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성향에 맞다면 강력 추천!
주택 리모델링이나 인테리어를 할 때 가장 선호도가 높은 것은 '기획 및 컨설팅서비스'(69.8%) 라고 한다. 그럼에도 인테리어 공사를 컨설팅 받는 방식은 아직 일반적이지 않은 것 같다.
나는 반셀프로 24평 전체 리모델링을 하며 컨설팅을 받았다. 직접 경험한 시공주로서의 역할, 비용, 컨설팅 업체 찾는 방법을 정리했다. 아마 업체마다 방식이 다를 거라서, 참고사례로 읽어주길 바란다.
1) 시공 내용 결정
어떤 공간을 만들 것인지, 어떤 자재를 쓸 것인지 정한다. 업체는 시공 가능할지 조언해 주고, 시공팀에게 전달할 도면을 만들어 준다. 내 경우 정보를 많이 찾아본 편이라 이 단계에서 시간을 많이 썼다. 시간이 부족하다면 하루 날 잡고 대형 전시장에 가서 눈으로 보고 정하는 걸 추천한다. 자재의 부피, 색감, 질감이 사진으로 보는 것과 꽤 달랐다.
2) 시공팀 섭외
에어컨, 보일러 같은 설비를 제외하곤 업체에서 시공팀을 섭외해 준다. 원한다면 직접 견적을 비교하고 정해도 괜찮다. 나는 도배를 제외하고 모두 업체 시공팀에 요청드렸다. 여러 번 협업하셔서인지 "전기는 XX에서 하시죠? 여긴 이렇게 해두면 알아서 해주실 거예요~" 하는 식으로 연계되어 좋았다.
3) 실측 미팅
도배, 마루는 도면만 가지고 견적이 나왔는데 새시, 타일&도기, 가구는 실측 미팅을 했다. 업체는 실측 미팅에 오진 않지만, 필요할 경우 전화나 카톡으로 대응해 준다. 실측할 땐 실거주할 사람이 정해야 할 디테일도 있으니, 참석이 힘들다면 주위 사람에게 맡기고 필요할 때 당신이나 업체에게 전화해 달라고 부탁하자.
4) 현장 미팅
기본적으로 업체에서 시공 내용을 가이드해 준다. 내가 현장에 없어도 공사가 진행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철거, 목공, 전기, 도기를 시작할 땐 가급적 현장에 가자. 업체도 철거, 목공 땐 현장에 오시지만, 집주인이 결정하면 좋을 디테일이 꽤 많다. 나는 간식드릴 겸 모든 공정 시작할 때 현장에 갔는데, 새시, 에어컨, 타일, 필름, 폐기물, 탄성, 도배, 마루, 가구는 딱히 할 게 없었다.
5) 시공 문의 대응
시공팀에서 작업하다 문의할 게 생기면 전화가 온다. 상황에 따라 현장에 가야 할 수도 있다. 내가 알기 어려운 디테일은 업체가 시공팀과 직접 소통해 줬다.
6) 감리
각 공정이 끝날 때마다 원하는 대로 됐는지, 다음 공정 때 문제될 건 없을지 확인하고 업체에 공유한다. 완성도에 대한 책임이 내게 있는데 내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가장 부담되는 과정이다. 최대한 구석구석 꼼꼼히 보고, 이상해 보이는 건 다 물어보자. 나는 미리 설명 들은 것도 누락될까 봐 한 번씩 더 물어봤다. 이렇게 감리해도 괜찮았는지는, 공사가 끝나고 후기에 담을 예정이다. 아직까진 큰 문제없었다.
7) 결제
각 시공팀에 직접 결제대금을 지불한다. 시공이 잘 됐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결제하는 게 마음 편하다. A/S는 보통 1년 보장해 주시는데, 걱정되면 업체나 시공팀에 한 번 더 물어봐 두자. 직접 구매할 자재가 있다면 미리 결제하고 배송받아 문제없을지 확인해 둬야 한다.
8) 민원 대응
소음으로 민원이 오면 직접 대응해야 한다. 특히 철거할 때 땅을 흔드는 듯한 어마무시한 소음이 났다. 이웃들의 평화로운 일상에 생채기 내는 게 죄송해서, 암만 까다로운 민원에도 무조건 납작 엎드려 사과했다. 공시 사간 때문에도 민원을 몇 번 받았다. 내 경우 허가받은 공사 시간이 09:00 ~ 17:00이었는데, 이렇게 전달해도 시공팀에선 자재를 나르러 일찍 오실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계약한 업체는 평당 5만 원의 컨설팅 비용을 받는다. 셀인 카페에서 다른 분들이 댓글 달아주신 내용에 따르면, 업체마다 비용 차이가 큰 것 같다. 컨설팅 방식, 내 역할의 부담을 업체마다 비교해 보고 결정하자. 참고로 내가 받은 턴키 견적 중 기업이윤이 가장 낮은 곳이 평당 21만 원이었다. (2023년 11월 견적)
고가의 자재를 쓰고 싶다면 턴키보다 반셀프 컨설팅이 합리적이다. 턴키는 이윤이 공사비에 비례해서, 비싼 자재를 쓰면 수수료도 더 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나도 반셀프 컨설팅이란 방식을 몰랐다. 반셀프로 부분 인테리어 했다가 하자를 만든 경험이 있기에, 원래 턴키로 전체 리모델링을 계획했다. 턴키 업체를 찾을 때 근처 인쇼 아카데미 수강업체에 모두 연락드렸는데, 그중 한 업체에서 먼저 컨설팅을 제안해 주셨다.
"보내주신 자료를 보니 원하시는 게 명확하고 구체적이시네요. 혹시 컨설팅받으시는 건 어떠세요? 저도 아직 실험 중인 방식이라 할인해 드릴게요."
난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고 이것저것 직접 결정하고 싶었기 때문에, 말씀해 주신 방식이 나와 잘 맞았다. 업체가 먼저 제안해 주셔서 시공한 현장도 직접 보고, 계약 미팅에서 궁금한 것을 더 물어보고 계약서에 서명했다.
처음부터 반셀프 컨설팅을 해주는 업체만 찾고 싶다면, 검색엔진에 '반셀프 컨설팅'을 검색하자. 셀인 카페 같은 인테리어 커뮤니티에서 게시글 제목에 '컨설팅'을 검색해도 몇몇 업체가 나온다.
반셀프 컨설팅을 직접 해보니, 예산 면에선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인테리어 방식 같다.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 궁금한 게 생길 때마다 여쭤볼 수 있는 것도 좋다. 폭주도 막아주신다. 나는 구축에 천장 공조 설비 넣을 생각까지 했는데, 업체 조언 덕분에 꼼꼼히 알아보고 포기할 수 있었다. 나중에 철거해 보니 천장 공간이 적어서, 공조설비 계약했으면 천장을 많이 낮춰야 할 뻔했다.
반셀프 컨설팅은 이런 분에게 추천드리고 싶다.
- 턴키와 반셀프 사이에서 고민하는 분
- 반셀프를 하기엔 시공 지식이 부족해서 걱정되는 분
- 전화나 문자로 소통하는 데 스트레스를 덜 받는 분
- 할 일 목록 관리 잘하는 분
- 위에서 말한 현장 미팅이 가능한 분
- 인테리어를 주도적으로 하고 싶은 분
- 인테리어 자재에 관심이 많고 직접 고르는 걸 즐기는 분
- 동선과 수납공간을 설계하는 걸 즐기는 분
- 고급 자재를 쓰고 싶은 분
반대로 이런 분에겐 추천드리지 않는다.
-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잘 모르겠고, 결정하는 게 힘드신 분
- 현장 감리와 대응에 신경 쓸 여유가 없으신 분
- 인테리어 정보를 탐색할 여유가 없으신 분
- 일정 맞춰해야 할 일이 생기는 게 부담스러우신 분
실제로 소비자가 감리에 신경 쓰지 못하여 공사비가 오히려 증가하는 문제로 컨설팅 서비스를 중단한 경우도 있다. 내 경우에도 컨설팅 업체가 "이건 이 공사 전에 필요해요."는 알려줬지만, "전에 말했던 거 확인하셨나요?" 하고 실제 반영 여부를 챙겨주진 않았다. 자신의 상황과 성격상 맞는 방법일지 현실적으로 판단하자. 개인적으론 반셀프 컨설팅 업체가 늘어나서, 다음에도 이 방식으로 인테리어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