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modern ordinary
May 15. 2024
루미큐브를 할 때였다.
나는 초장부터 막히는데, 한 친구 녀석은 뚝딱뚝딱 잘만 큐브들을 맞춰나간다. 3 턴 만에 본인의 패를 모두 소진하고, 내 패를 힐끗힐끗 보더니,
"엥, 끝났는데?"라고 하는.... 재수 없는 그 친구.
그런 와중에도 나는 심각할 정도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젠장'하고 자존심 상할 여지도 없었다.
어릴 적부터 이런 친구들이 종종 있었다. 수학이나 언어에 능통하고, 두뇌 회전이 남달리 빠른듯한...
그것은 분명 천재성이었다.
한때는 그런 것을 동경하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수학테, 언어에, 루미큐브에 천재성을 가지지 못한 내가 싫지 않아졌다.
나는 천재들보다 두뇌회전이 느려서, 같은 시간에 무언가를 아주 심오하게 보지 못해서,
그래서 넓게 봐야 했다.
온갖 상상력과 창의력이 들어가는 일이다.
그것은 같은 결과까지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할지 몰라도, 내 머릿속의 세계를 더 풍부하게 만드는 습관이 되었다.
그 세계는 참 재밌는 장소이다.
벤치프레스와 달리기를 동시에 연습하고, 친구와 영화에 대한 수다를 떨면서 주식 공부를 할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나는 곳.
어떤 것은 생산성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어떤 것은 상상에 그치기도 하지만 어느 하나를 보고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는 이 재미난 재주는 내가 그런 것들에 천재성을 가지지 못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런 나라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수학이나 루미큐브에 천재성을 가졌으면 인생이 지금보다 조금 더 지루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