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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이큐 Dec 09. 2023

[30] 둘째와의 서울행 (2)

첫 번째 갤러리에 도착했다. 나의 등에는 둘째의 옷, 한 손에는 나의 그림.. 


그렇다. 나는 나의 그림을 가지고 갤러리에 갔다. 

무작정 가지고 간 것은 아니다. 

 

첫 번째 갤러리의 인친은 갤러리를 총괄하시는 분 같았다. 이름도 직함도 모른다. 단지 갤러리를 총괄하는 사람 그리고 젊은 여성분이라는 것과 나와 메시지를 몇 번 나누면서 알게 된 정보가 다였다. 

 

처음 나눈 대화를 요약하면 이랬다. 

그림이 신선하다. 생각이 담겨있다. 하지만 그림은 아직 부족하다. 유화를 그리는 것을 추천한다는 이야기였다. 

칭찬과 조언이 함께한 대화는 나에게 설렘과 숙제를 동시에 안겨주었다. 

 

그분의 조언은 이미 내가 알고 있지만 쉽지 않은 숙제이기도 했다. 

 

첫째, 유화는 특유의 깊은 느낌이 있지만 냄새가 많이 나기 때문에 별도 작업장이 필요했다. 나는 보통 집안 구석진 곳에 위치한 공간과 둘째 방을 이용해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유화를 그리려면 일전에 얘기했던 옛날 부모님 댁으로 가야 한다. 멀진 않지만 막상 이동하면서 작업을 하는 것이 수월하진 않았다. 

 

둘째, 그림실력은 하루아침에 느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화를 그린다고 하더라도 장소적인 문제와 함께 나에게 시간적인 부담이 너무 크다. 

 

그렇게 숙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고민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매형과 함께 그림을 그린 날 매형에게 화방에 가자고 제안했다. 

 

함께 그 지하 화방에 가서 유화물감을 고른다. 이것저것 필요한 것을 사고 계산을 할 찰나, 매형이 선뜻 카드를 내민다. 

 

내가 선물하겠단다.  

 

그림을 그리게 된 시작도 본인이, 본인도 나에게 유화를 제안하고 싶었단다. 그 뜻 때문인지 선물을 즐거운 맘으로 받기로 한다. 

 

땡큐 소머치.. 

 

그리고 매형은 떠났고, 난 첫 유화를 그리기 시작한다. 냄새가 생각보다 심했다. 머리가 아플 정도.. 

 

직업화가들은 이 냄새를 매일 몇 시간씩 맡고 지낼 텐데, 정말 대단하다.  

 

작가님들 존경합니다. 

 

그렇게 첫 유화를 그려갔다. 시간이 날 때, 시간을 내서 틈틈이 열심히 그려나갔다.  

 

그리고 완성이 된 그림을 나의 계정에 올렸다. 

 

얼마뒤 첫 번째 갤러리의 인친님과 연락을 하게 되었고, 기회가 되면 그림을 가져와 보라는 이야기를 하셨다.  

 

지나가는 말씀이셨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갑자기 들고 나타나실지는 놀라셨을 것 같다. 약간 당황한 느낌을 받은 것이 명확했다. 

 

당황하신 기색도 잠시, 

 

나와 딸에게 전시된 작품을 설명해 주시고, 전시가 끝날 때쯤  

그림 가져오신 것 좀 볼 수 있겠냐고 하신다. 

 

전시실 한켠 사무공간으로 이동해서 그림을 꺼냈다. 부끄러웠다. 

 

그림을 한동안 보시더니 조언이 이어진다. 그리고 조언이 이어진다. 그리고 조언이 이어진다. 

 

잠시 후, 전화를 해서 갤러리 직원 두 분을 호출해서 한번 작품에 대한 느낌을 말해보라고 하신다.  

아 이게 아닌데.. 판이 좀 커졌다. 

 

직원 분들도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당황하신 듯했다. 

 

약간의 정막 후 그림에 대한 조심스러운 조언들이 이어진다. 

 

작가님.. 죄송한데 작품 설명 한번 해주실 수 있으세요.. 

 

네.. 이 작품은 선택적 자유라는 제목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자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결과에 따라 다른 자유를 누리고 있는 거죠. 

원숭이는 현실의 선택하고 바나나인간은 현실을 거부했지만, 결국 선택의 결과 에따라서 누리는 자유의 분야와 범위만 다를 뿐, 무한정한 자유는 아니었다는 것이죠. 

사람들은 자유가 없다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상상을 하는 것, 나만의 생각에 잠기는 것.. 다 자유의 범주안에 포함되는 것이고 그런 자유들은............................................................... 

 

갑작스러운 질문으로 버벅되면서 작품설명을 어찌 마물 했는지 모르게 마무리했다. 

 

다행히, 작품설명뒤 분위기는 조금 바뀌었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몇 작품을 보여드리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보여주신 작품의 강점 등을 설명해 주신다.  

 

“생각은 훔칠 수가 없다.” “기술은 는다.”는 말씀과 “일 년 뒤에 같이 전시해요”라는 스쳐 지나는 말들이 기억난다. 

 

좋게 해석하면 가능성이 있으니 좀 더 연마하라는 뜻으로 내 맘대로 생각을 정리하기로 한다. 

 

올해부터 캔버스에 그리기 시작했고, 유화는 첫 작품인대...라고 나름 변명을 하고 싶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그렇게, 대화가 끝나고 둘째와 나는 지하전시공간까지 친절한 직원분들의 배려와 함께 관람하였다.


 다음에 또 놀러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두 번째 인친을 만나기 위해 떠났다.


선택적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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