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쓸모 있게 다듬어 고친 집 이야기
반셀프로 인테리어 공사를 끝내고 이사한 지 벌써 4주가 지났다. 집을 어떻게 바꿀지 하나하나 직접 정했는데, 반셀프 컨설팅 덕분에 큰 문제없이 마무리했다. 살면서 발견한 문제들도 각 팀에서 A/S 해주셨다. 이제 다 끝난 느낌이라 후기를 남긴다.
우리 집은 게임 개발자 부부와 아이 둘이 있는 4인 가구다. 인테리어 목표는 방 3개짜리 아파트를 방4개처럼 쓰는 것. 그래서 부부방, 아이방2개, 작업실을 분리하길 바랐다.
방 4개짜리 집도 봤지만 역시 비쌌다. 예산에 맞는 집은 출퇴근이 너무 힘들어졌다. 여러 집을 둘러보며 고민하던 차에, 괜찮은 위치의 방3개 24평 구축 매물을 만났다. 광폭 발코니라 안방 발코니가 책상 2개를 충분히 넣을 크기였다. 안방 안쪽에 있어, 아이들이 잘 때 들키지 않고 컴퓨터를 쓸 수 있어 좋았다.
결국 30평대 대신, 이 24평 집을 사고, 그 차액으로 전체 인테리어를 하기로 했다. 다행히 짐이 적은 편이라 결심이 쉬웠다. 집이 작아지면 관리할 면적이 줄어드는 것도 워킹맘에겐 매력적이었다.
인테리어 비용이 늘어나는 마법의 주문이 있다.
"일생에 한 번"
"지금 아니면 언제?"
"공사하는 김에"
원래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어 기회가 되면 해봐야지~ 하던 것들이 있다. 무몰딩, 광폭 마루, 1200각 타일, 라인 조명, IoT 조명, 인조대리석이 아닌 싱크대 상판, 직배수 로봇청소기를 넣을 싱크대 하부장, 다용도실 보조주방의 초음파 식기 세척기, 외투를 넣을 수 있는 현관 수납장.
작은 집에서 저비용으로 실험해 봐야, 언젠가 더 큰 집을 고칠 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겠지~ 하고 자기 합리화를 했다. 공사하는 김에 이것도 저것도 해봐야지... 하다 보니 일이 점점 커졌다.
1) 현관
현관엔 중문을 설치했다. 친정집에 3연동 중문이 있었는데 여닫는 게 귀찮아서 열고 지내셨던 걸 보고, 폴드 스윙도어로 골랐다. 어깨나 팔꿈치로 열 수도 있고, 자동으로 닫혀서 편하다. 단점은 우리 집처럼 현관에 걸쳐 문을 접어야 하면, 신발이 끼이지 않게 발매트를 깔아야 한다.
원래 문풍지 도어 유튜브 보고 여기서 시공하고 싶었는데, 1년 기다려야 한 데서 포기했다. 방문은 영림 거라 중문도 여기서 할까 했는데, 강남 전시장 중문 시공 사태가 좋지 않아 관뒀다. 다음으로 문다소몰 전시장이 그나마 가깝길래 갔다가 만듦새가 괜찮길래 계약했다.
벽이 온통 흰색이라 그린+골드 조합을 골랐는데 예쁘다. 시공기사님이 고객의 80~90%가 흰 중문을 설치한다고 하셨다. 남편이 너무 흰색만 있으면 정신병원 같으니 컬러 넣자고 해서 녹색 골랐는데 만족한다. 현관에 오갈 때마다 싱그러운 녹색에 기분이 좋다.
현관엔 회색 타일 (윤현상재, 이모션 그레이)을 깔았다. 신발장은 깊이를 최대한 넓게 짰다. 외투, 보냉백, 접이식 카트를 현관에 보관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존 신발장은 깊이가 30cm쯤 됐는데, 뒤에 목판을 대지 않고 앞을 꽉 채우니 50cm까지 확보됐다. 덕분에 집 밖에 나갈 일이 있는 물건을 거의 현관에 보관할 수 있다.
신발장 한편은 뚫어서 안쪽에 거울을 달았다. 깊은 곳엔 장식품을 놓고, 손이 닿는 곳엔 나갈 때 가져갈 물건을 임시로 올려둔다. 두 아이의 어린이집 가방이 딱 들어가서 요긴하다.
현관 앞 분전함은 인테리어 소장님의 조언으로 가렸다. 분전함 주변을 철거하니 위아래를 스티로폼으로 채워놨었다. 이걸 빼고 목공으로 틀을 잡고 목공으로 틀을 잡고, 가구 할 때 문과 선반을 달았다. 깊이 7cm의 얕은 공간이라 약을 수납했다. 한눈에 볼 수 있어 편하다.
2) 거실
공용부인 거실엔 몰딩을 없애고 라인 조명을 넣었다. TV대신 프로젝터를 쓰기 때문에 벽을 흰색으로 도배했다. 난 선택지가 합지랑 실크벽지만 있는 줄 알았는데, 소장님이 알려주셔서 패브릭 벽지 (BELMAS, #69 DFR1058-11)를 시공했다. 5m까지 이음매가 없고, 벽에서 뜨는 부분이 적어 깔끔하다.
패브릭 벽지라 화면이 롤 스크린만큼 선명하다. 집이 영화관 같다. 아직 아이들이 어려 영상물 노출을 자제하고 있는데, 나중에 함께 즐길 수 있길 기대한다. 지금은 거실을 마당처럼 쓰고 있다. 1층이라 뛰놀기도 좋다.
3) 부엌
부엌은 우드 & 화이트 콘셉트다. 미드웨이와 상판에 콘크리트 느낌의 엔지니어드 스톤 (KCC 센스톤, 콘크리트 화이트)을 얹었다. 벽에 음식이 튀어도 닦기 쉽도록 벽엔 필름 (영림, PS120)을 시공했다.
부엌엔 가벽을 2개 세웠다. 하나는 거실에서 싱크대를, 하나는 다용도실 가려준다. 둘 다 반셀프 컨설팅 현장 미팅 때 소장님이 제안하셨다. 솔직히 처음엔 굳이? 싶었는데, 디자인 미팅 때 스케치업 도면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 확실히 깔끔해 보인다. 지금은 부엌과 다용도실에 색이 많아서, 더욱 하길 잘했다 생각한다. 살림살이가 망가지면 하나씩 단아한 색으로 바꿔야겠다.
상부장 간접조명은 가구 대표님이 무조건 해야 한다고 추천해 주셔서 기세에 눌려 넣었다. 써보니 예쁘기도 하고, 자기 전에 은은한 불빛 아래 부엌을 쓸 수 있어 좋다. 라인조명은 밤중에 켜기엔 너무 밝다. 하부장엔 로봇청소기 직배수키트를 설치해서 로망을 실현했다. 오수통을 비우지 않아도 돼서 무척 편하다.
4) 다용도실
다용도실은 반은 세탁실, 반은 보조주방이다. 배수, 하수관 설비를 추가하고, 바닥은 반만 난방을 확장해서 보조주방을 만들었다. 다용도실에 마루가 있으니 물 쓸 때 신발 신지 않아도 돼서 편하다.
세탁실엔 수납만 생각하고 붙박이장을 짰는데, 보일러가 고장 나면 철거해야 할까 봐 좀 떨린다. 동선엔 이동식 수납가구를 넣는 게 낫겠다.
세탁실은 물 쓰는 공간이라 아쿠아 컬러 타일(윤현상재, 할리퀸 블루)을 골랐다. 소장님은 세탁수전이 낡았으니 커버 교체하면 깔끔하다고 조언 주셨는데, 옆에서 보니 안 거슬려서 그냥 뒀다. 지금 봐도 세탁기 그림자에 가려져 눈에 띄지 않는다.
보조주방엔 초음파 식기 세척기를 설치했다. 부엌이 작아 하부장에 식기세척기 넣을 자리가 없고, 위에 올리자니 눈에 너무 띄는 게 싫었다. 초음파 식세기는 비싼데 후기가 많지 않아 도박하는 심정으로 질렀다. 써보니 우리 집 생활 패턴엔 딱 좋다. 식기세척은 기본에 과일, 야채, 젖병 소독까지 다 해준다.
5) 안방
공용부 벽엔 패브릭 벽지와 필름을 썼는데, 각 방은 일반 벽지로 도배했다. 몰딩도 얇게 넣었다. 시스템 에어컨을 넣느라 모두 천장을 단내림 했다. 작업실로 가는 동선엔 바닥을 비우고 무지주 선반에 공유기를 올렸다.
발코니 쪽 새시엔 커튼을 2개 달았다. 안방 쪽엔 롤 블라인드를 달아 벽처럼 만들었다. 새시 길이의 암막 커튼은 작업실 쪽에 달았다. 자는 사람이 있을 때 작업실 불빛이 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6) 안방 작업실
안방 발코니에 바닥 난방을 확장하고, 천장과 벽에 단열해서 작업실을 만들었다. 인터넷 선도 끌어오고, 벽에 4구 콘센트를 넣어 멀티탭 없이 PC와 모니터를 쓸 수 있다.
바닥 타일 (윤현상재, 요트 클럽 도라토)은 샘플 사진의 휴가지 느낌에 반해 골랐는데, 좁아서 느낌이 안 산다. 천장 조명은 스위치 배선이 안방 입구 쪽에 있어서, 작업실에서 켜고 끌 수 있게 리모컨 있는 걸 골랐다.
겨울에 집을 사서 몰랐는데, 봄에 이사오니 창밖에 나무가 가득하다. 숲 속에서 일하는 기분이다. 창고엔 드나들기 편하게 커튼을 달았다. 타일에서 실패한 휴가지 느낌을 커튼 패턴으로 채웠다.
밤에 아이들 재우고 아이방 문, 안방 문, 작업실 새시까지 닫으면 소리가 거의 새나가지 않는다. 너무 안 들려서 아기 우는 소리 듣기 위해 문을 열어둘 정도다. 이 공간을 만들기 위해 시작한 인테리어라 무척 만족스럽다. 지금도 글 쓰는 중간중간 고개를 들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살구나무와 홍단풍이 있다.
7) 아이들 방
아이들 방은 모두 같은 구조다. 작은 아이 방엔 원래 통새시가 있었는데, 안방 작업실처럼 픽스창과 목공으로 가리고 반창으로 바꿨다.
철거하고 새시를 설치하니, 창틀이 벽보다 5cm 정도 튀어나왔다. 이 공간이 아까워서 벽을 보강하고 붙박이 책장을 만들었다. 수납공간을 띄워서 바닥을 최대한 넓게 쓰는 게 목표다. 아이들이 자라면 책장 아래에 침대나 책상을 넣을 생각이다.
8) 욕실
욕실은 모두 1200각 타일(윤현상재, 이모션 화이트)로 줄눈을 최소화했다. 안방은 바닥도 같은 타일을 썼고, 거실은 목재 느낌 타일(윤현상재, LEGNO B)이 있길래 신기해서 깔아봤다.
욕조가 없어서 거실에 설치하고 안방은 변기가 있는 샤워부스라 생각하고 벽을 최대한 비웠다. 휴젠뜨 환풍기를 쓰니 수건걸이 안 써도 될 것 같아 작은 옷걸이를 설치했는데 깔끔해서 좋다. 욕실 제품들은 쓰면서 장단점을 느끼고 있는데... 말이 길어질 것 같아 나중에 따로 정리하겠다.
쓰고 보니 무척 긴 글이 되었다. 모두 읽어주신 분이 계신다면 정말 감사하다. 한 달 동안 살아보니 집안일에 쓰는 시간이 줄어 무척 만족스럽다. 바닥에 가구와 물건이 많지 많지 않아 로봇청소기 돌리기 편하고, 초음파 세척기가 재료 준비와 정리 시간을 줄여줬다. 따로 포스팅하겠지만 인테리어 비용을 예상보다 많이 썼다. 생활이 편해진 비용이라 생각하면 나쁘지 않을지도... 라며 정신승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