다. 내가 한참 낮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관계. 그 관계에서 나는 의도적인 낮춤 없이도 내가 낮다는 사실이 스며들어 편안할 정도로 낮은 곳에 머문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때도 있다. 나를 낮추는 것이 내가 더 높아 보일 거라는 생각으로도 나를 낮출 수 있다. 낮다는 마음은 없이 낮추는 행동만을 의식하는 전략적인 자세이다. 타협이 때로는 상대방을 이해하는 행위가 아니라 나를 타협할 줄 아는 인간으로 보이게끔 만들기 위한 액션이 되기도 한다.




감정적인 가치에 관하여 내가 더 몰입한다는 것 또한 관계의 우위를 선점하게 한다. 내가 더 그 가치에 충실하기 때문에 나는 그 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결정을 선포할 수 있다. 나와 같은 가치가 조금도 없는 사람과, 나와 같은 가치를 갖고는 있지만 나만큼은 아닌 사람은 결국 같은 사람이다. 그 가치에 대해서라면 나만큼은 있어야 한다. 이것 역시 착각보다는 오만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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