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가끔은 엉뚱하지만 '내 머릿속에도 내비게이션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을 하곤 한다.
머릿속에 뒤엉켜 있는 온갖 생각들에게 제대로 된
길을 알려준다면 엉망진창인 내 머릿속이 깔끔하게
제 자리를 찾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기쁜 생각, 슬픈 생각, 화나는 생각, 우울한 생각, 행복한 생각, 짜증 나는 생각들이 서로 자기가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겠다며 머릿속을 헤집어 놓을
때, 기쁜 생각은 45미터 앞에서 우회전, 슬픈
생각은 27미터 앞 왼쪽 2시 방향, 화난 생각은
100미터 직진.... 이렇게 자리를 잡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내 마음속에 고속 충전이 가능한 배터리를 장착할 수 있었으면좋겠다.
'현재 마음이 83% 사용되어 충전이 필요합니다',
'마음이 100%로의 충전까지 7분 남았습니다.'
이렇게 알려주는 배터리가 있다면 내 마음이
얼마나 쓰였는지 체크하며 내 마음을 적절히
사용하고 충전해서 다 써서 방전된 마음으로 인해
힘들어할 일은 없을 텐데 말이다.
머릿속의 생각은 단지 머릿속이 복잡한 걸로
끝나지 않고 마음까지 복잡하게 만들어 끝내 몸과
마음을 모두 지치게 한다.
머릿속이 고민과 상념 따위 없이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다면 내 마음 역시 평온할 텐데
어찌 된 까닭인지 내 머릿속은 단 하루도 호수 인적이 없이 언제나 쓰나미가 몰려오는 거친 바다인 채로 내 마음까지 흔들어댔다.
생각이 바르고 깨끗한 사람이 된다면 어떠한
세상에서라도 올곧게 살아갈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을 텐데 나는 언제나 생각에 휘둘리고
사람에게 흔들리며 세상에 나부끼는 사람인 채로
살아가고 있다.
살아가다 보면 내 머릿속 하나는 내가 정리하고
내 마음 정도는 내가 추스를 줄 아는 사람이 될 거라
믿었지만 살아온 시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더 많은
생각들이 쌓이고 모여 살아가야 할 날들마저 흔들어댄다.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로 마음은
불안해지고 뒤죽박죽 엉망인 생각들로 마음은
복잡해지고 서로 자기가 먼저라는 듯 떠오르는
생각들로 마음은 언제나 요동쳤다.
하지만 머릿속 내비게이션이나 마음속 고속 충전
배터리 같은 게 있을 리가 없다.
난 이제 더 이상 산타 할아버지를 믿는 어린아이가
아니라 저런 헛된 생각들 또한 망상이라는 이름의
생각이 되어 내 마음을 흔들어대고 있다는 걸 잘
안다.
나를 다 잡을 수 있는 건 세상에 오직 나뿐이고
세상이란 파도에 휩쓸려 버리는 돛단배가 되지
않으려면 내가 나를 믿어야 한다.
오늘 혹여나 나쁜 생각이 마음을 흔들어도
내일은 좋은 생각으로 마음을 되잡을 수 있으리란
믿음을 가져야 한다.
정리되지 않는 생각들이라면 차라리 그냥 그대로
두어도 좋다.
애써 정리하려 하면 마음이 힘이 들고 지치니
그냥 내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가다 보면 생각도 당연히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이 나를 지배하고 생각이 내 마음과 나를
흔든다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나와 내
생각을 이끄는 것이라 믿어 보면 어떨까?
사는 내내 제대로 된 믿음 한번 주지 않았던 내
마음에게, 늘 생각에 이끌려 제대로 용기 한번 내지
못했던 내 마음에게 '이젠 널 믿어'라고 말해준다면
생각대로 되지 않는 삶에 맞서 싸울 강한 마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되지 않는 것들을 억지로 되게
하려는 삶을 살지는 말자.
억지로 해서 되는 삶이 아니란 걸 깨달을 만큼의
세월은 살아왔으니 이제는 마음에게 맡기고
그리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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