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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sanasu Mar 09. 2024

오직 당신이라는 태양이 떠 있을 때에만

마르셀 프루스트 <튈르리 공원>



갓 일어난 태양은 잠자고 있던 모든 생명들을 깨운다.

단순히 의식을 되찾아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색채를 씌우고 향기를 섞는다. 사람들을 겁주기나 했었던 석상은 꿈을 꾸는 나무로 돌변하고, 하늘을 머금은 수반은 사람의 눈처럼 시선을 갖는다.



그러나 태양이 이 세상 건너편으로 넘어가는 순간 그는 대상물들에게 주었던 빛을 회수해 간다. 그들의 생명을 이루었던 색채와 향기와 하늘도 반환된다. 빛을 잃은 수반은 두 눈에 하늘 대신 눈물을 담는다. 분수의 물줄기는 호응받지 못하는 광대처럼 웃음거리가 되고, 기사의 나팔은 열정의 구현을 상징하는 질주에서 의식 없는 습관으로 바뀐다.



나를 비추던 한 사람.


그는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할 타당성을 부여하고

내가 맞이하게 될 계절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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