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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사나수

칼바람을 견디어 낸 보람치곤 미약했던 골

2025.2.22. vs. 안산 @안산와스타디움

by nasanasu


다시 시즌이 시작되었다. 필요한 휴식 시간과 치러야 할 게임 수를 고려하다 보니 축구는 겨울에도 한다. 전 시즌에 다소 아쉬움이 있던 팬들은 춥거나 말거나 빨리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하긴 전 시즌이 아쉽지 않았더라도 새 시즌이 기다려지는 건 마찬가지다. 우리 마음을 흥분시키는 건 성적만이 아니기 때문에.



경기 세 시간 전에 안산 와스타디움에 도착했다. 경기장 밖에는 이미 수원팬들이 줄 서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줄의 끝은 보이지 않을 만큼 길어졌다. 원정석도 지정석으로 운영하면 긴 시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될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경기장에 들어가서도 추위를 견디면서 킥오프만을 기다려야 했다. 그래도 간만의 축구장이니 춥더라도 맥주는 마셔주어야 한다.


콜리더의 육성과 팬들의 응원가를 들으니 그날의 날씨와 무관하게 봄을 느꼈다. 올해의 긴 시즌은 또 어떤 서사들이 만들어질지 기대와 긴장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선수들이 나와서 몸을 풀었다. 절반은 잘 모르는 선수들이었다. 일류첸코를 비롯한 외국인 선수들에게 팬들은 조금 더 큰 응원의 목소리를 냈다. 첫 라운드는 과연 승리를 거둬낼 수 있을까. 경기가 시작됐다.


전반전 수차례의 찬스에서 수원은 골을 기록하지 못했다. 골 결정력의 문제는 작년에도 있었던 터라 이러다 또 한 방 얻어맞고 패하는 거 아닌지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안산의 역습은 매서웠고 골대를 강타하는 위협적인 상황도 나왔다. 등번호에 7번이 포함된 수원의 세 선수가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는 장면을 추위 속에 노출된 두 눈으로 지켜봐야 했다. 아쉬움의 물기가 여러 번 맺혔다.


후반전은 수원의 공격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서 기대감이 상승했다. 역시나 골 결정력의 문제는 계속 보였지만 브루노실바의 돌파력은 경이로웠다. 개인적으로 수원에는 스피드를 가진 개인기 보유자가 부족하다고 생각해 왔기에, 그래서 전진우의 이적에 심히 마음이 좋지 않았지만 실바의 플레이를 보니 드디어 보석을 갖게 된 기분이었다.


결국 실바의 돌파에 이은 크로스 상황에서 안산 수비수의 반칙으로 PK를 얻어냈다. 아직 득점으로 귀결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응원석은 열광의 도가니로 달구어졌다. 확신을 가진 흥분들이 전파되었다. PK가 맞는지 VAR을 확인하는 시간 잠시 초조한 분위가 조성되었지만 PK가 최종 선언된 순간 우리는 더 나아가 승리를 확신했다. 울산에서 이적 온 김지현 선수가 골키퍼를 속이며 오른쪽 구석에 골을 찔러 넣었다. 25년 시즌의 첫 골이 터졌다.


이후에도 아쉬운 순간들을 양산한 채 경기는 끝났다. 어쨌든 개막전에서 승리하며 승점 3점을 챙겼다. 순조로운 시작이다. 안산의 감독은 과거 수원에서 맹활약했던 이관우 감독이었다. 경기장을 떠나기 전 그는 수원팬들 앞에서 허리 숙여 인사를 했다. 자신의 팀이 패배한 쓰라림은 있었겠지만 자신이 몸 담았던 수원의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하고 있었으리라 믿고 싶다. 전쟁 같은 스포츠가 끝난 뒤의 이런 인간적인 관계의 풍경이 너무 멋있다.


경기장을 떠나기 직전 바라본 하늘은 추위가 색감으로 치환된 듯 붉고 아름다운 경치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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