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감쪽같이 잃어버렸다
책 속에 길이 있어 걸어갔더니
폭풍우 몰아치고 우레가 번쩍
여기 시간이 있었네
시간은 인사도 없이 부채처럼 접히고
나그네가 비를 그은 곳은
바다에 잠긴 선실
문득 창으로 비치는 한 줄기 빛에
눈멀고 별안간 가슴 무너져
아, 누군가
책장 넘기지 못하고 있구나
내가 울고 있는 이 페이지에서
그도 슬픔 뚝뚝
떠나지 못하는구나
이대로 신을 따라가도 좋으련만
누군가 나를 읽고 있으니
그 눈물 맞으며
시간과 결별하면 어떠리
영원과 해후하면 어떠리
우주란 138억 년의 생명이 아니라
오직 서로를 읽는 사건
세월에 빠진 학생과 선생들 생각하노라니
선실은 다시 바다에 잠기네
그들도 여행이라는 책을 읽었을 거야
우주도서관에서
빛을 따라갔을지도 몰라
별과 별 사이
아인슈타인처럼 비행하고 있을 테지
제 부모와 친구 가슴에서
은하수 되었다고 했어
책장 덮이니 다시 깜깜한 하늘
반짝반짝 세월여행자들이
다음 페이지 비추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