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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이큐 Dec 05. 2023

[24] 바나나 한 개가 1억이 넘는다고?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코미디언이라는 작품이 있다.

실제 벽에 바나나를 테이프로 붙인 작품인데, 1억이 넘는 가격에 팔렸다고 한다.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그랬다. 어찌 바나나가 1억이 넘지?라는 것은 바나나를 기준으로 가격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1억이 넘는 가격에 판 것은 바나나와 테이프가 아니라 개념이었다.

 

그렇다. 내가 바나나 한개가 1억이 넘는 것에 대해 의아한 생각을 한 것은

아마 바나나가 작품이 될 수 없다는 것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겠다.  

 

달리 생각해 보면 캔버스에 유화작품도 캔버스와 물감값을 기준으로 작품가격을 생각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 작품을 더욱 유명하게 만든 사건은 전시된 바나나를 누군가 먹었다는 것이다. 각종 언론에 보도가 되고 이 작품은 더욱 유명해지고, 이 작품을 패러디한 작품들이 많이 나왔다.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이 작품은 나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특히,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이력이 회사원, 가구 만들기 등 미술과 관련이 없었는데, 예술가들의 삶이 재밌을 것 같아서 예술을 시작하게 된 점이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나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의 충격이 가시기 전에, 집에 아이들 간식으로 놓아둔 바나나를 보았다. 며칠 전 마트에서 싱싱한 것을 사 왔는데, 몇 개 먹지도 않은 바나나 송이는 어느새 검은 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과거에 바나나가 매우 고급과일이었다. 엄마 이야기로는 아이가 너무 아플 때 음식을 먹지 못할 상황이 닥쳐야 바나나를 사서 먹였을 정도로 비쌌다고 한다.  


지금은 마트에서 살 수 있는 저렴한 과일 중 하나이다.  

양도 많고 가격도 저렴하고, 바나나를 사기 위해 마트를 간 적은 없고 마트의 장을 보다가 눈에 띄면 사는 과일...  

그래서인지 사온 바나나를 다 먹은 적은 없는 것 같다.

 

늘 마지막은 갈색이 되다 못해 검은색이 되어버린 남은 바나나를 버렸던 것 같다.

 

코미디언의 영향으로 시각이 바뀌어서인지, 바나나를 보니 인생의 축소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늙어감을 어느 과일보다 명확하게 보여준다는 점과 색이 다 바래서 못 먹을 것 같지만 껍질을 까보면 아직 먹을만하다. 어쩌면 생생할 때보다 더 맛이 풍부하기도 하다. 과거 영광의 시기도 있고, 앞으로 또 영광의 시기가 찾아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는 이바나 나를 의인화 해서 작품에 표현하기로 했다.

 

초현실 주의라기보단, 현실을 왜곡해서 현실을 더욱 명확하게 하고 싶었다.

 

노인을 표현하기 위해 노인을 그리는 것보다, 색이 변한 바나나를 노인의 얼굴대신 넣으면 늙어간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는 의도였다.

 

그렇게 1억이 넘는 바나나와 마오리치오 카텔란은 나에게 영감을 주었고,


이후 나의 그림에는 바나나 인간이 자주 등장하게 된다.


30호 캔버스. 아크릴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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