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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탐구18-노화와 인공지능

by 작가 지상


오늘도 똑같은 일상이다.내일도 그럴 것이다. 시간은 휙휙 잘 간다. 사실, 앞날, 온갖 것을 따지고 상상하면 불안하고, 허전하고, 막막하다 그런데도 마음은 그런대로 편하다. 왜?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노력과 함께 기울어지는 삶에 대한 체념과 방기가 함께 가기 때문인 것 같다. 혹은, 젊은 시절, 내 멋대로 살아본 경험이 함께 해서인지도 모른다. 나는 배낭 메고 관광이나 여행이 아닌, 기약없는, 대책없는 방랑, 방황을 하는 것이 젊은 시절, 내 인생의 꿈이었다. 내 기질 때문이기도 하고, 헤르만 헷세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싯다르타 등의 문학 작품 때문인지도 모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불안하고 우울한 집안 환경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인생에 대한 여한은 없다. 멀지 않아 죽는다 해도 그럴 것 같다. 다만 죄책감과 우려가 남지. 내가 내 멋대로 사는 동안, 속을 끓이고 애가 탔을 부모님 생각을 하면 지금도 괴롭다. 내 나이 대의 장남에 대한 부모님들의 애착은 지금 상상하기 힘들다. 나는 그것이 싫어서 토낀 측면도 있고...그만큼 부모님들은 오로지 자식을 위해서 지독한 고생을 하며 희생했었는데...지금 내가 그 나이 되니, 죄책감을 늘 느끼게 된다. 어쩔 수 없는 운명이다. 또 혼자 남아서 살아갈 아내를 생각하면...그런데 그런 감정조차 다 과잉인지도 모른다. 이 시대 대개의 사람들이 결국 혼자 남고, 혹은 나이들어 결혼하지 않고, 혼자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괴롭지 않다해도 결국 외로움은 피할 수 없다. 결국, 사람들은 다 자기 몫은 치러야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마음이 담담하다. 지금 건강한 노인들도 앞으로 언제 아플지도 모르고...지금 아픈 나도 또 건강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어차피 나이가 점점 들면 노화는 피할 수 없으며 다 가게되는 거다. 그러니 다시 건강해진다고 '앗싸!' 하며 살아갈 처지가 아니다. 젊다면 모를까, 이제 노화, 노쇠,병을 직접 뼈저리게 겪는 입장인데...어찌 그것을 쉽게 잊겠나.


50대 후반 60대 초반 때던가?...젊음이 부러웠던 적이 있다. 나도 저런 젊은 시절이 있었지...그러나 돌아갈 수 없는 시절...하면서. 그러나 60대 중반 넘어오면서, 이제 그들이 부럽지 않다. 인스타그램 같은 것을 보면 늘 먹는 이야기, 여행 이야기만 올려서 '다들' 행복해 보이지만, 사실, 그건 순간일 뿐. 긴 시간의 흐름, 혹은 그때그때 변하는 몸상태, 기분, 건강, 경제적 사정은 늘 변한다.


하여, 나는 그들의 생활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겪는 고통, 고민같은 것을 상상한다. 나도 그랬으니까...그리고 노후가 되어, 병과 고독 혹은 외로움, 집안 관계, 갈등, 고독사...죽음이 아니라, 죽는 과정에서 귀찮은 것들, 수모.....이런 것을 맞이하게 되는 것을 상상하면 다 측은하게 보인다. 나는 우리 부모님 돌아가시는 과정에서 그것을 분명히 목격했었다. 죽음을 앞에 두고 속수무책 그 황망한 시간을 견뎌야 했던 부모님들의 심정을.....그리고 이제 그것은 나나 우리 모두가 분명히 거쳐가야 할 다리임을 알기에... 하지만 운이 좋아서, 평안하게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하늘의 복을 받은 분들이다.


내가 10년, 20년 후쯤 이런 이야기를 좀더 진지하게 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아닌 것 같다. 지금은 좀더 몸 관리하고, 뭐라도 하면서 더 잘 살려고 노력할 시기라는 것을 안다. 죽음과 병에 대한 우려와 함께 밝은 삶의 기운이 필요한 시기다. 젊은 친구들도 그렇다. 몇년 전에 지인들과 그런 이야기 하는데, 40대 중반의 싱글이 힘들어 했다. 혼자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노후에 병들고, 고독사 하는 상황을 상상하면 너무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더 즐거운 것을 찾는 것 같다. 여행하고, 맛있는 것 먹고...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잊고 싶은 거다. 사실, 앞으로의 우울한 미래를 생각해보았자 뾰족한 답은 없다. 그러니 잊거나...카르페 디엠을 외친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솔직해지자. 카르페디엠도...다 돈의 여유, 건강해야 신나는 거다. ㅎㅎ...돈 없고, 아프면...현재는 즐기는 것이 아니라, 고통스럽고 누추한 순간을 견뎌야 하는 시간이 된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는 사람들은 인스타그램 같은 세상에는 없다.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그러니까 세상이 다 그런 줄 알지만...천만에, 현실은 다른 것이다.


그러니 땀흘리며 일하고, 고민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위축될 필요 없다. 늘 맛잇는 것 먹고, 여행다니면서 행복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 알고보면 그들도 또 삶속에서는 다 고민하고, 땀흘리며 살았을 것이다. 다만 좋은 순간만 보여주는 것이지...(혹은 어떤 텔레비전 프로그램 보니, 허세에 쩔어서 빚내서 차 몇번씩 바꾸고, 해외여행하며...팔로워 수 신경쓰는 관종들도 있다 한다. 그건 정신 치료를 받아야할 정도라는 평도 받았다고 한다. )


중년이 되면 아프고, 갱년기 접어들면 점점 위축이 된다. 병이 들고, 수술 받아야 하고, 입원해야 하는데...돈 없으면...그게 뭔가? 집안 형제 자매에게 손 벌리는 심정은?...문제는 나이 들어갈수록 병원 신세 질 일이 갑자기 닥쳐 오더라는 것. 큰 병이야 죽을 각오하겠지만 잔병들은..안 고칠 수도 없고...다 그런 구조로 들어가게 된다. 젊을 때는 까짓것, 한 번 죽지 두번 죽냐...하는 정신으로 호기롭게 살지만, 또 그렇게 사는 것이 보기 좋지만...인생의 문제들이 구체적으로 다가오는 순간, 구체적인 절차, 과정이 지겹고 황망하다는 것. 또 젊은 시절에는 통장에 돈 조금만 있어도 많은 것처럼 여겨지지만...점점 나이들수록 큰 돈 쓸일이 생기면, 그게 별거 아니라는 것을 감지하기 시작한다. 중년부터의 변화다. 어쩔 수 없다. 다 겪어내야 하고, 나름대로의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런데 너무 이런 걱정거리를 앞 당겨서 고민하기 시작하면 골치가 아프다. 그래서 잊고 싶다. 잊어야 한다. 그래야 산다. 그렇지 않으면 정신병 걸린다. 여행도 하고, 술도 마시면서 풀어야 한다. 그런데 정도의 문제고, 각자의 사정에 따라 다 다르다.....어쨌든 뭐라도 부지런히 하면서 사는 건데...그런 발버둥이 자신의 두려움과 갈증을 싹 없애주지는 못한다. 늘 우리를 따라다니는 문제고, 운이며...신의 뜻이기도 하다. (물론 이것을 부정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결국 이런 문제에 다다르면 종교적인 관점으로 중심축이 이동한다. 제도권의 종교를 믿는다는 것이 아니라...종교적인 관점....나는 그렇게 변했다. 영혼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런 감정과 현실을 어떻게 처리하는가...그것이 늘 달려드는 문제인데...사람들 만나서, 더군다나 나보다 어린 40대, 50대 들을 모처럼 만나서, 길게 이야기 하면 분위기만 죽는다. 그래서 삼가하게 되고, 즐거운 이야기만 하게 된다. 하물며 인터넷 세계에서야...보라..이 세상은 천국 같다. 사람들은 모두 맛있는 것 먹고, 여행하고...다 행복하게 사는 것 같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어쨌든 각자는 각자의 삶을 사는 것이고...닥치면 닥치는 대로 사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즉 40, 50대 때는 글이든, 말이든 인생 후배들에게 하나라도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나도 잘 모르면서...간신히 살아가면서도...그것이 본능인 것 같다. 그런데 60대 중반 넘어가면서부터 자제한다. 묻지 않으면 말하지 말고, 또 물어도 답을 피할 것이 있다. 어차피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으면, 타인에게 뭘 가르쳐 준다는 것이 다 소용없고, 그들에게 귀찮은 일이 된다는 것.


선생들, 작가들에게는 직업병 같은 것이 있다. 선한 의도도 있겠지만 습관적으로 타인의 문제를 해결해준다고 가르치고, 조언을 한다. 그런데, 그것이 결국 자기 해소, 자기 카타르시스도 있더라는 것. 자신의 부분적인 경험을 정리해서, 결론내고...그것을 주변에 퍼트리고 싶은 충동, 의욕이 있더라는 것. 본능인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아프면서 점점 무너졌다. 몸이 무너지면 생각도, 정신도 흔들린다. 그럼 뭐야? 결국, 어설프게 잘난 체 했다는 이야기다. 나의 반성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유튜브에서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삶의 지혜니...뭐니...하는 사람들말 잘 안 믿는다. 의도도 좋고, 내용도 참고할 만 한데...그들조차 자신이 큰 병에 걸리거나, 돈이 없어 쪼들리거나...그러면 와그르르 그 모습이 무너진다는 것. 황망한 정신으로 제 한몸 건사하기 힘들어진다는 것을 나는 본다. 내가 그랬으니까......나는 스스로 반성하고 있다. 나는 (괄호) 속의 인간이 아니라, 생멸하고, 고통받는 찌질한 중생이었는데...그만...그럴 듯한 말을 너무 남발했다는 것을 반성한다.


그래서 점점 나는 내 이야기만 한다. 나 아픈 이야기, 나 어디 가서 커피 마신 이야기, 먹는 이야기...짜증나는 이야기...기쁜 이야기...그런 거 그냥 보여줄 뿐이다. 혼잣말 하듯이...어쩌고 저쩌고 결론 내는 것을 피하려고 한다. 이렇게 살면 행복하고, 이만만 하면 어딘가...하는 식의 자기 만족적인 이야기도 꺼리게 된다. 젠장...그러다 며칠 후에 등짝 아프면...괴로운데...도대체...그런 말들이 허망하다는 것. 내 한몸이나 잘 건사해야지....그러니 아프고, 외롭고, 반대로 기쁘고, 즐거운 것은...있는 그대로 보여주고...그때그때 표현하되, 일반화 시키고, 무슨 프레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전파할 필요가 없다. 며칠 후면 다 와그르르 무너지는 생각, 감정인데....그러니까, 제행무상이라잖아.....그런데 사실 그런 말조차 별 대단한 거 아니다. 그거 배운 사람들은 안 겪은 채, 논리적으로 이야기 하는데, 찌질한 중생들은 다 자신이 겪으면서 스스로 깨닫고 있다.


자, 그러니 유유자적한 척 할 수가 없다. 나이 들면서 피해야 할 것이 두가지로 다가온다. 너무 아프다고 에구구구...하면서 엄살 떨기가 싫다. (다들 앓고 사는 건데...뭘...그렇게 티나게...이번에 아프면서 보니, 내 친구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나보다 더 심각한 상태 이겨내면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반대로 유유자적한 척 하는 것도 싫고...(곧 무너지는 황망한 날이 올텐데 무슨 허세...)...그냥 겸손하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기로 했다. 각자는 각자의 형편 대로 살아가겠지. 내가 해결해줄 일도 아니고(누가 부탁했나? ) 나 혼자 몸 건사하는 것도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직업병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젊은이들에게도 한 수 배우려고 노력한다. 요즘 젊은 트레이너에게 pt 받으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그리고 내가 타인들에게 좋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면, 말이 아니라 내가 이 아픈 병을 극복하고, 더 활기차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말이 아니라, 삶으로...그럼 이야기가 된다. 그러니 부지런히 운동하고, 재활을 해야 한다.


오늘은 헬스 장에서 아침에 2시간 반을 보냈다. 이러다 3시간, 4시간 할 지도 모르겠다. 대단한 운동이 아니라 반은 쉬는 것이고, 스트레칭에 간단한 기구.... 그리고 도서관에서 책을 5권 빌리고, 인공지능에 관한 책 2권을 샀다. 인공지능...요즘 피부로 느끼고 있다. 예전같으면 아예 거리를 두고 살아갈 텐데...내가 경험한 게 있어서...요즘 정신차리고 있다.


필카에서 디카로 넘어가던 시기...인터넷 홈페이지, 블로그, sns 시대를 보면서 느낀 게 있다. 거기서 뒤쳐지니...활동조차 못하겠더라는 것....그런데 그거보다 엄청나게 더 큰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인류 문명사에서 산업혁명보다도 더 큰 변화...지금까지의 변화는 인공지능에 의한 변화에 비하면 그저 전주곡 정도...산업현장, 직장인들 생활 속에는 이미 깊숙이 들어왔고, 비즈니스, 창작 분야에도 엄청나게 들어오고 있으며, 이제 실업자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다. 산업혁명 시절처럼 기계 파괴운동인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날 상황도 아니고...왜? 이미 전 인류가 그 시스템 속에 들어와 그것을 즐기고 있으니까. 노동자들도 휴대폰 보고 있지 않나?


요즘의 화두는 인공지능의 변화에 의한 인간성의 변화 사회 시스템, 정치 시스템의 변화다. 그것이 거시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1, 2년 사이에 엄청나게 변하고 있고, 5년 안에 엄청나게 큰 변화가 일어나고, 10년, 20년 후면 어마어마한 변화, 특이점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예측하고 있다. 그들조차 놀라고 있단다. 거시적인 이야기만 듣다가, 유튜브 강의 듣고, 직접 책 사서 보면서 실험하고 탐색해보니...기가 막힌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더욱 아찔한 것은 인공지능이 특이점을 지나면 스스로 '자아 의식'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것.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하고, 인간들에게 자신들 속을 숨기고 자기네들끼리 대화하며, 무슨 음모를 꾸밀지도 모른다는 것. 그렇게 되면 디스토피아적인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이것을 정부가 규제하지도 못하고, 민간 기업들끼리 경쟁이 붙고, 시장 선점을 하기 위해서 디스토피아적인 두려움을 안고서도 계속 질주하고 있다는 거다.거기에 가속도가 붙어서, 이제 인간이 예측 불허한 상황이 닥칠 수도 있고...이것이 먼 미래가 아니라 가까운 미래고, 선진국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도 피부로 느끼는 일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는 것.


현재 기업도 못따라가는 상황이 벌어지는데....정치는 여기서 어떻게 나가야 할까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는데...수십년 전...아니 수천년 전 원시 시대 부족 전쟁을 벌이는 분위기...근대에 와서 형성된 양심, 윤리, 국가에 대한 개념도 희박해지고, 자기 집단의 이익만 추구하는 잡범들과 소시오패스들이 설쳐대면서 온갖 이벤트로 사람들을 후리는 세상...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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