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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Oct 04. 2024

로는 방향 제시하고 이끌지 않는다

땅고에서 중요한 것은 자립과 조화일까?

지금, 내가 땅고를 접한 지 4개월. 이 시점의 감상을 남겨놓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제 다음주가 되면 초급 8주, 심화 8주의 16주 4달이 지나게 된다. 처음에 걷기에서 시작해서 아브라소, 6살리다, 8살리다, 꾸니따, 오초 꼬르따도, 상구치또(=샌드위치), 메디오 루나, 메디오 히로 등 여러 가지 피구라(패튼)를 배웠고,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내가 배운 것과 개인으로 움직이는 것과 실질적으로 땅고를 추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참 쉽지 않은 춤이라는 것이 당장 느끼는 땅고에 대한 인상이다.


걷는 것에서도 자꾸 문제가 생긴다. 생각해보면 4개월 동안 적어도 하루에 1시간씩 120시간은 걸은 것 같다. 걸을 때마다 걸음이 조금씩 달라진다. 발바닥으로 걷다가 발을 나눠서 걷다가 무릅을 굽혔다가 발목을 좀 더 굽혔다가 천천히 걷다가 빠르게 걷다가....주변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알려주는 팁에 따라서 이 걸음이 아닌가보다라는 생각도 다시 들고, 이제 상체와 하체가 같이 움직여야 한다는 조언도 듣고 있다. 그리고, 나 혼자 걷는 것과 둘이서 걷는 것이 다르고, 오픈 홀딩으로 걷는 것과 아브라소(Closed Holding) 상태에서 걷는 것이 전혀 다른 느낌이고, 키가 큰 사람과 걷는 것과 키가 작은 사람과 걷는 것이 다른 상태가 되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파트너 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베이식이 땅고에서는 파트너에 따라서 달라지는 부분이 익숙해지기 쉽지가 않다. 혼자서 열심히 걷고 난 이후 홀딩해서 걸으면 파트너의 축과 걸음이 다르고 그로 인해서 나의 걸음이 허 뜨려 진다. 물론 내가 어떤 상황에서도 바로 설 수 있는 축과 프레임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추면 출수록 고려해야 할 사항이 점점 더 많아지기만 하고, 뭔가 자동화가 되어서 신경을 안 써도 되는 부분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파트너 댄스에서는 상대편의 느낌과 매너가 굉장히 중요한데, 항상 비교대상은 파트너가 춤을 추는 모든 대상이 된다. 춤을 시작한 지 4개월이 채 안된 나는 모든 동작에 신경을 써야만 조정이 됨으로 여유라는 것을 찾을 공간이 부족하다. 아직도 혼자 걷는 것도 자동화가 안된 상황에서 둘이 걸으면 덜컹거리고 내 앞에 사람이 있어서 춤추는 공간에서 돌아가는 론다에서 걸으면 가다 서다를 원활히 진행하지 못한다. 이에 밀롱가를 찾아가서 춤을 추는 것은 조심스럽고 쉽게 용기를 내기 어려운 것이 당연한 시점이다.


그런데, 파트너 춤은 많이 춰봐야 더 나아진다.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많이 춰봐야 하고, 많이 추려면 잘 춰야 하고, 이런 논리적 무한괘도에 빠지게 되는데,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자꾸 신청해서 추려고 하면, 나에 대한 인상이 나빠져서 같이 출 수 있는 상대가 줄어들게 될 것이고, 그렇다고 혼자서만 연습한다고 출수 있는 상태가 저절로 갖춰지는 것도 아니다. 그로 인해서, 쉽게 연습을 할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하고, 같이 춤을 배운 동기들이 그런 역할을 잠시나마 도와줄 수 있다.


내가 아주 인사가 아니라서 동기들과 파트너 연습을 할 수 있을 만한 인지도를 쌓은 것은 아니고, 다행히 나를 좋게 본 잘 추는 땅게라분이 연습을 도와주고 있긴 하지만, 한 사람에게 계속적으로 도움을 받는 것은 서로에게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나름 혼자서도 돌아다니면서 경험해보고 싶은 정도의 수준에 빨리 올라가기를 바라는데 지금까지도 큰 변화를 느끼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하지만, 한번 연습을 할 때마다 누군가의 조언으로 나 자신의 자세에 대해서 깨닫게 하는 말들이 있는데 그런 말들은 잘 적어서 정리를 해두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이 전에 강습을 들으면서 들었던 프레임과 축을 무너뜨리지 않고 텐션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과 어깨를 밀어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어깨를 당겨서 공간이 만들어지도록 한다는 말에서 땅고에서의 파트너십이 각별히 다르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에 히로를 배우면서 또 다른 좋은 말을 듣게 되었다.


회전을 하는 동작을 히로라고 하는데, 히로를 할 때로는 라가 돌기 시작하도록 방향만을 제시하고 프레임과 축을 유지한 채로 자신의 동작을 하면 된다는 말이었다. 나는 로가 도는 모든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힘을 주면서 따라서 동작을 하려고 했었다. 줄넘기를 할 때도 힘을 주는 타이밍이 있고, 골프채를 휘두를 때도 스냅을 통해서 채의 회전을 높이는 구간이 있듯이 회전에서도 힘을 줘야 할 때와 빼야 할 때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4개월 차 가장 큰 숙제는 힘을 주고, 힘을 빼는 타이밍, 긴장을 푼 상태의 아브라소 느낌 찾기가 될 것 같다. 나의 자세에서 과한 부분을 빼고 편안한 느낌으로 걸을 수 있고, 상대편에게 필요한 정도의 텐션과 방향제시 힘만을 전달하면서 내가 몸을 충분히 디소를 줄 수 있기 위해서 연습을 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ㅜ.ㅜ


땅고는 자립한 두 사람이 서로의 움직임을 통제하면서 조화를 이뤄야 할 춤이라고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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