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바인스학세(학센)는 대표적인 독일 음식이다. 돼지 관절 부위를 향신료에 절이거나 살짝 삶아서 (맥주에 삶는다고도 함) 껍질이 바삭할 때까지 구워낸다. 한국식 족발과 비슷하지만 발끝 부위는 사용하지 않고 정강이와 무릎 부위다. 사진은 여행 마지막 날 프랑크푸르트 Struwwelpeter 라는 음식점의 학센이다. 여자 네 명이 함께 먹었는데도 이 접시를 다 치우지 못했다.
이 우람한 돼지구이를 처음 맞이하는 순간 떠오르는 생각은 무척 독일스럽다는 것이다. 도톰한 정강이 살에 푹 꽂힌 나이프들은 무언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 돼지구이를 정복하라! 식사도 전투적인 자세로 임해야 할 것 같다. 이 낯설고 호락호락하지 않은 존재와 한판 붙어야 한다니... 여러 가지 상념이 교차한다. 독일에서는 어린이 놀이터도 최대한 위험하게 (안전 설계의 범위 내에서) 만든다는, 눈비가 오든지 바람이 불던지 나가 놀게 한다는 어느 브런치 작가님 글도 떠오르며.
실제로 이 구이를 한입에 넣을 정도로 만들려면 학센과 작은 싸움을 벌여야 한다. 힘 있는 사람이 나서서 씩씩하게 분해함의 봉사를 마치면 그제야 학센님이 요리의 모습으로 사랑 스러이 다가온다. 고기를 잘 못 먹는 나는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고기파 친구의 얼굴엔 미소가 번진다. 완전 겉바속촉이네. 넘 고소해. 영양가가 만점일 거 같아. 흠 이렇게 거하니까 맥주가 필요하지.
우리나라 돼지 요리들을 생각해 본다. 보쌈의 살살 녹는 부드러움, 족발구이의 쫀득거리는 귀여움. 매서운 칼을 가지고 무슨 실랑이를 하지 않아도 쉽게 친구가 될 수 있다. 역시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 민족.
여담이지만 이 레스토랑의 간판은 <Struwwelpeter: 더벅머리 페터>였다. 손톱 자르기와 머리 빗기를 거부하는 페터에 대한 동화책 제목이다. 1845년에 나와 지금까지 스테디셀러인 이 동화 또한 독특하다고나 할까? 좀 협박성이다. 너희들 손톱 안 깎으면 이런 지저분한 더벅머리 페터의 모습을 하게 돼. 1년 정도 안 깎은 것 같은 저 기다란 손톱 좀 봐! 하인리히 호프만의 다른 동화들은 더욱더 살벌하게 위협적이다.
이 그림을 보니 장광현 작가님의 구연동화가 생각났다. 씻기 싫어하는 큰 아이를 목욕시키며 간지럼 괴물을 퇴치하는 화기애애하고 웃음 나오는 대화가. 하인리히가 back to the future 타임머신 타고 와서 이 장면을 봐야 하는데...
<1월 20일 발행 글: 우리 큰아이 피부에는 간지럼 괴물이 산다>
그 전날 쾰른에서는 더 맛있는 돼지구이를 먹었다. 아래 사진도 학센(학세)이라고 한다. 라인강변의 Haxenhaus 라는 레스토랑이었는데 소스에 잠겨 있었서 맛도 있고 잘 넘어갔다. 작은 통감자와 양배추 요리인 자우어 크라우트가 곁들여진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