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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sanasu Oct 18. 2024

생각의 기능

이승우 <고요한 읽기>


호오의 감정은 일상을 지배한다.


감정의 대상이 사람이라면, 하긴 감정이라는 건 대부분 사람을 향해서 생기는 것이긴 하지만, 그 사람이 나를 지배하는 것이다. 인생의 특정 시간대를 한 사람이 점령해 버리는 것이다. 결과적인 차이가 있을 뿐, 좋거나 나쁠 뿐, 한 시점을 흘러가는 동안 나의 고요함은 침해된다.


한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으로 생각하는 동안 그 생각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돌변할 수 있다. 다른 것에 우선하여 그 사람을 생각하는 행위는 사랑하는 현상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싫어하거나 미운 사람을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었나. 그러나 그 사람이 진짜 인간 말종이 아니라면, 생각해서 사랑하게 된다면, 그것도 괜찮은 일 아닌가.



따라서 생각은 가치관을 흔들어 놓는다. 생각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순간을 맞이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나는 혹독한 상황을 자처한다. 호흡이 벅차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을 발굴한다. 예를 들면 운동 같은 것들. 타인에 관한 것이 아닌 오직 나 자신의 상태에만 집중하면서 이 고행을 무사히 끝내는 일만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을 바라본다.


아무 생각 없이 운동에만 집중하는 사람들이다.

너무 많은 생각들을 떨쳐내기 위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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