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 2편
존즈 씨가 운영하는 메이너 농장의 동물들은 인간에게 지배받는 자신들의 삶이 불행하다고 생각합니다. 지혜로운 노인 돼지 메이저는 동물들에게 '인간 주인을 몰아내고 모든 동물이 주인이 되는 농장의 꿈'을 전해줍니다. 그 세상에선 모든 동물이 자연의 질서에 따라 자유롭게 일하고, 마음껏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메이저의 꿈에 감화된 동물들은 하나가 되어 인간을 몰아내고, 자신들만의 농장을 세우려는 원대한 꿈을 꾸기 시작합니다. 그들의 정신은 <영국의 동물들>이라는 노래를 통해 규합됩니다.
어느 날 존즈 씨는 굶주린 동물들에게 채찍을 휘두르고, 그것에 반발한 동물들이 한 번에 덤비면서 그들의 혁명이 성공합니다! 존즈 씨는 농장을 버리고 도망쳐버렸고, 남은 동물들은 축배를 들며 앞으로 맞이할 황홀한 미래에 젖어있습니다. 이들은 가장 똑똑한 동물인 돼지 '나폴레옹'을 지도자로 선정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동물 7계명>을 제정하며 모든 동물이 자유롭고 행복한 동물 사회의 탄생을 공표합니다.
동물들만의 사회는 다소 불편함이 있었지만, 자유의 황홀함에 취한 동물들은 기꺼이 자신의 일을 해내고 있습니다. 똑똑한 돼지 무리는 인간의 언어를 익히고, 이상적인 사회를 위한 시스템을 고안합니다. 그런데 모두가 평등한 사회라고 불리기에는 시스템이 조금 이상합니다. 돼지들은 자신들이 유일하게 지적인 고민이 가능하며, 자신들의 노고가 농장의 성공을 결정한다는 것을 강조하며 모든 우유를 독점하기 시작합니다. 이에 불만을 느끼는 동물들에게는 자신들이 실패하면 인간 주인 존즈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 경고하며, 그들의 뜻에 따르도록 강요합니다.
동물 농장의 혁명적인 이야기는 영국 전역으로 퍼져나가고, <영국의 동물들> 노래는 다른 곳의 동물들에게도 순식간에 퍼져갑니다. 이에 불안을 느낀 인근 농장주들과 동물농장의 원주인 존즈 씨는 동물농장을 무너뜨리기 위해 사람을 모아 쳐들어옵니다. 그러나 용맹한 동물들은 돼지 스노볼의 지휘 아래 인간을 완벽하게 몰아내는 데 성공하고, 스노볼은 훈장을 받는 영웅으로 급부상합니다.
그러나 스노볼은 영향력이 커져가면서 지도자 나폴레옹과 잦은 갈등 상황에 놓입니다. 그들은 풍자 건설이라는 큰 주제를 두고 다투기 시작했고, 느닷없이 나폴레옹이 기르던 개 9마리가 회의장에 쳐들어와 스노볼을 쫓아내고 다른 동물들을 위협합니다. 평화롭고 자유로웠던 동물 농장은 한순간에 나폴레옹과 그 수하, 개 9마리가 권력을 잡고 지배하는 사회로 변해버렸습니다. 나폴레옹의 스피커 역할을 하는 돼지 스퀼러는 사실 스노볼은 인간의 편에 선 배신자이며, 나폴레옹은 정의로운 농장을 위해 모든 것을 책임지는 영웅이라고 주장합니다. 사실 스노볼이 주장하던 풍차 설립 계획 역시 나폴레옹의 큰 뜻이었다고 주장합니다.
동물들은 풍차 건설을 위해 끊임없이 노동해야 했고, 나폴레옹에 복종해야 했으며, 약속했던 식량과 자유 시간은 점점 사라졌습니다. 이 즈음 돼지들은 갑자기 존즈의 집으로 들어가 침대에서 잠을 자기 시작합니다. 불만을 느낀 동물들이 <동물 7계명>을 확인하자, 지금까지의 기억과 다른 문구가 쓰여있던 것을 발견합니다. "침대에서 자면 안 된다"라고 기억했던 문장을 다시 보니, "시트를 깔고 침대에서 자면 안 된다"로 바뀌어 있습니다. 왜 기억을 잘못했는지 영문은 모르지만, 계명에 따르면 돼지들의 잘못은 없습니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문서는커녕 알파벳조차 읽지 못하는 상황이기에, 그전의 기록이 어떠했는지를 증명해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스퀼러의 말에 쉽게 감화되었고, 그의 말이 곧 진실이 되었습니다.
동물 농장은 점점 일부 돼지들을 위해 운영되고, 동물들의 삶은 더욱 힘겨워지지만, 인간의 지배보다는 낫다는 믿음 속에서 살아갑니다. 처음의 원칙과 달리, 나폴레옹이 인간과 가까이 지내고, 그들과 거래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농장의 성공을 위한 올바른 길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들의 행태를 허용합니다. 어느 날, 동물들이 건설하는 풍차가 훼손되는 일이 발생하고, 나폴레옹은 그 범인으로 스노볼을 지정합니다. 사실 스노볼은 인간의 밀정이었고, 그의 진짜 목적이 담긴 비밀문서가 발견되었으며, 그가 보여주었던 영웅적 행동은 사실 거짓이었다고 발표합니다. 동물들은 자신들의 기억과 다른 스퀼러의 말에 혼란을 겪지만, 결국 자신들의 기억을 증명해 줄 수 없기 때문에 나폴레옹과 스퀼러의 말에 따르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동물농장은 나폴레옹과 그 수하들이 모든 것을 독점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잘못되고 있지만 여전히 인간의 농장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그들의 행태를 허용합니다. 가상의 적 스노볼의 존재로 인해, 나폴레옹에게 반항하는 것은 곧 존즈 씨를 지지하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이제 돼지들은 인간과 어울리고, 두 발로 걸으며, 술을 마시며 다른 동물을 착취합니다. 어느 것 하나 존즈 씨의 시대와 다를 것 없게 되었습니다.
<1984> 독후감에서 알아보았던 빅브라더 절대권력의 근간은 기록과 정신을 지배하는 것입니다. 개인의 기억은 주관적이고 변형되기 쉽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문서와 영상 자료만이 사실을 '입증'해줄 수 있는 유일한 증거입니다. 동물농장의 돼지들은 빅브라더의 통치와 같이 사실을 증명해 줄 수 있는 기록 자료를 그들의 의도에 맞게 조작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에 따르면, 독재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핵심은 정보와 기록의 독점에 있는 듯 보입니다. 특히 <1984>의 세상에서는 이중사고라는 다소 비현실적인 가정이 배경인데 반해, <동물농장>에서는 구성원의 무지라는 현실적인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점에서 더욱 무섭습니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기록이나 통계자료를 읽고 비판하는 것은 고사하고, 당장 알파벳을 외우는 것조차 할 수 없습니다. 지적인 무지로 인해 사회 시스템을 결정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이 특정 계층에게 부여되어야 하는 정당성이 발생합니다. 아무리 기록이 조작된다고 하더라도, 문제를 발견하고 지적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은 특권층을 위해 조작되어 버립니다. 동물들은 분명히 자신들의 삶이 약속과 다르고, 돼지들의 행태에는 문제가 있고, 스노볼은 자신들과 함께 싸운 영웅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보여줄 수 있는 자료가 없고, 모든 정보는 돼지가 독점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그들의 기억과 다른 새로운 기록들이 끊임없이 생산되고, 진실이 되어 버립니다.
<1984>와 <동물농장>을 읽어보면, 결국 정보 독점이 곧 권력 독점을 의미하는 듯 보입니다. 정보를 마음껏 조작할 수 있는 이들은 모든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고, 자신들에 반대하는 이들을 반역행위로 규정할 수 있습니다. 공고한 자리를 확보하게 되면서, 그들의 권력은 완벽하고 이상적인 것으로 꾸며집니다. 이를 무너뜨리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동물농장>의 독후감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문구는 영국의 정치가 액튼의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으며,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라는 말입니다. 우리는 인간의 역사 대부분의 장면에서, 오늘날 지구에 존재하는 독재 국가들에서, 좁게는 우리의 삶 속에서 권력을 가진 이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추구하고, 정의롭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것을 끊임없이 관찰합니다. 과연 권력이라는 것이 인간을 타락하는 절대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요? 액튼의 말처럼 절대 권력을 지닌 자들은 언제나 부패하게 될까요?
질문에 대한 저의 대답은 YES입니다. 먼저, 인간의 이기심과 자원의 희소성은 권력 독점의 가장 큰 유혹일 것입니다. 인간의 욕심은 무한하고, 언제나 자신의 가진 것을 넘어선 무언가를 열망합니다. 권력층의 가장 큰 이익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얼마든지 독점할 수 있다는 점이고, 이것은 무한한 꿈을 충족해 줄 수 있는 듯한 희망을 부여합니다. 절대 권력이 보장되었을 때, 자신의 욕구 충족을 멈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권력의 혜택을 맛보는 순간 그 욕망은 더욱 커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1984의 오브라이언이 강조했던 '권력에 대한 순수한 열망' 역시 절대 권력이 부패하는 원인일 것입니다. 저는 여전히 권력에 대한 강렬한 열망이 무엇인지, 얼마나 중독적인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모든 인간에게 권력에 대한 동기가 존재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어떠한 이익이나 심지어 가족 관계보다도 중요한 것이라면 그것을 내려놓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모든 것을 자신에 뜻에 맞는 '절대 권력'을 손에 넣기 위해서는 반드시 누군가를 착취해야 하고, 주체는 반드시 부패해야만 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절대 권력을 지닌 자는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말에 동의할 수 있습니다.
역사에 존재하는 훌륭한 지도자, 성군들은 상당한 특권층이었지만, 모든 기록과 구성원의 말과 행동을 지배하는 수준까지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역사적으로 보아온 강력한 왕권이나 오늘날 세계에서 볼 수 있는 독재정치 그 이상의 무언가가 오웰이 생각하는 미래의 절대 권력입니다. 어떠한 위협도 존재할 수 없고, 그들의 권력이 영원할 수 있다면,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합니다.
조지 오웰은 <동물농장>을 집필한 이후, 돼지들의 권력 독점이 이루어지기 전에 다른 동물들이 적극적으로 저항했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미 여러 번 강조했 듯이, 권력의 독점과 사회의 통제가 소설 속의 단계까지 진행되었다면, 사실상 그것을 무너뜨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미 독점 사회가 완성된 시점 이후부터 전개되었던 <1984>에서는 윈스턴이나 줄리아 같은 개별 구성원은 결코 정권을 전복시킬 수 없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 <동물농장>은 돼지들의 권력 독점이 일어나는 단계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사실상 그 단계가 이들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유일한 단계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초창기 그들에게 유리한 우유 배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거나, 동물 7계명이 바뀌는 것에 대해 맹렬히 항의하거나, 공포정치를 시작하는 초창기에 그들에 맞서 싸웠다면 그들의 절대 권력 체계는 온전히 자리잡지 못했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돌아올 것이라는 경고와 스노볼이라는 거짓된 적에 대한 미신에 속아 그들은 저항의 시간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미 견고해진 독점 권력에서 힘없는 동물들은 이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당해야만 합니다.
어쩌면 이것은 오늘날 사회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행태에 대한 경고이며, 그러하 사회에 속한 사람들에 대한 강력한 계몽의 메시지처럼 보입니다.
권력에 대한 욕망과 이기심은 자연스레 '특정 인간이 통제권을 갖는 사회 시스템이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과거의 왕정이나 귀족정 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특정 대표자들이 사회적 결정권을 위임받아 행동합니다. 이상적인 이념의 모습과 달리, 현실에서는 특정 집단에게 정보와 권력이 독점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사회 전체의 이익보다는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이익이 더 중요시되는 문제를 수도 없이 목격할 수 있습니다. 만약 권력이 인간의 부패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면 인간이 선택권을 갖는 시스템에는 언제나 강한 문제가 따라올 것임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거대한 시스템에 의존해야 할지 모릅니다. 공리주의, 롤스의 정의론 등은 분배에 있어서 우리가 따라야 할 확실한 규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사회 전체적인 부와 권력을 배분할 수 있는 절대적인 룰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이익추구 문제에 다소 자유로울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념의 선택 역시 인간의 합의를 통해 진행될 것이고, 이념이 추구하는 방향에서 이미 개별 인간의 가치관이 투영됩니다. 따라서, 어떠한 사회 시스템을 결정한다고 하더라도 인간이 갖는 이기심과 욕망은 언제나 작동할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정보를 독점하는 이들은 자신의 무한한 욕구를 해소하고 권력에 대한 욕망을 무한히 추구하기 위해 부패할 것입니다. 그래서 사회의 정보와 권력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게 맡겨서는 안 되며, 절대적인 시스템을 도입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시스템 역시 인간의 손에서 만들어지고, 인간의 가치추구에 의해 선택되는 것이므로, 우리는 절대 권력 추구행위와 자기 이익 행위를 막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