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C경영학 시리즈 4
비즈니스에서 제품 또는 서비스가 타겟 소비자가 가진 니즈를 충족시키고 향후 시장성이 담보되는지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 이 때문에 많은 경영자는 직관 또는 가설을 통해 업무를 추진하기 보다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왜냐하면 과거와 달리 복잡하고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경영자의 직관으로 의사결정(intuitive decision making)하기에는 상당한 리스크(risk)가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줄이고 더 나은 기업의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중심의 의사결정(data-driven decision making)이 필요하다.
마켓 리서치(market research)는 이러한 리더의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과거, 현재 상황을 팩트중심으로(fact-based research) 데이터를 수집, 조사 및 분석하여 미래 지향적인 시장예측 또는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한다. 세부적인 방법은 문헌조사에서 부터 심층면접(FGI, Focus ㅎroup Interview), 설문조사, 관찰법 까지 다양한 형태의 조사방법이 존재하는데 이 중 비용, 시간 등 상당한 자원이 소요되지만, 시장 상황 등의 데이터를 가장 생생하게 습득하고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관찰법(observation)이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이 不如一見)
한서(漢書)의 조충국전(趙充國傳)에서 서북 변방에 사는 티베트 계통의 강족(羌族)이 반란을 일으키자 당시 전한의 황제 선제에게 조충국 장군이 고한 말에서 부터 유래되었다고 한다.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합니다. 무릇 군사란 작전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전술을 헤어라기 어려운 법이므로 ... (중략) 현지를 살펴본 다음 방책을 아뢰겠습니다." (출처 : 네이버 두산백과)
탁상공론이 아닌 직접 눈으로 보고 어떠한 일을 계획하고 집행할 때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고사성어이다. 이는 현재의 비즈니스 환경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경영자의 직감에 의존한 의사결정(Intuitive decision making)은 과거와 달리 빗나갈 때가 많고, 추론과 가정도 오류가 잦은 법이다. 따라서, 성공적인 의사결정은 다름아닌 눈으로 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회사에서 아래와 같은 제품을 준비하고 있으며, 출시 여부를 의사결정 한다고 가정해보자.
1. 음성인식 컴퓨터
2. 코인세탁소의 옷을 개주는 기계
3.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 버스
위의 설명에 따르면 사업적 감(gut) 또는 가설(hypothesis)에 의존하기 보다는 레퍼런스를 삼을 수 있는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위와 같은 신사업은 기존에 축전된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사업성 등을 검증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나 관찰법과 프로토타이핑(초기모형)을 활용하면 아래와 같이 경쟁사에는 없는 '싱싱한 데이터'를 얻을 수도 있다.
1. 타이피스트(속기사)를 숨겨놓고 음성인식 컴퓨터의 소비자 반응을 수집
2. 코인 세탁소에서 옷 개는 사람을 기계 안에 숨겨놓고 고객 반응을 수집
3. 일반 버스를 개조해 노련한 운전기사가 숨을 공간을 만들고, 자율주행버스에 대한 승객 반응 확인
그런데 보이는 것이 모두 진실일까?
이와 관련해서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문헌 기록 중에 최초의 관찰법을 수행한 활동 중 하나는 고대 이스라엘의 모세가 보낸 열 두 정탐꾼 이야기 이다. 구약성서 민수기 13장에는 40년 광야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거주할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 가나안에 도착한다. 그들이 믿던 신, 야웨 하나님이 약속의 땅이었지만 다른 종족의 영토였기 때문에 성을 점령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에 지도자 모세는 12명으로 구성된 정탐꾼을 선발했고 40일 동안 정탐활동을 벌였다. 이후 그들은 돌아왔고 그 곳이 기름진 곳이라는 사실에는 만장일치의 의견을 보였지만 군사력 평가에서 견해가 엇갈렸다. 12명 중 10명은 적의 강함과 견고한 요새에 놀라며 이 전쟁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고 보고했다. 반면, 갈렙과 여호수아는 비록 적의 강력하지만 야훼 하나님이 도와주시기 때문에 점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의 결론은 이스라엘은 가나안 성을 함락한다. 그러나 10명의 온건파 정탐꾼들이 본 것은 과연 잘못 본것일까?
아프리카에 도착한 신발회사의 영업사원 일화는 또 다른 유명한 이야기이다. 한 신발회사에서는 아프리카로 두 명의 영업사원을 시장조사 차원에서 출장을 보냈다. 그런데 현지에 도착해 보니 사람들 모두가 맨발로 다니는 것이 아닌가. 이를 본 두 명의 영업사원은 다음과 같이 본사에 자신의 의견을 송부한다.
- A 영업사원 : "현지인은 모두 맨발로 생활합니다. 여기서는 신발이 팔릴 가능성이 전혀 없습니다."
- B 영업사원 : "당장 신발을 보내주십시오. 이곳은 엄청난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지인은 모두 맨발입니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두 명 모두 팩트 중심으로 동일한 시장을 관찰하고 보고했지만 해석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은 비즈니스는 태도의 문제이다. 어떤 생각과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어쩌면 데이터는 전략적 의도에 맞춰 거들어 줄 뿐인지도 모른다.
최근의 학계에서는 데이터 중심의 의사결정이 아닌 의사결정 중심의 데이터 분석(decision-driven data analysis)의 실증적 성과와 관련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de Langhe 교수에 따르면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데이터 중심의 의사결정이 아니라 의사결정 중심의 데이터 분석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Data-driven decision-making can fail to meet expectations. Decision-driven data analytics may fare better. The more effective strategy is decision-driven data analytics."
- Prof. Bart de Langhe, University Ramon Llull
결국 비즈니스 성패는 데이터가 만들어낸 정보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환경과 상관없이 끊임없이 사업적 기회를 추구하는 소위 '기업가정신(Entreprenuership)'과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세상은 더욱 빠르게 급변하고 초연결사회로의 진입으로 더욱 복잡하게 될 것이다. 사회적 변화와 도전을 기회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경영자의 역량일 것이다.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매일 고군분투하는 경영리더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모든 것은 우리에게 달려있다.
[참고자료]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클라우스 슈밥, 새로운 현재
마케팅조사방법론, CMBA 원론, 김종빈 교수,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빅데이터매니지먼트, CMBA 원론, 김종빈 교수,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의견이 아니라 데이터로 말하라, 일하는 이유, 강민수, 북랩
Decisions, not data, should drive analytics programs, Beth Stackpole, MIT Sloan
How Leaders Blend Data And Intuition To Make Better Decisions, Ashley Howard Neville, Forbes
Data and Intuiion: Good Decisions Need Both, Marcy Farrell, Harvard Business Publis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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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경영학이란?
기존 경영학의 목표인 사업가치 극대화, 주주가치 제고, 수익성 확보 등의 개념을 뛰어넘어 사람 중심 경영으로 경영 성과보다 성장에 초점을 맞춰 직원, 공동체, 더 나아가 사회를 살리는 경영을 지향합니다. C경영학에서 비즈니스 모델은 사회적 영향력과 가치, 다양한 사업적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포용적 비즈니스 모델을 "바른 경영"이라고 정의하고, 여기서의 C는 읽는 독자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만, Challenge, Creative, Collaborative, Christian 각자 환경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저자소개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하고 티머니, LG CNS Entrue 컨설팅, GS 리테일 등에서 근무하였습니다. 경영 컨설턴트로서 다양한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비즈니스의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하는 "바른 경영"에 관심이 많으며,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전심전력(2021, 북팟), 일하는 이유(2022, 북랩), 크리스천은 돈 걱정하면 안되나요(2023, 두란노)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