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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원 Jul 27. 2024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중앙선 6

원주역 급수탑

1940년 보통역으로 출발한 원주역은 6.25 전쟁 때 소실되었다가 1955년 다시 지었다. 현재 남아 있는 건물은 1980년에 새로 지은 건물이다.  기차란 말은 '증기 기관차'의 준말이다. 1940년대 원주역을 운행하던 것도 증기기관에 의해 움직이던 기차였다. 증기의 힘으로 운행하기 위해서는 기차 안에 물을 채우고 열을 가해 증기를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증기 기관차가 운행되던 당시 주요 역에는 물을 공급해주기 위한 급수시설이 만들어졌다.     


원주역 급수탑은 인근 하천의 물을 끌어올려 저장했다가 역에 도착한 기차에 공급하기 위한 시설로 1940년대 만들어진 철근 콘크리트 시설이다. 하지만 증기를 동력으로 하던 기차가 디젤이나 전기로 대체되면서 급수탑은 제 기능을 상실하고 말았다.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원주역 급수탑은 높이가 18m나 되기 때문에 원주역 부근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언제든지 눈에 띈다. 하지만 일상처럼 익숙한 급수탑이 어떤 용도로 만들어졌는지, 왜 원주역 부근에 세워졌는지 알지 못하고 지나친 사람들도 많다. 작년에 있었던 시민답사 과정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릴 때부터 여기 살았는데, 저게 뭔지 몰랐어요. 멀리서 보면 꼭대기 모습이 물 위에 코만 내밀고 있는 하마처럼 보여서 '하마 콧구멍'이라 불렀어요."     


원주에는 급수탑 말고도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건축물이 여러 곳에 있다. 원동성당, 대안리 천주교 공소, 반곡역 역사, 중앙동 SC 제일은행 건물….   근대란 무엇일까. 근대 이전의 시기를 전근대라 부른다. 전근대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를까. 근대에 도달하지 못한 왠지 좀 뒤떨어지고 후진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지. 전근대가 뒤떨어지고 후진 것이라면 근대는 새롭고 선진적인 느낌으로 다가선다. 과연 그럴까.     


원주역사 2021년


서구 열강과 제국주의 국가들이 주도했던 근대사회는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이 식민지로 전락해가는 과정이었다. 제국주의 국가들은 효율적인 식민지 지배를 위해 근대는 발전과 선진의 의미로 근대 이전을 정체와 후진의 이미지로 포장하면서 자신들의 지배를 정당화했다.     


뒤늦게 제국주의 대열에 합류한 일본 역시 마찬가지였다. 경인선을 시작으로 경부선, 경의선, 경원선, 호남선, 중앙선 철도는 일제가 한반도와 동아시아를 침략, 지배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일제는 침략과 지배란 의도를 숨기고 조선을 근대화로 이끌어주기 위한 노력으로 포장하고 선전했다.     


경제적 발전만으로 근대를 설명하는 것은 반쪽의 개념이다. 정치적 민주주의가 뒷받침되지 않는 근대 논리는 통치와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제국주의 국가들은 그 반쪽의 개념으로 식민지 통치와 지배를 정당화했다.     


지금도 반쪽짜리 근대 개념을 앞세우려는 경향이 있다. 근로기준법과 인권보다 경제 살리기가 먼저라고 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위해 노동하기 좋은 나라도 양보하고 죽지 않고 일할 권리도 유보하자고 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지 못한다면 경제 성장이 무슨 의미 있을까?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위한 꿈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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