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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타우 Apr 09. 2024

연상호의 색을 입힌 기생수의 스핀 오프!

넷플릭스 <기생수 : 더 그레이> 리뷰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영화로도 잘 알려진 <기생수>. 연상호가 재해석해서 만든 <기생수 : 더 그레이>는 원작과 완전히 다른 작품이다. 스핀 오프의 성향이 강한 작품으로 원작의 설정만 차용했을 뿐, 굳이 원작과 비교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 작품이다. 연상호 특유의 색채가 그대로 묻어 있으며, 그만큼 작품의 장단점도 고스란히 보인다.




결국 연상호 스타일

지구상의 모든 생명을 위해 인간의 개체 수를 줄여야 한다는 전재. 그래서 외계 생물이 인간의 몸에 기생하면서 인간을 죽인다는 설정이 원작 <기생수>의 내용이다. 연상호 감독의 이야기처럼 <기생수 : 더 그레이>는 원작의 상황이 한국에서도 벌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에 집중한 작품이다. 연상호 감독에게 늘 지적되었던 어디서 많이 본 소재의 믹싱이 아니라, 일본 원작의 오리지널 소재를 고스란히 가져와 자기 스타일로 재해석한 것이다.

<기생수 : 더 그레이>는 원작의 상황이 한국에서도 벌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에 집중한 작품이다.

원작의 코믹적인 설정과 크리처물의 매력, 무엇보다 인간과 괴물의 공존에 대한 매력적인 이야기는 배제한대신 리얼리티와 시니컬한 분위기로 작품 전체를 스타일링한다. 늘 선보여왔던 종교적인 색채와 오컬트적인 요소, 집단 광기와 사회의 부조리 등을 기생수라는 소재에 적절하게 믹싱해 놓았다. 여러 인간 군상의 모습을 보이지만, 호불호가 강했던 풍자적인 요소는 배제하고 오락적인 전개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인다. 여전히 만화적인 대사는 거슬리지만, 더 좋아진 연출과 입체적인 캐릭터는 훨씬 더 발전한 모습이다.


리얼리티와 시니컬한 분위기로 작품 전체를 스타일링한 연상호 감독.
호불호가 강했던 풍자적인 요소는 배제하고, 오락적인 전개에 올인하는 모습을 선보인다.


생각보다 잘 나온 CG

예고편에서부터 걱정되었던 괴물들의 CG가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뽑힌 것도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특히 촉수를 이용한 액션신들을 그저 사물놀이처럼 그리지 않고, 나름 명확한 액션의 동선과 다양한 사물을 활용한 부분이 만족스러웠다. 자주 선보인 1인칭 시점의 카메라와 흔들리는 카메라 워킹에서 게임적인 느낌을 선사한 것도 이 드라마의 소재와 잘 어울려 보인다.

걱정되었던 괴물들의 CG가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잘 뽑혔다.
촉수를 이용한 액션 신들에서 나름 명확한 동선과 다양한 사물을 활용한 부분도 나름 괜찮았다.


매력적인 캐릭터들

다소 유치하게 보일 수 있는 작품의 리얼리티를 유지한 것은 두 주인공의 설정과 이를 연기한 배우들의 몫이 커 보인다. 바닥의 삶을 사는 정수인과 설강우라는 캐릭터의 설정과 이를 매력적으로 소화한 전소니와 구교환의 캐릭터 해석력이 이 작품의 시니컬한 분위기를 적절히 유지해 나간다. 특히 전소니의 매력적인 마스크와 보이스는 최적의 캐스팅이라는 생각이 들며, 찌질하지만 조금씩 레벨업하는 설강우를 연기한 구교환 특유의 양아치스런 연기도 작품의 리얼리티를 끌어올리는데 한몫한다. 이정현의 광기 어린 최준경 팀장 연기는 톤 다운된 작품의 분위기에서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지면서, 연기보다는 캐릭터 설정과 디렉팅에서 잘못된 인상을 준다. 하지만 익숙해지는 후반부쯤이면 나름 이정현만의 포인트를 느낄 수 있게 하는데, 이 부분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전소니의 매력적인 마스크와 보이스는 최적의 캐스팅이라는 생각이 들며~
구교환 특유의 양아치스런 연기도 작품의 리얼리티를 끌어올리는데 한몫한다.
다만 이정현의 연기는 톤 다운된 작품의 분위기에서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원작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원작의 가장 큰 메시지였던 인간이란 생명의 존재 이유. 그리고 파멸과 공존이라는 메시지를 이 작품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신이치와 오른쪽이가 공존하면서 서로 협력했던 원작과 달리 이 작품은 '하이디'라는 이름의 파생처럼 두 개의 인격으로 나눠지는 다른 선택을 보여준다. 원작의 매력들은 잃었지만, 인간을 닮아가려는 괴물들의 모습에서 인간의 욕망과 삶의 이유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들을 던진다. 그저 살아가는 게 전부인 삶이 아닌, 서로가 믿고 협력하는 공동체의 삶 속에서 한 인간의 존재 이유를 이야기하는 메시지에 집중한다.

원작의 매력들은 잃었지만, 인간을 닮아가려는 괴물들의 모습에서~
인간의 욕망과 삶의 이유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들을 던진다.




기생수 더 그레이 (NETFLIX. 2024)

<기생수 : 더 그레이>는 원작의 스핀 오프 같은 설정에 연상호 스타일이 그대로 묻어난 작품이다. 무엇보다 최근 다소 실망을 주었던 그의 작품들에 비해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재미를 선사한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풍자적인 요소는 줄이고 리얼리티와 빠른 전개, 무엇보다 오락적인 재미에 집중하면서 좀 더 대중적인 색채를 보여준 결과로도 보인다. 물론 원작의 팬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해석일 수도 있지만, 놀라운 결말의 엔딩신을 본다면 또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엔딩신 하나만으로 평점을 올려주고 싶은 작품이었다. 시즌2를 기대하게 하면서, 기생수 유니버스를 탄생시킨 결말만으로도 원작에 얼마나 큰 애정이 있는지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그동안 아쉬웠던 작품들로 다소 불안해 보였던 연상호 감독의 <지옥2>를 다시 기대로 바꾼 <기생수 : 더 그레이>. 늘 느끼는 거지만 연상호는 다 계획이 있어 보인다.






20년대 좋은 국내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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