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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마리 Sep 15. 2024

독서모임은 나의 힘

일상을 살아갈 활력을 얻는 시간


도대체 하고 싶은 것이 없어서 올해는 하고 싶은 것을 찾는 해로 정했다. 매달 한 가지씩 새로운 것을 경험해 보거나 도전하기. 그리하여 2023년 1월의 경험은 독서모임이다. 초등학생 때는 꽤 읽었던 책을(12살엔 100권도 넘게 읽었다) 성인이 된 후로 많이 안 읽게 되었고 작년부터 다시 재미가 붙었다. 이 재미를 누군가와 같이 느끼고 싶고 공유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으니 그냥 혼자 아쉬워하고 말았었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 것처럼 좋은 기회가 생겼고 독서모임에 나가게 되었다. 


낯가림이 심한 내가 모르는 사람들과의 모임에 나간다는 것은 아주 큰 용기를 낸 것이다. 호기롭게 신청을 해 놓고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같은 취미를 가졌기 때문일까? 생각보다 편했고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교회를 10년 가까이 다녔지만 그곳에서는 여전히 말이 없는데 고작 6개월 나간 독서모임에서의 나는 수다쟁이다.


책 읽기에는 생각보다 큰 힘이 필요하다. 책을 펼칠 결심, 문장을 꼭꼭 씹을 집중력, 중간에 핸드폰을 안 볼 인내심(핸드폰을 한번 보면 멈추기가 힘들기 때문에). 혼자서 책을 읽다 보면 웬만한 재미 아니고선 핸드폰을 꼭 보게 된다. 카톡이 와서, 인스타 알림이 울려서, 검색해 보고 싶은 단어가 있어서. 핑계도 가지가지. 독서모임의 장점 중 하나는 집중해서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만나면 근황 토크 시간을 가진다. “잘 지내셨나요?”라는 물음에 나는 “늘 똑같아요.”라고 대답하지만 어느새 그간 있었던 일을 줄줄 읊고 있다. 이런저런 근황을 나누다가 각자 읽을 책을 소개하고 읽기 시작한다. 그러면 우리는 언제 수다를 떨었냐는 듯 조용히 각자의 세계에 빠져든다. 조명과 잔잔히 흐르는 음악과 책장을 넘기는 소리, 시원한 차까지. 모든 것이 편안한 공간 속에서 읽다 보면 한 시간이 지났다는 알람이 울린다. 각자의 세계에서 빠져나와 어떤 세계를 경험했는지 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늘 이런 순간을 꿈꿔 왔다. 내가 경험한 세계를 이야기하는 것도 좋지만 다른 이가 경험한 세계를 듣는 것도 설레는 일이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절대로 경험해 볼 수 없는 세계를 독서를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어서다. 독서모임을 하면서 책을 읽고 공유할 때의 나는 순식간에 여러 개의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누군가가 오랜 시간 공들여 공부한 지식 또는 깨달음을 나는 책 한 권으로 얻을 수 있다니 얼마나 편한가. 물론 모든 책이 전부 얻을 것이 있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꼭 지식이나 깨달음이 아니더라도 재미를 얻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재미마저 얻지 못하더라도 독서의 효과는 가랑비에 젖듯이 나타난다고 하니 나도 모르는 새 나의 양분이 될 것이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것에 너무나도 큰 공감을 한다(사실 시간보다는 에너지가 없다). 먹고살기도 바쁜 세상에 무슨 책이냐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한 권을 한 달 내내 읽어도 좋으니 조금씩 책을 읽어 본다면 우리는 무한한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막연했던 독서모임에 나가고 싶다는 꿈을 실현하게 되었고 매주 목요일마다 설레는 기분으로 모임에 나간다. 늘 혼자서 책을 읽고 혼자서 곱씹던 내게 책 친구가 세명이나 생겼다는 것은 행운이다. 나에게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해 준 우리의 심야 책방에 감사하다. 나는 오래도록 이 행복을 이어가고 싶다. 




2023년 6월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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