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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활효율연구소 Mar 12. 2024

턴키, 대행, 컨설팅, 반셀프, 셀프 인테리어의 장단점

다양한 방식으로 인테리어 해보고 느낀 장단점

내게 맞는 인테리어 범위가 리모델링이라면, 시공 방식을 정해야 한다. 내가 알기론 턴키 / 대행 / 반셀프 컨설팅 / 반셀프 / 셀프 5가지 방식이 있다.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보고 느낀, 각 방식의 장단점을 정리했다


다시 써먹는 인테리어 용어 정리


■ 턴키


인테리어 업체에 원하는 것을 전달하고 시공 과정을 모두 맡기는 방식이다. 


#장점

- 업체가 모든 시공 과정을 맡아줘서, 내가 신경 쓸 게 적다.

- 업체가 디자인을 하고 시공팀과 직접 소통하여, 내가 시공 방식을 잘 몰라도 결과가 나온다.

- 업체가 경험이 많고 전문적이라 인테리어 결과가 좋을 가능성이 크다.

- 업체가 준비한 도면을 보며 디자인 소통을 할 수 있다.

- 보통 1년의 A/S를 보장받는다.


#단점

- 총 시공비용의 15% ~ 20%를 턴키 비용으로 내야 한다.

- 총시공비에 비례해서 턴키 비용이 늘어나므로, 내가 비싼 자재를 택하면 턴키 비용이 같이 커진다.

- 총시공비에 자재의 부가세가 포함되는데, 여기에 비례한 턴키 부가세를 또 내야 한다.

- 실제 지출 내역을 상세하게 알기 어렵다.

- 계약서와 비용 영수증을 안 주는 업체도 있다. 꼭 먼저 확인하고 걸러야 한다.

- 업체가 브랜드를 제약해서 자재를 자유롭게 고르지 못할 수도 있다.

- 따로 확인하지 않으면, 원치 않는 시공까지 하게 된다. 업체 입장에선 트렌드에 맞춘 것이지만.

- 하자 대응을 안 해주거나 사기당하는 경우가 있다.

- 부분 인테리어는 턴키 업체에 맡기기 힘들다. 나는 컨택한 업체에 모두 거절당했다.


#경험담

부모님 댁에서 2번의 턴키 공사를 간접 경험하고, 올해 신혼집 전체 인테리어를 턴키로 진행하려다 말았다. 업계 관행인듯한 계약 구조가 소비자로서 아쉬웠기 때문이다. 


한 업체와 상담할 때 내가 '르그랑'을 모르자 담당자분이 검색해서 보여주셨는데, 검색된 가격보다 견적서 청구금액이 몇 천 원 비쌌다. 업체가 소비자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받을 것 같은데, 혹시 여기서 추가 이윤을 내시는 건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싱크대 상판을 인조대리석에서 엔지니어드스톤으로 바꾸면, 비싸진 자재비만큼 턴키 비용이 커지는 것도 이상했다. 업체에선 똑같은 도면을 그리고 똑같이 하부장에 올릴 것 같은데, 왜 더 비싸지는 걸까? 한 업체에선 "비싼 자재는 그만큼 시공 경험이 적어 신경 써야 할 게 많기 때문"이라 답변 주셨는데, 저렴한 자재는 모두 다 경험해 보신 걸까? 나로선 이해하기 힘들었다. 자재의 소비자가에 부가세가 붙어있을 텐데 여기서 15~20%를 턴키 부가세로 또 내야 하는 것도 이중과세라 느꼈다.


부모님 댁은 분양받은 집을 '구경하는 집'이 되는 조건으로 50% 금액에 인테리어 했다. 이 업체는 계약서와 영수증을 안 줬다. 그래서인지 하자 생겼을 때 연락을 잘 안 받았다. 철거만 해놓고 연락 두절되는 사기 업체도 있다니 시공을 끝까지 해준 것이 그나마 다행인 걸까. 적지 않은 금액을 턴키 비용으로 쓰고도 이런 위안을 삼아야 하는 게 속상했다. 마이너스 옵션이 아니었기에, 멀쩡한 새 집을 뜯어고친 것도 아깝다. 그 돈을 차라리 좋은 가구나 홈스타일링에 쓰는 게 나았을 것 같다. 3인치 조명도 불필요하게 많이 달아서, 스위치 3개는 쓸 일이 없었다.


두 번째 턴키 업체는 오래된 아파트로 이사 갈 때 계약했다. 시공 결과는 만족스러웠는데, 오래된 아파트에 시스템 에어컨은 시공 못한다고 했다. 이번에 비슷한 연식 아파트를 리모델링하며 알아보니 '단내림'으로 시공할 수 있는 거였다. 당시 턴키 업체가 정말 몰랐을까 미스터리다.


유튜브에 좋은 꿀팁과 시공 노하우, 사례를 공유해 주신 좋은 업체들도 많다. 여러 업체에 의뢰했지만 지역, 예산, 시공기간 등의 이유로 계약하지 못했다. 만나 뵙고 상담한 같은 지역의 업체들도 24평에 5천 ~ 7천의 견적을 주셨다. 5천은 가장 욕심을 덜고 받은 견적이라 선뜻 계약하지 못했다. 이왕 비용 쓸 거면 하고 싶은 거라도 다 해보고 싶기에 고민됐다.



■ 대행


업체나 전문가에게 인테리어 시공 과정 전체나 일부를 맡기는 방식이다. 


#장점

- 인테리어 방향을 주도하되, 내 상황에 필요한 부분만 대행할 수 있다.

- 시간, 비용, 지식이 부족할 때 턴키보다 적은 비용으로 전문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시공비와 자재비를 직접 결제하고 상세 내역을 받을 수 있다.

- 감리를 대행하면 하자를 줄일 수 있다.

- 공정 관리를 대행하면 시공팀과 직접 소통하는 부담을 수 있다.


#단점

- 업체/업자마다 업력, 계약방식, 보장조건이 다르다. 정보 탐색이 필요하다.

- 검증된 감리, 셀인대행 업체/업자가 아직 많지 않다.

- 시공 디테일은 내가 챙겨야 한다. 


#경험담 *직접 경험하진 못해서, 검토하며 찾은 정보를 정리했다.

- 행위허가 신청, 주민 동의서 취합을 전문적으로 해주는 업체가 있다.

- 도면 디자인도 대행 가능하다.

- 턴키 업체도 견적서에 5~10%를 감리비 항목으로 표시할 때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반셀프 인테리어를 할 때 이 비용으로 감리사만 고용하기도 한다. 감리사는 목수 경험이 있는 분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 최근 '셀인대행'이란 키워드로 반셀프 인테리어 전체 공정을 대행해 주기도 한다. 비용은 감리비와 비슷하게 받거나 고정가로 받는 것 같다.



■ 반셀프 컨설팅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으며 반셀프로 시공하는 방식이다.


#장점

- 인테리어 방향을 주도하되, 내가 모르는 것을 전문가에게 물어볼 수 있다.

- 비용, 지식이 부족할 때 턴키보다 적은 비용으로 전문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전문가의 도면을 보며 디자인 미팅을 할 수 있다.

- 소비자가 컨택하기 어려운 전문 시공팀을 소개받을 수 있다.

- 시공 디테일은 전문가가 직접 소통하여, 내가 시공 방식을 잘 몰라도 결과가 나온다.

- 시공비와 자재비를 직접 결제하고 상세 내역을 받을 수 있다.

- 원하는 자재 브랜드가 업체와 협력 관계라면, 소비자가보다 할인받을 수 있다.

- 철거, 목공, 가구 등 주요 공정은 전문가가 직접 확인한다.


#단점

- 내가 원하는 시공에 대한 조언을 받는 것이기에, 신경 쓰는 만큼 퀄리티가 나온다.

- 민원 등 현장 대응을 직접 해야 해서 공정 초반에 시간을 융통성 있게 쓸 수 있어야 한다.

- 업체/업자마다 업력, 계약방식, 보장조건이 다르다. 정보 탐색이 필요하다.

- 검증된 컨설팅 업체/업자가 아직 많지 않다.

- A/S를 보장받으려면 별도 비용을 내야 한다.


#경험담

나는 지금 반셀프 컨설팅으로 인테리어를 하고 있다. 저번 주에 목공이 끝났다. 상상했던 모습이 현실이 된 걸 보니 즐겁다. 전문적인 시공 방식에 대해 소통하는 부담 없이, 어떤 집을 만들고 어떤 재료를 쓸 것인가에 집중할 수 있어 개인적으론 무척 즐겁다. 소음으로 인한 민원 대응은 3번 했고, 현장에 갈 일도 생각보다 많지 않다. 자세한 후기는 공사가 끝나고 따로 쓰겠다.


컨설팅해 주신 대표님이 '아직 실험적인 방식이라 할인' 해주셨는데, 벌써 비용 이상의 혜택을 봤다고 느낀다. 내가 뭣도 모르고 잘못 결정했을 것들을 막아주시고, 전체 인테리어를 할 때 미리 신경 써야 할 것들을 알려주셨다. 예를 들면, 철거하고 외벽 쪽 금을 2개 발견했다. 난 태평해서 뭐 설마 무너지겠어하고 넘어가려 했는데, 대표님이 "실금이라 안 무너지겠지만 습이 찰 수 있으니, 비용 괜찮으시면 방수하고 목공 하는 게 좋다."라고 조언하셨다. 반셀프였다면 영영 놓쳤을 곰팡이 방어력을 50만 원에 올렸고, 개인적으론 만족한다.


궁금한 게 생길 때마다 여쭤보는데, 꼼꼼히 답변해 주셔서 감사하다.



■ 반셀프 (직영)


시공만 전문가에게 맡기고 나머지는 직접 하는 방식이다.


#장점

- 시공비와 자재비 외에 비용이 들지 않는다.

- 셀프로 시공하기 어려운 공사를 전문가에게 맡길 수 있다.

- 원하는 부분만 골라서 시공할 수 있다.

- 원하는 자재를 쓸 수 있다.

- 시공비와 자재비를 직접 결제하고 상세 내역을 받을 수 있다.

- 공정을 내가 주도하므로 사기당할 위험이 적다.


#단점

- 시공팀을 직접 섭외해야 한다.

- 내가 모르는 만큼 하자가 생긴다.

- 내 디자인 감각이 부족하면 시공비를 많이 쓰고도 결과에 불만족할 수 있다.

- 공정을 계획하고, 자재를 선택하고, 시공팀과 소통하고, 시공내용을 감리하는데 시간과 품이 든다.


#경험담

나는 신혼집을 반셀프로 부분 인테리어 했다. 부엌, 거실만 턴키에 맡기려 했는데, 컨택한 업체 모두 부분 인테리어는 하지 않는다고 거절해서 어쩔 수 없었다. 철거, 새시, 전기, 목공, 타일, 도배, 가구 업체를 직접 섭외했다. 나름 공부했지만 경험 없이 공사를 주도하다 보니, 직접 망친 곳이 여럿이다. 


가장 크게 망친 것은 주방이다. 배기 구멍 위치를 확인하지 않고 주방후드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이걸로 생긴 하자만 3개다. 기사님도 엄청 불평하셔서 민망했다. 일단 배기 구멍이 천장에 있지 않아 주방 후드를 잘라냈다. 자를 때 불똥이 타일에 튀어 3년이 지난 지금도 지워지지 않는다. 내가 직접 도면을 그려 가구업체에 주문한 싱크대 상부장도, 덕트에 길을 내주려 잘라냈다. 기사님이 대충 잘라내셔서 지금도 덕트가 좀 눌려있다.

망한 반셀프 인테리어의 예


주방 타일도 붙여야 하는 범위를 잘 몰라서 시공 1번에 끝낼 작업을 한 번 더 하느라 추가 비용도 들고 시공 일정도 꼬였다. 난 싱크대 설치할 부분은 빼고 타일 시공을 해뒀는데, 싱크대 설치팀이 와서 보니 필요한 곳에 타일이 없었던 것이다. 죄송하고 민망하고 혹시 설치가 많이 밀리면 어떻게 하나 마음 졸여야 했다.


이땐 인테리어 예산이 500만 원이었고, 피해 범위가 부엌에 한정되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3년 만에 물가가 급상승해서 예산 10배는 잡아야 할 전체 인테리어는, 도무지 반셀프로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직접 하자를 대량생산하고 후회할 것 같았다. 지금도 반셀프 인테리어를 멋지게 해낸 분들을 보면 그저 존경스럽다.



■ 셀프


재료만 구입하고 나머지는 직접 하는 방식이다.


#장점

- 비용이 가장 적게 든다.

- 시공 일정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천천히 하루에 1시간씩 10일도 가능하다.

- 집 곳곳에 내 손이 닿아 뿌듯하다.

- 원하는 부분만 골라 시공할 수 있다.

- 원하는 자재를 쓸 수 있다.

- 자재비를 직접 결제하고 상세 내역을 받을 수 있다.

- 공정을 내가 주도하므로 사기당할 위험이 적다.


#단점

- 내 머리가 이해하고 기술이 따라주는 만큼만 시공할 수 있다.

- 몸이 힘들다.

- 손재주가 없다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원하는 결과는 얻지 못할 수 있다.


#경험담

나는 신혼집 안방, 작업실, 다용도실 벽을 셀프 페인팅했다. 자재비는 20만 원 정도 썼다. 먼저 입주한 남편이 훨씬 많이 작업했고, 나도 나중에 남편에게 칠하는 법을 배웠다. 벽지 떼고 페인팅해야 예쁘다는데, 실험 삼아 안방 1면의 벽지를 떼보고 너무 힘들어 포기했다. 지금도 벽지 뗀 면의 색이 가장 예쁘지만, 우리 감각이 둔해서인지 벽지 위에 페인트 덧바른 곳도 예뻐 보인다.


셀프는 정말 몸이 고되긴 하다. 퇴근하고 쉬고 싶은데 머릿속에 "페인트 칠해야지~" 하는 압박이 있었다. 페인트 칠이 끝나기 전까지 방을 쓰지 못해, 며칠 동안 거실에서 짐과 함께 자야 했다. 이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긴 했다. 내 손으로 직접 칠한 벽을 볼 때마다 뿌듯한 걸 보면, 체력과 시간과 손재주만 허락한다면 셀프 시공도 할만하다.


팬톤 페인트를 직접 칠하고, 한샘 가구로 채운 20평 신혼집\



계획 세우고 직접 탐색하고 고르는 걸 즐기는 사람에겐 반셀프 / 반셀프 컨설팅을 추천한다. 시간이 부족하거나 잦은 소통이 스트레스라면 예산을 좀 더 잡고 턴키 / 대행으로 진행하자. 만드는 걸 좋아하고 손재주가 있다면 셀프도 즐겁겠다. 자신의 상황에 맞게 인테리어 한다면 효율적으로 만족스러운 집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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