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급 수업이 끝나고 각자의 삶의 이유로 조금씩 거리가 생깁니다.-
Solo Tango (오직, 탱고) 130기로 만난 지가 벌써 6개월이 되어 갑니다. 그동안 꽤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나는 엄청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탱고를 시작한 곳이 솔로 땅고인 것도, 정말 멋진 쌉들 4분을 만난 것도, 하늘 위 고수 파트너와 공연을 연습한 것도, 같이 공연연습을 한 동기들이 너무 멋졌던 것도, 탱고 수업에 빠지지 않을 수 있도록 적당히 바쁜 직장을 가진 것도......엄청 행운인 것이 많습니다.
6개월이 되어가면서 탱고를 배우기는 했지만, 모르는 사람에게 까베를 하고 춤을 추기에는 부끄러운 실력이란 걸 잘 알고, 세상에는 탱고를 잘 추는 사람이 왜 그렇게 많은지, 내가 춤추자고 해서 뺐는 한딴따의 시간이 파트너에게 굉장히 부담스러운 시간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다른 사람 추는 것만 구경하는 때가 많습니다.
다행히, 솔로 땅고에서는 베지밀(베이직 밀롱가)라는 재미있는 제도를 만들어서 자신감이 갖춰지지 않은 사람들끼리 조금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줍니다. 물론, 여기서 추시는 분들은 다른 밀롱가를 경험하고 즐기시는 분들도 많이 오시는 것 같습니다. 제 눈에는 다 엄청 잘추는 것으로 보이더라구요. 이번에 3번째인가 4번째인가 베지밀에 참석을 했는데, 사람들이 생각보다 더 적어서 찾아오셨다가 돌아가는 경우도 봤습니다. 좋은 제도인데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130기 라(여성)분들이 한두분만 더 참석해 주시면 완전 붐빌 것 같다는 예상을 했습니다.
오늘은 130기의 주주님의 생일주간을 맞이해서 단톡방에서 열렬한 생일축하 글들을 올렸고, 그에 화답해서 주주님이 엄청난 음식을 준비해서 베지밀을 방문했습니다. 이번주 베지밀에는 구욘님과 란쵸님이 베지밀 도우미를 하고 있었고, 130기 좌석은 티켓팅하는 바로 옆을 점령해서 한 사람씩 두 사람씩 자리를 잡았습니다. 티나님과 프로도님도 8시부터 시작이라고 8시부터 자리하고 제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한딴따를 추셨다고 했습니다. 이분들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나라의 어린이들이라서 10시가 되면 너무 졸려서 힘들어하십니다. 아마도 8시에 와서 10시까지 2시간 정도 베지밀을 경험하고 집으로 일찍 귀가할 계획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주주님이 술과 음료와 과일(샤인머스켓-짱 맛있었음, 딸기)과 빵과 온갖 종류의 다과를 챙겨 오시고, 여자 바람잡이(모이자고 단톡방에 올리고 정작 본인이 나타나지 않는 사람을 일컬음. 남자바람잡이는 란초님입니다.) 엘리영님과 데미안님이 오시고, 마틴님도 갑자기 짠 나타나시고, 찬이님이 주주님 케익을 챙겨서 사 오시면서 목요일 베지밀 공간의 50%이상의 지분을 130기에서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10시가 넘은 후에는 이본느쌉과 나루쌉의 방문이 예정되어 있었고, 케익의 불은 이본느쌉이 오면 켜기로 했고, 베지밀 디제이님은 10시에 한번 나중에 또 한 번 생일 축하노래를 틀어주셨습니다. 그동안 못 보던 동기들을 보는 것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어떤 공간에 내가 아는 사람이 오고 그 사람들을 두 손 들고 환영할 수 있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우리가 차린 테이블의 음식들에 감탄하고, 동기들끼리 즐거워하는 것도 부러운 눈으로 보는 것 같았습니다.
논어에 나오는 <유붕, 자원방래 불역락호아>라고 했는데, 정말 벗이 있어서 멀리서 찾아오면 그 기쁘고 즐거운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날이었습니다.
동기들과 탱고를 추고, 탱고를 권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남자들 혹은 나만 까베를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라(여자)들도 준비 안된 상태에서 탱고를 추는 것은 무섭고 두려운 것이 똑같은 것 같습니다. 동기들 중에서도 까베가 들어올까 두려워서 계속 구석으로 숨고, 눈을 안 마주치려고 노력하고, 그런 모습을 보면 나는 그렇게 까베를 의식적으로 피하면 로(남자)들은 상처 입는다고 빨리 승낙하고 추라고 조언을 하게 됩니다.
라(여자)와 로(남자)의 상황은 다른 듯하면서 비슷합니다. 물론 다른 로(남자)는 알 수 없지만, 제 입장에서는 라(여자)가 춰주는 것만으로 감사한 것 같습니다. 특히, 베지밀처럼 옛날 아르헨티나 탱고의 초창기처럼 라가 부족하고 로가 남는 상황에서는 라와 춤을 춰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라의 입장에서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모르는 피구라에 실수하는 춤을 추는 것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탱고라는 춤은 서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상대편이 편안할 수 있는 정도의 피구라와 걷기만으로도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서로 이해하고 공유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동기들과의 한딴따는 마음이 정말 편합니다. 나의 실수의 일정 부분을 편히 사죄할 수 있고, 상대편의 실수를 내가 커버해 줄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집니다. 오랫동안 못 봤던 사람들도 어디에선가 탱고를 배우고 추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다들 멋지게 플로어를 누비는 것을 보며 베지밀이 너무 즐겁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0시 40분쯤에 이본느쌉과 나루쌉이 오셨고, 부러질 것 같은 초 하나(꺾어진 백살이라는 의미라고 찬이님이 말했음.)를 꽂고 나가서 탱고 생일빵은 부담스럽다는 주주님의 의견으로 우리들만의 생일파티를 하려는데, 디제이님이 센스 있게 생일파티 노래를 틀어주시고, 주변의 사람들도 모두 같이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잭 니콜슨 주연의 영화 "As good as it gets(=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처럼 더할 나위 없는 목요일 베지밀의 시간을 보내고 아쉬운 마음으로 밀롱가 밖으로 나왔을 때, 어디선가 나타나는 격파의 여왕 지헤짱님이 합류함으로써 오늘의 목요일 베지밀 밀롱가 여정은 대망의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앞으로 2주는 130기의 베지밀 도우미가 진행됩니다. 우리 동기들이 어디에서 탱고 생활을 하던지, 아니면 바빠서 탱고생활을 못해서 다 잊어먹어 버렸던, 베지밀에서 동기들의 따뜻한 온기를 경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베이직과 오초만 알아도(Amber님이 하신 말씀 ㅎ.ㅎ) 웃으면서 출 수 있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시간이 더 지나면 점점 더 수준에 따른 노는 물이 달라질지도 모르지만 다음주 베이밀에는 더 많은 동기들과 마리아님의 강림을 바래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