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안 02. 마음을 들킬 수 있는 사람
< 새 유형 >
자몽 씨는 한 걸음 한 걸음 찍어내리 듯 옥상 계단을 오른다. 옥상 문을 벌컥 열어젖히고 난간으로 성큼 뛰어간다. 그리고 이렇게 외친다.
"정말 재수 없어! 뒤로 넘어져서 확 코나 깨져 버려라!"
자몽 씨는 아직 분이 덜 풀렸는지 씩씩 거린다. 이때 뒤에서 '풉' 하는 소리가 들린다. 뒤를 돌아보면 때마침 구석에서 쉬고 있던(심하다 싶은 경우엔 옥상 맨 꼭대기에서 책으로 얼굴을 덮고 낮잠 자던) 키위 씨가 웃고 있다.
< 쥐 유형 >
자몽 씨는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집 근처 놀이터 그네에 앉아 발끝으로 바닥을 콩콩 찍는다.
"나도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고"
"……내 얘기하는 거예요?"
자몽 씨가 화들짝 놀라 돌아보자, 키위 씨가 있다. 둘은 그네에 앉아 쭈쭈바를 먹으며 대화를 이어간다.
(이때 BGM이 흘러나오기 때문에, 둘의 입모양만 보일 뿐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를 하는지는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