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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Aug 27. 2024

스스로가 작게 느껴질 때

자신감과 자존감은 무엇에 의해서 올라가고 내려갈까?

지난 몇 달을 생각해 보면, 나 자신에 대해서 꽤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을 하더라도 평균이상은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고, 나름대로 이런저런 운동도 많이 하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그다지 어려운 편이 아니라는 생각에 삶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부터 갑자기 뭔가 변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 장점이 아니라 비교열위에 있는 것 같고, 체력은 떨어지는 것 같고, 삶에서 자랑할 만한 부분이 별로 없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왜 이렇게 바뀐 거지? 내가 알지 못하는 순간순간의 경험이 조금 쌓여서 어느 순간 나 자신에 대한 자아상이 긍정에서 부정 쪽으로 기울어졌다. 다행히도 이런 감정의 변화를 민감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스스로에 대해서 성찰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생각이 든다.


지난 몇 주 안에 어떤 일들이 나의 자아상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했을까? 그전에 내가 생각하는 나는 어떤 부분에서 남들보다 좀 더 나은 활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을까?라는 두 가지 질문은 이어지는 것 같다. 이런 질문들과 관련해서 생각해 보니 몇 가지 사건들이 떠오른다.


첫째, 통장의 잔고가 줄어들고 있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돈이 사용되었고, 앞으로 사용될 것이 예상되면서 무분별하게 사용한 돈에 대한 잘못이 눈에 띈다.

둘째, 내가 진행하는 과정의 대표님들과 떠났던 1박 2일 골프여행에서의 골프도 잘 못쳤고, 그 비용도 생각보다 높아서 부담스러웠다. 모든 대표님들은 우습게 쓰는 돈과 내가 아껴서 써야 하는 돈의 비교에서 부러움과 아쉬움을 느꼈고, 나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조금 줄어드는 이유가 되었던 것 같다.

셋째, 독서모임에서 지금까지 본 적이 없던 수준 높은 독서가 2명을 만났고, 꽤 충격을 받았다. 읽은 책의 종류와 문장을 이해하는 방식과 비교하는 사례들에서 느껴지는 독서력에서 나름 자신을 가지고 있던 독서에 대한 자부심이 떨어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이런 생각 때문인지, 내가 쓰는 글들이 내 맘에 안 들기 시작했다. 뭔가 더 통찰력 있는 내용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너무 평이하고, 문체도 재미있거나 특별한 것도 아니다.

넷째, 아침에 수영을 하는데 체력이 달린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쉬면서 겨우겨우 따라갔다.


이렇게 적고 보니, 나의 자부심은 돈, 골프, 수영, 독서에서 남들보다 좀 더 나은 경험과 열심히 살고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감정일 수 있겠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어떤 책을 보면, 비교는 행복에 가장 큰 적이고,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했다. 하지만, 비교는 우리가 움직임을 인식(멈춰 있는 것과의 비교)할 수 있게 해 주고, 나의 상황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해주는 생존에 필수적인 활동이다. 비교가 없다면 위험을 인식할 수도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예측력도 떨어질 것이다.


내가 지금 몇 가지 상황에 대해서 비교우위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에서 나보다 앞선 사람들과의 비교를 통해서 그다지 대단치 않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것이 나의 자아상(자존감, 자신감)의 변화의 원인인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적다 보니 다른 희망이 한 가지 떠오른다. 지금의 낮아지는 자아상은 나 자신에 대한 한 단계 도약에 대한 욕망이 숨어 있는 것 같다. 더 많은 책을 읽고 싶어졌고, 체력을 키우기 위한 운동이 절실히 필요함을 느낀다. 살도 빼야겠고, 돈을 더 벌 수 있는 방법과 덜 쓸 방법을 고민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원인을 알지 못하고 더 깊은 우울감에 빠지기보다는 이렇게나마 나의 감정에 대해서 살펴볼 수 있는 능력은 다른 사람에게 자랑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여름휴가철이 마무리되고, 앞으로 업무도, 운동도 더 열심히 하기에 좋은 계절을 맞이해서 내 눈앞에 보이는 좋은 목표들을 만난 것이 나의 우울함의 근원이므로 위기는 위험과 기회라는 말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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