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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활효율연구소 May 21. 2024

고생을 줄이는 인테리어 시작 가이드

리모델링 인테리어를 다시 한다면, 처음부터 고려하고 싶은 것들

긴장하고 지켜본 반셀프 전체 리모델링 공사가 끝났다. 돌이켜보니 '이걸 미리 생각했다면 여기저기 급하게 연락하는 고생을 덜 했을 텐데' 싶은 것들이 있다. 같은 고생을 하는 분이 줄길 바라며, 인테리어 공사가 처음이라 막막하신 분들께 전하고픈 내용을 정리했다.



1. 목표 정하기


당신은 인테리어 공사로 무엇을 얻고 싶은가? 자재비와 인건비가 올라 비용도 많이 들고, 자칫 잘못 시공할 위험도 있고, 새집증후군도 감내해야 한다. 그럼에도 공사를 하는 이유는 크게 4가지일 것이다. 이들의 우선순위를 정하면, 예산과 일정을 조율하고 자재를 선택할 때 도움이 된다.


# 수리

낡거나 고장 난 것을 고친다. 새시 수명은 10~15년이고, 보일러는 7~10년마다 바꾸는 게 좋다. 문이 뻑뻑하거나, 어딘가 곰팡이가 잘 생기거나, 타일이나 변기가 깨지거나... 살면서 보고 싶지 않은 것을 줄인다.


# 효율

집에 기능을 더한다. 동선을 바꾸거나, 수납공간을 만들고, 보일러관을 확장하고, 공조시설을 설치하고, 수도배관을 늘리거나 위치를 바꾼다.


#감성

심미적인, 감성적인 만족을 얻는다. 선, 색상, 감촉, 빛. 구성원의 취향에 맞춘 공간을 만든다.


#투자

사람들이 선호하는 공간 디자인으로 부동산 가치를 높인다.



2. 디테일 정하기


어떤 집에 살고 싶은 지 좀 더 구체적으로 정하자.  '수리'나 '효율'이 목표라면 무엇을 어떻게 바꾸고 싶은 지 적어둔다. 막연하다면 아래 6가지 질문에 답해보자. 공사 전에 당신이 결정해야 하는 것이 뭔지 윤곽이 잡힐 것이다.


#어떤 색 공간에 살고 싶은가?

타일, 필름, 도배, 페인트, 마루, 가구 전에 정하자. Pinterest에서 'house color palettes'를 검색해서 취향에 맞는 색조합을 찾으면 된다. 못 정하겠거나 잘 모르겠으면 벽지나 필름은 흰색, 욕실은 밝은 색, 현관은 먼지색이 무난하다. 가구, 천, 소품으로 색을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완벽한 선과 면을 추구하는가?

목공 전에 정하자. 벽과 천장, 바닥선이 직각으로 딱 떨어져야 하는가? 벽지 들뜬 그림자가 눈에 보이는가? 무몰딩이 좋은가? 시각적 완벽함을 추구할수록 시공비는 올라간다. 아래 사진의 집에 살아도 만족할 것 같다면, 목공비를 가구나 정리 컨설턴트에게 쓰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몰딩이 있어도 예쁜 집 ⓒ 오늘의집 sshinsy세영 님
몰딩이 있어도 깔끔한 집 ⓒ 와타나베 유코, 『집의 즐거움』 (책읽는수요일, 2016)


#원하는 수납공간과 동선이 있는가?

철거, 설비, 전기, 목공, 가구 전에 정하자. 공간을 만들기 위해 비내력벽을 철거하거나 가벽을 세우고, 설비나 전기를 연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싱크대 등 맞춤가구를 만들 때 원하는 구조가 있다면 가구팀에 미리 전달해야 한다.


#유지관리비에 신경 쓰는가?

새시, 돔/도기, 조명, 중문 전에 정하자. 단열효과가 좋은 새시, 모헤어가 꼼꼼히 들어간 중문이 냉난방 효율을 높이고, 절수형 변기와 수전이 수도비를 줄이고, 절전 콘센트가 전기비를 줄인다. 원하는 제품은 직접 주문해야 할 수도 있다.


#공기질에 신경 쓰는가?

철거, 설비 전에 정하자. 20년 넘은 구축은 환기 설비가 없고 천장이 낮아 설치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건축법 개정으로 2006년 이후 30세대 이상 공동주택엔 환기 설비가 있지만, 제 기능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다양한 공기정화 방법 중 천장에 전열교환기를 설치하는 게 시각적으로 가장 깔끔하다. 완벽한 방식은 아니라고 하니 필요에 따라 정하자.


#가구와 가전을 어디에 둘 것인가?

전기, 가구 전에 정하자. 기껏 집을 깔끔하고 예쁘게 만들었는데 침대나 옷장을 놓을 자리에 콘센트가 있어 벽에 멀티탭을 붙여야 한다면...? 전기공사까지 했는데 가전제품 놓을 자리가 콘센트랑 멀어 전선이 노출된다면? 싫다면 번거롭더라도 가구와 가전 자리를 공사 전에 정하는 것이 좋다.



3. 시공범위 정하기


소비자 입장에서 인테리어 공사는 크게 6단계로 체감된다. 당신의 주거 환경에 필요한 공정을 확인하자. 24평 전체 리모델링의 실제 시공 일정을 참고사례로 넣었다.


#1단계: 전처리

설계와 행위허가로 공사를 준비한다. 집을 크게 바꿀 경우 인테리어 업체와 계약하거나, 시공팀과 소통할 설계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거창하거나 전문적일 필요는 없고, 내가 원하는 게 정확히 전달되기만 하면 된다. 행위허가는 관련 법을 참고하여 필요한 경우에만 신고하면 되고, 대행업체에 맡길 수 있다.


#2단계: 밑작업

철거, 설비, 전기, 창호(새시), 목공, 외벽방수로 집의 뼈대와 혈관을 잡는다. 얼마나 많은 곳에 뭘 할지 정해야 한다. 내가 정한 만큼 비용이 올라간다. 시공팀은 요청받은 것만 건드리기 때문에 매일 현장을 보는 게 좋다. 내 경우, 철거 첫날 저녁 현장에 가니 처음 보는 가벽이 있었다. 철거팀이 붙박이장 안에 있던 가벽은 논의한 적 없으니 그대로 둔 것이다. 철거&설비 일정이 2일이라 둘째 날에 철거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여 설비와 철거를 병행하는 업체와 계약하면 좋다.


*실제사례: 철거·설비(2일) → 전기(2일) → 창호(1일) → 외벽방수(1시간) → 목공(7일)


#3단계: 외관

타일, 필름, 페인트, 탄성코트, 도배, 마루로 집에 피부를 입힌다. (내가 정한 자재비) x (시공면적) 만큼 비용이 나간다. 예산이 부족할 땐 2단계에 투자하는 걸 추천한다. 변화를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다.


*실제사례: 타일(4일) → 필름(2일) → 탄성코트(1일) → 도배(2일) → 마루(1일)


#4단계: 급한 시설

도기, 맞춤가구, 조명, 빌트인 가전, 도어록, 인터폰 등 없으면 생활이 어려운 시설을 설치한다. 욕실 도기는 타일과 함께 시공하는 경우도 있다는데, 나는 직접 주문한 욕실 가구와 도기가 많아 일정을 따로 잡았다. 인터폰 자리에 타공이 필요하다면, 벽 외관을 마감하기 전에 챙겨두자.


*실제사례:  돔·도기(1일) → 부엌 미드웨이(반나절) → 가구(3일) → 조명(1일) → 도어록·인터폰 (1시간)


#5단계: 후처리

폐기물, 입주청소, 실리콘으로 공사현장을 정리한다. 반셀프 인테리어를 한다면 벽과 마루 작업 직전에 한 번씩 폐기물을 비워주자.


*실제사례: 도배 직전 폐기물 1차 수거(2시간) → 마루 직전 폐기물 2차 수거(1시간) → 조명 직후 입주청소(1일) → 실리콘 (반나절)


#6단계: 덜 급한 시설

커튼, 중문, 선반은 살면서 설치해도 늦지 않다. 중문은 큰 가구나 가전이 모두 집에 들어온 후 설치하는 게 짐 운반하기 편하다. 커튼은 전문 업체에 실측과 설치를 맡겨도 되고, 직접 실측하고 주문해서 선반과 함께 설치 의뢰하면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나는 빨래 건조대, 무지주 선반, 뒤늦게 필요를 느낀 블라인드 1개를 기사님 오신 김에 모두 설치했다.



4. 일정과 예산 정하기


공사하고 싶은 걸 정했다면, 일정과 예산을 계획하자. 일정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최대한 확보하는 게 좋고, 예산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정한다. 예산 정하는 효율적인 방법은 글이 길어져 따로 정리했다.



5. 전문가에게 상담하기


공사 규모가 크다면 설계와 감리를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안전하다. 반셀프를 하기로 마음을 굳혔더라도,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나 조언을 들을 수 있어 인테리어 업체에 상담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시공팀을 직접 컨택할 때 비용을 비교할 수 있는 견적도 받을 수 있다.



이 외에는 아는 만큼 보게 된다. 개인적으론 너무 많이 아는 것도 독이었다. 선택 장애로 고민한 시간이 꽤 된다. '감성'을 채우는 게 최우선 목표가 아니라면, 무난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자재를 적당히 선택해도 충분하다. 새로운 분야를 아는 게 흥미롭다면 인테리어 자재의 세계도 즐거운 개미지옥이다. 당신의 성향에 맞게 집을 만드는 과정을 즐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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