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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Sep 23. 2024

베트남 푸꾸옥~~ (제2편)

이게 호캉스일까?

비행기를 타고 공항에 도착할 때, "3일 내내 비가 올거래. ㅜ.ㅜ 오늘이 3일 중에 비가 가장 적게 오는 날 이래..."라고 막내가 말했었다.  날씨를 체크해 보지 않았던 나는 막내의 말에 우리 여행이 날씨가 아주 좋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지금까지의 여행은 항상 날씨의 도움을 받아왔기 때문에 문제없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늦게 도착해서 잠이 들었다가 현지시간 7시에 휴대폰 알람으로 일어나게 되었다. 기대하는 인터컨티넨탈 조식은 빼먹을 수 없는 중요한 코스였다. 늦게 잠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딸과 어머니와 함께 가족들을 독려해서 조식뷔페로 내려갔다. 조금 이르게 갔으므로 기다리지 않고 식사자리를 배정받을 수 있었다. 에어컨이 없지만 뷰가 좋은 외부로 갈지 쾌적한 실내에서 식사에 집중할지를 잠시 고민하다 음식과 가까운 실내를 선택했다.


호텔 조식은 모든 게 다 있지만, 뭘 먹어야 할지는 잘 모르는 맛있는 뷔페였다. 내가 항상 선호하는 베이컨, 달걀프라이, 오믈렛을 중심으로 요구르트, 음료 등을 준비해서 가져왔다. 모든 식사 전에 자리를 잡을 때, 커피나 차를 따로 가져다줘서 아메리카노와 페퍼민트 차를 주문했더니, 자리를 비운 사이에 가져다 놓았다. 각자만의 취향에 따라서 첫날의 호텔 뷔페를 즐기고, 숙소로 올라갔다. 오늘은 아무 일정을 정하지 않았다. 멋진 호텔 수영장에서 신나게 놀다가 점심을 먹고, 푹 자고를 반복할 계획이었다.


호텔의 홈페이지를 통해서 봤던, SPA에 대한 정보가 있어서, 혹시나 따뜻한 목욕이 가능한 곳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찾아보려는데, 어머니, 둘째, 막내도 같이 가겠다고 해서 동행하게 되었다. 호텔 밖으로 나오자마 자 비가 내리고 있었고, 주변을 둘러보니 호텔에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우산들이 제공되고 있었다. 사소한 서비스인데도 꽤 좋은 인상으로 다가왔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가면서 SPA를 찾아서 갔더니, 인공으로 조성한 것인지 자연적으로 있던 것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친화적인 호수의 주변에 방갈로 같은 방들이 늘어서 있고,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였다. 아마도 각 방갈로 같은 방이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인 것으로 보였다.


내가 가니, 직원들이 몇 명이 앉아서 얘기를 하다가 SPA 가격표를 보여주면서 설명을 해주려고 한다. 호텔의 SPA가 한국의 목욕탕과 같은 개념이 아니고, 고급 마사지를 하는 곳인 것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가격은 한국보다 더 비싼 듯 했다. 난 일찌감치 포기하고, 주변의 풍경이 너무 멋져서 둘러봐도 되냐고 했더니, 흔쾌히 허락을 해준다. 둘째가 따라오면서 우리가 하는 짓이 고급 SPA에 어울리지 않는 진상짓이라고 핀잔을 준다. 그러면서도 멋진 풍경을 둘러보고 사진을 찍는 데는 동참한다. 뭔가 말과 행동이 안 맞는 경우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이 너무 멋있어서 '별유천지 비인간'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아침의 촉촉한 비가 나무들을 더 싱싱한 초록으로 만드는 날씨에 나무들로 둘러싸인 연못 주변과 원두막 같은 풍경에 사람들도 없는 길이 산책하면서 사진 찍기는 너무 좋은 곳이었다.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SPA의 연못에서 큰 소리로 떠들다가 자중하고, 밖으로 나오면서 보니 무료 요가 클래스를 진행하는 곳으로 짐작되는 방이 있었다. 여기 요가 클래스는 꼭 한 번 경험을 해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나오는데, 구석에 다른 곳으로 이어지는 멋진 거리가 있는 것 같아서 찾아 들어갔더니, 나무들로 둘러싸인 미야자끼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인 "이웃집의 토토로"에 나올 듯한 풍경의 나무 길이 연결되어 있다. 사진 찍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이라고 생각하면서 막내 사진을 찍고, 어머니와 막내 사진을 찍는데, 내가 찍고 있는 사진 구도가 마음에 든다면서 둘째도 찍어달라고 가서 섰다. 


비가 와서 우산을 들고 있었고, 어머니는 내 옆에 있었고 내 손에는 휴대폰이 두 개가 들려있었고 사진 구도를 잡기 위해서 카메라를 들다가 S24 울트라의 크고 무거운 핸드폰이 손에서 떨어졌다. 그 휴대폰이 공교롭게도 어머니의 발등을 찧고 바닥에 떨어졌다. 우선은 액정이 안 깨졌는지 살피고, 어머니 발은 안 아픈지 물어봤는데, 별일 없는 해프닝이겠거니 생각했던 것이 신발을 벗은 어머니의 발등이 몇 센티 정도 퉁퉁 부어올랐다. "나 병원에 가야겠다."는 말과 함께 여행 둘째 날 어머니 발에 어마어마한 상처가 생겨버렸다.


앞으로 걸어야 할 일도 많고, 수영도 해야 하는데, 어머니 발이 저렇게 부어서는 제대로 된 여행이 힘들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게 하필 왜 그렇게 떨어졌는지 안타깝기도 하고 괜히 사진 찍었다는 후회도 되었다. 더 이상 걸어서 될 일은 아니겠다는 판단으로 모두 조심해서 숙소로 돌아왔고, 다행히 조심성 많은 막내가 챙겨 온 상비약으로 찬물 찜질과 멘소래담 로션을 바르고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서 다리를 높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응급조치를 진행했다. 나로 인해서 벌어진 일이지만, 여동생들이 어머니를 잘 캐어하는 것을 보면서 얘들을 데리고 오늘의 일정에 맞는 호텔수영장으로 데려가는 일을 내가 맡기로 했다.


호텔에는 3개의 건물이 있고, 우리가 있는 건물은 가장 높은 중앙의 건물이고, 수영장은 3개의 건물로 둘러싸인 가운데 부분에 위치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두 번을 갈아타야지 수영장으로 갈 수 있고, 내가 수영복으로 먼저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뛰어내려 갔다. 비가 내려서 수영장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선베드는 넘치게 있었다. 좋은 위치의 선베드를 하나 잡고, 수영장에 들어갔는데, 빗속의 수영이 또 나름대로 너무 좋았다. 앞을 보면 우리 숙소가 보이고, 뒤를 보면 바다가 펼쳐져 있다. 얘들도 하나 둘 수영장으로 오고, 준비해 간 롱핀, 숏핀, 수경, 튜브를 타고 둥둥 떠다니면서 물놀이를 하니 시간이 금방 지나가 버린다. 몇 시간 동안 놀았는지 모르겠지만, 롱핀으로 빠른 수영도 보여주고, 다이빙도 한 번씩 하다 보니 오전은 이미 훅 지나버렸고, 물놀이를 마친 아이들이 배가 고팠다고 말한다.


호텔은 너무 비쌀 테니, 좀 거리가 있는 밖으로 나가서 음식을 먹자고 생각하고 여기저기 검색을 하다가. "Rice Market"이라고 하는 뭔가 맛있는 볶음밥을 할 것 같은 식당의 이름을 검색하고, 그곳으로 가기로 결정하고 호텔의 차량 탑승장소로 갔다. 거기서 대기하고 있던 호텔직원에게 식당 이름을 말하니, 호텔에서 운영하는 무료 차량, "버기 Service"라는 것이 있어서 잠시 대기하고 있으면 버기서비스로 식당에 데려다주고, 데리고 호텔로 올 수 있다고 한다. '오.... 정말 좋은 서비스네...'라는 생각으로 기다리는데, 막냇동생이 통찰력 있는 한마디를 해준다. "이 식당이 리젠트 호텔에 있는 거면 정말 비싼 곳인데... 식당이 너무 비싼 곳이 아닐까?" 이 말을 듣고 예상을 했어야 하는데, '에이.... 베트남이 비싸봤자 얼마나 비쌀까?'라는 안이한 생각에 그냥 그 식당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7명이 탈 수 있는 긴 놀이공원 차량 같은 전기차가 와서 가족 전체가 타도 문제가 없었다. 타고 몇 분 이동 후에 내려서 건물을 통과해서 다른 버기를 타야 한다고 해서 갈아타고 간 곳은 풀빌라촌이었다. 모든 숙소가 프라이빗하게 관리되는 듯한 곳의 한 식당에서 내렸는데, 식당 매니저가 우리를 맞이하러 헐레벌떡 뛰어나온다.


식당은 손님이 거의 없이 한적한 편이었다. 좀 고급스럽다는 생각을 하면서 식당의 정중앙에 앉아서 메뉴판을 공유했다. 가격이 높았다. 내가 생각했던 가격의 2배 이상이 높았다. 이 정도 가격이면 한국에서 맛있는 음식 먹는 것과 거의 비슷할 정도라는 생각에 얼굴이 굳고, 다시 나가자고 얘기했다. 그런데,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너무 복잡했다. 우리 호텔의 가이드를 통해서 버기서비스를 이용했고, 리젠트 호텔의 버기서비스를 이용했고, 다시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서 버기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냥 비싸도 먹자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었다. 비싼 것 하나에 좀 덜 비싼 거 3~4개를 시켜서 먹기로 하고 주문을 했다. 왠지 잘못 왔다는 생각으로 즐거운 식사가 되지는 못했다. 가족들도 배불리 먹지도 못했고, 끝부분에 물을 시켰는데, 물만으로도 서비스가 아니었다. 나중에 물값이 2병이 아니라 3병으로 계산된 걸 지적했더니, 한참을 자기들끼리 얘기를 하다가 3병에서 2병으로 수정해서 계산서를 가져다준다. 아마도 처음 우리에게 제공했던 물이 2병으로 제공되었던 것 같은데, 또 의도치 않은 진상짓을 한 것 같았다. 가족들이 나의 행동을 좀 부끄러워했지만, 뭐..... 어쩔 수 없이 나의 감정과 생각에 충실했다. 나는 항상 마음이 가난하다.


리젠트의 '라이스 마켓'에서 나와서 제공되는 버기서비스를 이용해서 이전과 달리 갈아타는 것 없이 한 번에 우리 호텔로 되돌아왔다. 점심 식사를 한 후 호텔에 돌아와서 다들 어제 늦게 도착하면서 쌓였던 피로로 잠시 낮잠시간을 가졌다. 넓은 공간이라서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서 휴대폰을 보거나 잠을 자거나 자유시간을 가졌다. 나도 책을 좀 읽다가 로비에 가서 얘기를 나누다가 4시 30분에 나이트 마켓으로 가는 무료 버스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가족들에게 알려주고, 4시 30분에 버스로 나이트 마켓으로 가기로 약속을 잡았다.


우리나라 15인승 정도의 버스에 모여타고 시내의 나이트 마켓으로 가는데, 우리 가족들이 시간에 맞지가 않다. 29분에 기사에게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얘기하고, 빨리 오라고 재촉을 해서 겨우 32분에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하게 되었다. 꽤 긴 시간 아마도 25~30분 정도 차를 타고 나갔던 것 같다. 버스에서 내리고 나이트 마켓의 위치를 몰라서 반대방향으로 살짝 움직이다가 지도로 보면서 방향을 다시 잡고 뒤돌아서 내려갔다. 5시가 조금 넘었는데, 불을 환하게 켜고 있는 곳이 보였다. 저기가 나이트 마켓이라면서 우리가 거의 입구에 도착했을 때, 갑작스럽게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꽤 굵은 빗방울로 맞으면서 걷기는 부담스러운 비였다. 가게 앞의 처마 차양을 우산 삼아서 조금씩 이동하다가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지금까지 봐왔던 동남아 날씨는 비가 하염없이 계속 내리지는 않았다. 역시, 다행히 이번 비도 몇 분이 지나기 전에 그쳤다.


나이트 마켓이라는 곳을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크게 특별날 것 없는 조그마한 시장이다. 일직선으로 쭉 연결해서 끝까지 걸어가 봐도 음식점과 땅콩판매, 마사지 가게와 몇 가지 길거리 음식이 전부인 듯했다. 난 반미를 찾다가 반쎄오를 사서 먹게 되었고, 생각보다 그다지 맛있지가 않았다. 가족들도 배가 고픈지 이것저것 길거리 음식들을 사 먹고 있다. 아이들은 이미 나이트 마켓에 흥미를 잃은 것 같고, 다리도 아프고 더워서 찝찝하다. 돌아가는 버스는 7시인데, 6시도 되기 전에 봐야 할 마켓은 끝이 났고, 뭐 하지 두리번거리다가 둘째와 엄마는 마사지를 받겠다고 어느 가게로 들어간다. 얘들을 어디 시원한 에어컨이 되는 카페에 데려다 놓고 어른들은 마사지를 받자고 하는데, 아무래도 어른이 한 명은 같이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내가 남겠다고 했다.


 어른 3명은 마사지를 받기 위해 대기 중이고, 길거리 음식을 사다가 카페가 어딨 느냐고 물었더니, 바로 옆의 의자만 놓여 있는 현지 카페를 알려주었다. 그러고, 보니 이전에 현지식 카페에 앉아서 길거리 구경했던 게 생각이 나서, 큰 조카에게 카페에서 쉬는 것을 제안했더니 앉아보고 좋다고 했다. 다른 얘들도 길거리 음식을 먹고 난 이후 카페에 앉히고 먹고 싶은 것을 주문받아서 내가 사서 배달을 해주는 방식으로 거점을 마련했다. 모두에게 평화가 왔다. 비록 에어컨은 없지만, 천장에 달려있는 선풍기를 통해서 시원하고 길거리에 앉아 있지만, 나름 경계선을 꽃으로 장식을 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는 풍경도 나쁜지 않고, 우리 앞에는 현지 사람들이 많이 앉아있어서 분위기도 해외여행의 분위기가 확실히 있었다. 카페는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운영하고 있는데, 남자는 호객 및 의자정리를 하고, 음료는 여자가 만들었다. 어딘가에서 온 4~5살 정도의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카페 옆의 가게에서 놀기도 하고, 카페에 와서 물을 담아 놓은 곳에서 세수를 하기도 하고, 자기의 장난감을 씻기도 한다. 예상하기로, 카페주인은 부부인 것 같고, 아이들은 카페주인의 아이들인 것 같았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기둥을 잡고 빙빙 돌기도 하고, 장난감을 가지고 어디론가 갔다가 오기도 하고, 은근슬쩍 카페의 아이스크림을 가지러 왔다가 아빠에게 못 가져가게 막히니까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부모님이 일하는 동안 얘들이 노는 방식을 지켜보면서 옛날 내가 어렸을 때도 저렇게 놀았으려나 생각해 보게 된다. 



오늘 점심때 먹었던 음식값의 4분의 1가격으로 저녁도 먹었고, 얘들도 만족하고, 나도 옆에서 편히 앉아서 길거리를 구경하면서 편한 휴식시간을 보냈다. 얘들이 잘 있다는 사진을 메시지로 보내고, 먹고 싶다는 것은 없는지 물어보면서 휴식하다 보니 1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먼저 나온 막내와 함께 되돌아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 원래 내렸던 장소로 천천히 걸어가는데, 그때쯤 닫혀있던 가게도 많이 열리고, 사람들도 점점 더 많아졌다. 우리가 나이트 마켓을 너무 이른 시간에 방문했다는 것을 되돌아가면서 알게 되었다. 둘째와 어머니는 마사지받고 더 돌아다니다가 택시를 타고 오도록 하고, 우리는 먼저 무료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는데, 둘째가 급하게 전화가 온다. 엄마와 자기도 버스를 타고 싶고, 지금 나와서 가고 있으니까 버스를 잠시 잡아 달라는 것이다. 6시 56분에 전화를 받고, 기사에게 일행 2명이 곧 올 테니 10분만 기다려 달라고 요청을 하고 밖에서 기다리는 데, 다리 다친 어머니와 둘째가 열심히 뛰어서 오고 있다. 다행히 7시 2분에 도착해서 다른 승객들에게 폐를 끼치지도 않고 무사히 호텔로 돌아올 수 있었다. 마사지를 받고 난 어머니는 다리가 훨씬 좋아진 것 같다고 하고, 둘째는 택시 탈 돈이 부족한 것 같아서 마사지샵에서부터 뛰었다는 모험을 얘기를 한다. 나는 얘들과 카페에 있었던 얘기를 하면서 호텔로 무사히 귀환했다.


호텔에 돌아오니 나이트 마켓에서 과일을 못 샀던 것에 대해서 아쉬워하면서 과일 살 곳이 없는지 물어보라고 한다. 그래서 로비 옆의 차량을 알아봐 주고, 버기서비스를 알선해 주는 곳에 가서 물어봤더니, 시간이 늦어서 과일을 살만한 곳은 모르겠고, 편의점 같은 마트를 가려면 자기가 버기서비스를 불러주겠다고 한다. 딸에게 전화를 했더니, 자기도 같이 가고 싶다고 하고 내려왔다. 버기서비스를 이용해서 마트를 가는데, 버기서비스 운전수가 자기 휴대폰을 보여준다. 잠시 다른 곳을 들렀다가 가도 되겠느냐고 물어본다. 괜찮다고 했더니, 다른 호텔로 가서 여자 손님을 한 명 더 태우고, 마트로 간다. 호텔에서 마트까지는 거리가 꽤 멀어서 걷기는 힘들 것 같았다. 마트에 들어가면서 버기 운전사에게 우리가 마트에서 물건 사 올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하고, 안에 들어가서 물건을 고르는데, 1층뿐 아니라 2층도 이다고 해서 이것저것 고르는데 시간이 걸렸다. 물건을 계산하고 나왔는데, 버기 운전자가 사라졌다. 나는 도시락도 가져오지 않아서 전화를 할 수도 없고, 호텔까지 걷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고 외진 곳이었다. 딸에게 '야 클났다. 우리 걸어가야겠는데...'라고 했더니 딸은 생각보다 전혀 걱정을 하지 않는다. 일단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길을 건너서 밤 9시경에 가로등도 없는 호텔 외곽의 도로에서 호텔로 보이는 곳을 향해서 걷고 있는데, 건너편으로 다른 버기서비스 차량이 지나간다. 히치-하이킹이라도 하듯이 손을 흔들며 소리를 쳤지만, 그냥 지나가버린다. 딸은 왠지 부끄러워하면서도 '아빠는 어떻게든 걸어가지는 않을 것 같다.'라고 얘기를 한다. 2~3분쯤 걸었을 때쯤, 우리를 태우고 왔던 버기서비스 운전자가 반대편으로 지나간다. 내가 손을 흔들면서 소리를 치자, 유턴을 해서 우리를 태워준다. 다른 손님을 먼저 데려다 내려주고 다시 돌아온 것 같다고 딸이 추측을 한다. 아마도 맞을 것 같다. 우리만 탄 버기서비스 차량이 한밤에 도로를 쌩 달리는데, 바람이 굉장히 시원했다.


호텔로 돌아와서 마트에서 산 2종류의 밀크티와 탄산과 초콜릿과 패션플루트 음료를 맛보면서 밤에 있었던 버기서비스와 달밤의 걷기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그중에 밀크티 한 병은 굉장히 맛있어서 다들 좋아했고, 패션플루트는 원액으로 다 마시지도 못하고 한국으로 가져왔다.


오늘 하루도 많은 일들이 있었고, 기억해야 할 것들을 메모를 하면서 각자의 방법으로 휴식을 취했다. 날씨는 비가 오다가 멈추다 살짝 햇빛이 비추다가 다시 비가 오는 궂은 날씨의 연속이었다. 2일째 저녁이 마감되고, 푸꾸옥에서의 2번째 잠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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