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고 싶은 집의 구조를 시공팀에 전달하는 방법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할 때 정해야 하는 것을 알았다면, 집을 어떻게 바꾸고 싶은 지 구체적으로 표현할 차례다. 자재를 고를 때 기준으로 삼을 수 있고, 시공팀과 소통하기도 편할 것이다.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있는 분을 위한 방법과, 그렇지 않은 분을 위한 방법을 모두 소개한다.
건축행정시스템 세움터에서 세대별 평면도를 받을 수 있다. 아파트, 빌라 등 웬만한 건축물은 모두 등록되어 있고, 세대별 평면도라 네이버 부동산의 공통 평면도보다 정확하다. 세움터에선 행위허가와 사용신고도 할 수 있다. 직접 할 거라면 이 참에 가입해 두자. 나는 공사 다 끝나고 사용신고 할 때 구청 건축과에서 알려줘서 '세움터'를 알게 됐다. 정확한 평면도를 쉽게 구할 수 있었는데 몰랐다니 아쉽다.
평면도를 출력하거나, 편집툴로 이미지에 메모한다. 시간이 없다면 머릿속에 입력하자. 구성원들이 각각 어디서 생활할 것인지, 각 공간이 어떤 역할을 할지 정한다. 그래야 가구와 가전을 어디에 둘 지, 콘센트는 충분한 지 파악할 수 있다. 오래 살 집이면 구성원들의 변화에 따른 공간의 변화도 계획한다. 아이들이 어리거나 곧 독립해서 공간에 변화가 많을 것 같다면, 무난한 디자인의 자재와 가구를 택해야 오래 쓸 수 있다.
인테리어 한 집에 둘 가구와 가전 목록을 만든다. 시간이 없을 땐 나중에 직접 옮기기 힘든 제품만 파악한다. 여유가 되면 크기, 필요 콘센트 수, 소비전력을 함께 정리하자. 난 처음엔 귀찮아서 집기 목록을 안 만들었는데, 전기 미팅 때 제품 정보 요청받고 부랴부랴 만들었다. 설계할 때 크기 본다고 검색한 상품 상세 페이지를 다시 검색하느라 시간을 허비했다. 내 경우 집기 목록을 아래와 같이 활용했다.
① 크기를 확인하여 어디에 둘 지 정한다.
② 전기 용량 문제가 없을지 확인한다.
③ 싱크대 상판 타공할 때 제품 정보를 전달한다.
④ 맞춤가구를 만들 때 제품 정보를 전달한다.
각 공간에 둘 집기 위치를 정한다. 전기 공사를 한다면 집기 위치에 맞춰 콘센트 위치를 조정할 수 있다. 아니라면 기존 콘센트 위치를 미리 확인해 두자. 옷장, 냉장고, 세탁기 등 문이 달린 집기는 문이 열리는 방향과 문 열 때 필요한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냉장고는 서랍 뺄 때 문을 활짝 열어야 해서 생각보다 많은 여유공간이 필요할 수 있다. 지나다닐 때 불편한 배치는 없는지 동선도 확인하자.
집기에 맞춰 집의 설비를 바꾸거나 늘려야 할 수도 있다. 설비 공사는 일정 초반에 진행되니 미리 결정하는 게 좋다. 난방배관이나 수도배관을 더하거나 위치를 바꾸고 싶다면 미리 설비 예산을 확보하자.
*글쓴이가 쓴 설비 비용 (2024년 2월)
- 요약: 총금액 200만 원, 시공기간 1일
- 안방 베란다 3.2m x 1.9m 난방배관 확장, 바닥 2P, 미철거 화단 포함: 85만 원
- 다용도실 확장 2.4m x 1.8m: 70만 원
- 다용도실 보조주방 배수구 설비 및 부분 방수: 45만 원
모의로 집기 배치를 할 방법은 정말 다양하다. 크게 3가지 방법을 추천한다.
#수작업
도면을 인쇄하거나 따라 그린 뒤 손으로 가구를 배치한다. 모눈종이 한 칸을 10cm로 잡아 도면을 그리고, 가구를 오려서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 복사, 보관, 편집이 불편하긴 하지만, 디지털 도구를 사용하는 게 부담스러운 분들께 강력 추천한다. 나이가 어리거나 많은 가족이 있으면 함께 배치해 볼 수 있어 좋다.
난 집을 사기 전에 모눈종이에 도면을 대충 그려 특징을 메모했는데, 집기 배치할 때 도면을 정확하게 그려야 하는 게 귀찮아서 다른 방법을 사용했다.
#모의 인테리어 서비스
PC 프로그램과 모바일 앱으로 시뮬레이션한다. SketchUp, 오늘의집 3D인테리어, IKEA Kreativ, Floor Planner, Room Planner, Planner 5d, Sweet Home 3D... 선택지가 너무 많아 모두 경험해 보기 힘들 정도다. 다양한 제품을 집에 미리 놓아볼 수 있고, 우리 집이 실제로 어떤 모습일지 미리 볼 수 있다는 강력한 장점이 있다. 대신 사용법을 숙지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나는 신혼집 가구 배치할 땐 Planner 5d를 썼다. 다시 쓰려니 유료화됐길래 SketchUp을 설치했지만 도면 그리다 삭제했다. 쉽게 쓰려면 단축키를 숙지해야 할 것 같은데 귀찮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시도한 건 오늘의집 3D인테리어인데, 한국 서비스라 아파트 이름 검색하면 도면을 자동으로 만들어줘서 시간을 아낄 수 있어 좋았다.
#문서 편집기
이미지와 텍스트를 편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앱을 활용한다. Microsoft PowerPoint, Google Slides, Photoshop 등이 있다. 쓸 줄 안다면 금방 만들고 이것저것 메모하기 편하지만, 인테리어에 특화된 건 아니라서 실측치를 정확히 표현하기엔 불편한 단점이 있다.
나는 오늘의집 3D플래너에 가구를 몇 개 넣어 보다가, 문득 '가구와 가전을 새로 살 게 아닌데, 놓을 위치랑 방향만 대충 정하면 되지 않나?' 싶어 익숙한 툴인 Google Slides를 활용했다. 내 생각을 정리하고 남편과 이야기할 정도의 그림은 쉽게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철거와 목공 전에 벽을 허물거나, 가벽을 세우거나, 문을 벽으로 바꿀 곳은 없는지 정해야 한다. 시간과 예산이 없으면 건드리지 않는 게 마음 편하다. 내력벽은 허물 수 없고, 비내력벽 철거는 사전에 행위허가를 받아야 한다. 내 경우 안방 베란다와 거실을 연결한 터닝도어를 철거하고 벽을 세우고, 싱크대와 다용도실 냉장고를 가벽으로 가려 공간을 정돈했다.
공간별로 벽과 바닥을 어떤 자재로 마감하고 싶은 지 정한다. 마감재에 맞춰 어디까지 철거해야 할지, 목공 때 면을 어떻게 만들지가 정해진다. 시간과 예산이 빠듯하면 기존에 있던 마감재와 같은 것을 선택하자. 설계할 땐 마감 방식만 정하고, 자재 품번은 시공팀이 요청한 날까지 정하면 된다. 지금 자재까지 정하는 건 부담이 있으니, 마음의 여유가 없다면 마감 방식별 특징만 파악하고 결정하자.
*글쓴이의 집 마감 방식
- 바닥: 물 쓰는 곳은 타일, 다른 곳은 마루. 베란다를 개조한 작업실은 예외로 타일.
- 벽: 거실은 패브릭 벽지, 다른 공용부는 필름, 안방과 아이방은 도배, 다용도실과 작업실은 탄성코트
개인적으론 반셀프 인테리어에서 가장 어려운 게 각 공정별로 필요한 작업을 요청하는 일인 것 같다. 시공팀에 물어보며 하면 어떻게든 되긴 하지만, 신혼집은 부엌만 고치면서도 타일팀 1번 더 불렀기 때문이다. 이번엔 전체 인테리어라 안전하게 반셀프 컨설팅을 받았다. 철거 시작할 소장님이 "여긴 이렇게 할 거니까 1P(P: Ply의 첫 글자로 몇 겹인 지 의미)만 뜯어주시고요, 여긴 2P 다 뜯어주세요." 하시는 걸 들으며, 내가 주도했다면 잘 모르니까 그냥 다 뜯어달라고 했겠구나 싶었다.
직접 반셀프 인테리어를 감독해야 한다면, 시공팀을 섭외할 때 "도배랑 필름을 하려고 하는데 벽을 다 뜯어야 할까요?", "페인트칠하려고 하는데 목공 어디까지 들어가야 할까요?" 등의 질문에 잘 답변해 주시는지 미리 확인하는 게 안전할 것 같다.
조명, 콘센트, 인터넷선 위치와 종류를 정한다. 종류별로 다른 컬러로 표시해서 구분하기 쉽게 만들자. 컬러 인쇄해서 2~3군데 벽에 붙여두면 시공팀에서 잘 써주신다.
매입조명이나 융스위치 등 목공 작업이 필요한 전기제품은 목공팀에도 알려야 한다. 콘센트, 조명 중 직접 구매하고 싶은 게 있다면 전기팀에 미리 전달하자. 따로 요청하지 않을 경우, 도면에 맞춰 무난한 제품을 알아서 시공해 주신다.
설계 단계에선 기존에 있던 붙박이장 중 철거할 것과, 신발장, 싱크대 등 기존의 붙박이 가구 크기를 바꿀 것인지 확정하자. 가구 칸 나눔 등 디테일과, 빈 공간에 새로 설치할 가구는 설비가 필요 없다면 나중에 정해도 괜찮았다.
내 경우 위 내용을 정한 뒤엔 자재 정하고 맞춤가구 디테일 정하는 것 외엔 크게 의사결정할 게 없었다. 설계한 내용대로 철거, 설비, 전기, 목공이 끝나면, 나머지는 정해진 틀에 맞게 마감재를 채우는 거라 시공팀에게 안내드릴 내용이 많지 않았다. 처음엔 막막하지만 막상 시작하면, 앞으로 살 공간을 상상하는 게 재미있을 것이다. 당신의 셀프 설계 과정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