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거주기간에 맞춰 추천하는 시공 범위 + 현금 흐름 조절하기
인테리어 공사를 60% 정도 진행했다. 지금까지의 비용을 중간정산하고 놀랐다. 처음 계획보다 훨씬 많이 썼기 때문이다. 정보를 찾아볼수록 눈이 높아졌고, 하고싶은 것도 많아지긴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호기심 반, 자기합리화 반으로 질러버린 스스로를 반성하며 인테리어 예산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다.
1. 거주 기간 예상하기
학업, 직장, 결혼, 출산 등의 변화가 있을거라면 생각보다 빨리 집을 옮길 수도 있다. 예쁜 집은 홈스타일링으로도 가능하니, 인테리어 예산은 아껴뒀다 오래 살 집에 쓰자. 반대로 오래 살 집이면 새시, 보일러, 단열, 에어컨, 환기 등 설비 예산까지 넉넉하게 준비하는 게 좋다.
독립하고 처음 사는 집, 결혼하고 첫 신혼집이라면 인테리어에 너무 큰 비용을 쓰지 않는 것을 권한다. 생활 패턴과 동선을 파악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필요 없는 붙박이장을 많이 만들거나, 창고로 쓰는 방에 시스템 에어컨을 설치하고 후회한 경우를 봤다. 매도 가격에 반영되면 다행이지만, 아니면 아까울 것이다.
예산이 적다면 눈물을 머금고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우선순위는 다음과 같다. 내가 2024년 2~3월에 실결제한 비용을 함께 기재했으니 참고하자.
#1순위: 설비
오래 살 집이 아니거나, 춥고 더운 것을 견딜 수 있다면 굳이 투자할 필요 없다. 1순위인 것은 살면서 설비를 바꾸는 게 어려워서이다. 나는 새시 수명이 10~15년인 걸 몰라 예산을 적게 잡았는데, 구축이라 새시 상태가 모두 좋지 않아 예상보다 지출이 커졌다.
새시: 약 1천만원 - KCC 발코니창 2개, 이중창 6개, 픽스창2개
보일러: 약 135만원 - 경동나비엔 본체 + 구동기&조절기 4개씩 + 제어기 1개
에어컨: 약 613만원 - LG 휘센 4대
*24평 확장형이라 보일러는 33평용으로 구매했다.
**보일러 열선은 상태가 좋아 바꾸지 않았고, 공조장치는 천장이 낮아 시공하지 않았다.
#2순위: 집 수리
암만 집이 예뻐도 불편하면 순간순간 화가 나고 서럽다. 문이 잘 안 닫히고, 곰팡이가 많고, 벽에 금이 가서 바람이 솔솔 들어오고, 벽지와 몰딩이 뜯어졌고, 가구는 주저 앉았고... 인테리어를 한다면 이런 곳부터 투자하자. 문제가 크지 않다면 대부분 50 ~ 100만원 선에서 해결할 수 있다.
#3순위: 공간 확보
물건이 바닥에, 가구마다 켜켜이 쌓인 집은 보기에도 답답하고 청소하기도 어렵다. 짐을 줄일 수 없다면 예산을 가구나 목공에 투자하여 수납 공간을 확보하자. 수납침대, 수납의자, 천장까지 짜넣은 붙박이장, 천장선반, 가벽으로 만드는 수납 공간을 추천한다.
1.3m 붙박이 신발장; 약 85만원
1.1m 붙박이 옷장: 약 74만원
2m 수납의자: 약 41만원
#4순위: 시각적 가성비
시각적으로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도배, 마루, 공용부에 우선 투자하자. 예산이 적다면 철거, 목공 없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게 좋다. 유튜브에서 '가성비 인테리어'를 검색하면 전문가와 경험자의 조언이 많이 나온다. 금액대 별 추천 영상도 좋고, 1000만원 쓸 곳을 정해주는 영상도 좋다.
#5순위: 편의성 개선
설비공사 때 배수구를 추가하여 보조주방이나 실내용 싱크대를 만들거나, 전기공사 때 콘센트나 인터넷 선 위치를 바꾸거나, 베란다에 단열하고 작은 방처럼 쓸 수 있다. 순위가 낮은 이유는 도배나 마루 공사 전에 시공해야하기 때문이다. 난 안방 베란다에 열선과 인터넷, 전기를 끌어와 작업실로 개조했다.
수도 배수구 설비 및 부분 방수: 약 45만원
안방 베란다 열선: 약 85만원
전기 및 조명 밑작업 인건비 및 자재비: 약 220만원
*전기는 시공내역별 정산이 아니라서, 지불한 전체 비용을 기재했다.
인테리어 과정은 부분유료화 게임같다. 뭔가 결정하려는 순간, 비용을 내면 더 좋아질 선택지가 나타난다. 이 때 지르지 못하면 후회할 것 같은 사람은 미리 여유 자금을 확보해 두자.
자제심이 좋은 사람도 2~3백만원의 여유 자금을 확보해 두는 것이 좋다. 시공 기간이 길어질 수 있고, 철거해야 알 수 있는 것도 나오기 때문이다. 나는 천장을 뜯어보니 생각보다 여유공간이 없어서 에어컨 배관이 지나가는 방은 목공 때 천정 단내림을 해야 했다. 외벽쪽에 크랙 2개가 있어 방수 공사도 했다.
외벽방수: 60만원
예산이 더 필요한데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이 부족하다면 다음을 고려해 보자.
#미래의 내게 맡기기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은 대출일 것이다. 직장인이라면 퇴직연금 중도인출도 고려해 보자. 준비할 서류가 많아 귀찮지만, 집을 살 때 아니면 중도인출하기 어렵다. 난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아서 아쉬움 없이 뺐다. 퇴직 이후는... 미래의 내게 맡겨본다.
#할부 결제
인테리어 시공비는 대부분 일시불로 내야 한다. 하지만 새시, 자재, 도기, 수전은 할부 결제를 받아주는 업체가 있다. 비용이 많이 드는 새시만 할부로 결제해도 현금 흐름에 숨통을 틀 수 있을 것이다. 대신 할부 기간 동안 카드내역을 볼 때 숨이 막힐 수 있으니 주의하자.
#가성비 자재
인테리어 후기에 자주 보이는 브랜드가 있다. 새시는 LG나 KCC, 벽지는 디아망, 문손잡이는 도무스, 레일은 블룸, 스위치는 융... 물론 품질이 좋지만, 가성비 대체제도 있다. 특히 새시의 단열 성능은 상향 평준화되어 시공할 때 폼을 꼼꼼히 쐈는지가 더 중요해진 것 같다. 단가 차이는 샤시연구소에서 볼 수 있다. 난 신혼집 새시를 재현하늘창으로 했는데, 시공팀장님이 작업하신 곳은 단열이 잘 됐고 견습생이 작업한 곳은 약간 바람이 느껴졌다.
#셀프 시공
시간 여유가 있다면 일부는 직접 시공해서 인건비를 아끼자. 웬만한 시공법은 검색하면 다 나온다. 보고 직접 할 엄두가 안 나면 어쩔 수 없긴 하다. 난 화장실 방수시공비가 백만원이 넘길래 놀라서 찾아봤는데, 시공법 보니까 비쌀만 하구나 싶었다.
#미루기
조명, 도어락, 인터폰, 수전같은 건 살면서 바꿔도 된다. 자금이 생길 때마다 하나하나 업그레이드 하자. 심지어 살다보면 거슬리지 않아서 잊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