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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sanasu Aug 19. 2024

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의 축적

2024.8.18. vs. 전남 @용인미르스타디움


남은 시즌을 소화할 용인미르시타디움은 주차공간이 협소하기에 경기 시작 네 시간 전에 도착했는데도 이미 만차였다. 주변을 돌다가 실외 주차장에 겨우 한자리를 찾아서 주차를 할 수 있었다. 누구를 원망할 것인가. 수원팬들의 열정이 이렇게 부지런한 것을.


선수들이 몸을 풀러 경기장에 나왔을 때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왕좌왕 걸음이 빨라지는 사람들과 자리에서 청백적 우산을 펼치는 어수선함 속에서도 마치 비를 맞지 않는 듯이 태연하게 연습에 몰두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대비되어서 신비로운 광경이었다.


경기 시작 5분 만에 수원의 선제골이 터졌다. 수비에서 빠져나오며 길게 넣어준 볼이 마일랏에게 닿았고 완벽해 보이지 않았던 드리블의 끝에서 가볍게 찬 볼이 골망을 흔들었다. 그의 K리그 데뷔골이었다.


미드필드 지역에서 김보경이 잘하는 날에 볼 수 있는 플레이들이 나왔지만 마무리까지 이어지지 않는 모습이 많이 연출됐다. 그동안 잘 참아왔던 백패스도 잦아서 위험한 순간들이 많았고 한 골 정도는 먹겠다 싶었다. 다행히 전반전은 그대로 마무리.


후반전 들어서 상대팀 전남의 공격은 더 매서웠다. 확실히 속도와 개인기 측면에서는 수원에 전혀 뒤지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전남의 압박에 수원 수비수가 볼을 제대로 킵하지 못했고 수적 우위에 있던 전남의 공격수들은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연승의 바램이 잦아드는 순간이었다.


이 분위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변성환 감독이 기용했던 젊은 두 선수가 분위기를 다시 가져왔다. 첫 골과 유사하게 수비에서 공격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배서준이 긴 거리를 돌파해 들어갔고 골키퍼와의 1:1 상황에서 침착하게 옆에 달리던 김지호에게 패스했다. 안양전에서도 골맛을 봤던 김지호는 연습하듯이 공을 터치했고 수원의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푸른 깃발들이 마구 흔들렸다.


연승이다. 그것도 현재 1,2위 팀을 연달아 격파하며 3위로 올라섰다. 한때 15점까지 벌어졌던 안양과의 승점차를 6점 차까지 줄여 버렸다. 이제 수원팬들은 최소 플레이오프 진출을 예상하고 있다. 물론 마음속에는 1위를 탈환하여 다이렉트 승격을 꿈꾸고 있다. 이 꿈은 허황된 욕심이 아니고 충분히 실현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이 되었다. 변성환 감독 체제 이후 11경기 무패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최소한 지지는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매 경기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흥미진진하다. 12월 K리그 1,2의 자리를 바꾸는 팀은 과연 어디가 될 것인가. K리그 1의 하위권 팀들은 작년 수원이 일 년 내내 견뎌야 했던 공포심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수원이 다이렉트로 승격한다면 마음 편하게 내년을 기약하겠지만 플레이오프를 통해 상대팀을 강등시키며 올라간다면 더 짜릿할 것 같다. 그 팀이 오랜 기간 수원을 깔보던 팀이라면 더더욱 자극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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