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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타우 Jun 10. 2024

이토록 신선한 치유와 구원의 과정이라니!!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리뷰

<히어로는 아닙니다만>는 현대인의 질병으로 초능력을 잃어버린 가족들과 이들에게 접근하는 사기꾼 무리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개성 넘치는 시놉시스만큼 독특한 건 이 작품이 <스카이 캐슬>과 <설강화>로 천국과 지옥을 오간 조현탁 감독과 <어서와>로 KBS 최하의 시청률을 기록한 주화미 작가, 그리고 드라마 음악은 처음 도전하는 뮤지션 정재형의 조합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요상한 조합이 불협화음인듯하면서도 예상 못 한 오묘한 빛깔을 만들어 낸다. 그것도 아주 눈부시게 말이다.




이토록 신선한 치유와 구원의 과정이라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는 우울증이나 불면증 같은 현대인의 질병으로 초능력을 잃어버린 가족들과 이들에게 돈을 목적으로 접근하는 사기꾼 무리들이 자연스럽게 서로를 구원한다는 이야기의 작품이다. 우울증에 과거로 가지 못하는 주인공 복귀주와 비만 때문에 하늘을 날지 못하는 누나 복동희처럼, 현대인의 질병과 개개인의 능력을 기막히게 연결하면서 그 아픔을 위트 있게 그려낸다. 

현대인의 질병과 개개인의 상처를 기막히게 연결하면서 그 아픔을 위트 있게 그려내는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이러한 드라마의 설정 자체도 독특하지만 서로를 구원하는 과정도 굉장히 신선하다. 초능력으로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구원하려면 현대인의 질병이 나아야 하고, 질병이 낫기 위해선 사기꾼들의 도움으로 치유가 필요한 과정들이 톱니바퀴 맞듯이 기가 막히게 맞아 돌아간다. 결국 이 드라마의 모든 사건과 서사들은 캐릭터들의 치유로 이뤄지는 과정을 보여주고, 그 치유가 부부, 부녀, 모녀간에 드러나는 모든 상처들을 골고루 어루만져 준다. 이는 당연히 시청자들의 상처도 어루만져 주면서,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낭만적인 위로를 선사한다. 

초능력으로 주변인들을 구원하려면 현대인의 질병이 나아야 하고~
질병이 낫기 위해선 사기꾼들의 도움으로 치유가 필요한 과정들이 기가 막히게 맞아 돌아간다.
결국 이 드라마의 모든 사건과 서사들은 캐릭터들의 치유로 이뤄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흥미진진한

치유와 구원을 그리는 과정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전개로 그려지지 않는다. 타임슬립과 예지몽이라는 소재를 기막히게 활용하면서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전개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작은 떡밥 하나까지 완벽하게 회수하는 이야기와 후반부 계속되는 반전까지 이 작품의 이야기는 보면 볼수록 감탄과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무엇보다 뒤로 갈수록 아쉬움을 보여주는 최근 드라마들과 다르게 이 작품은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흥미진진한 전개를 보여준다. 멜로드라마와 히어로물의 탈을 쓰고 있을 뿐이지, 정말 기막힌 타임슬립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특히 마지막회의 결말은 감탄스러울 정도이다.

타임슬립과 예지몽이라는 소재를 기막히게 활용하면서, 예상할 수 없는 전개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작은 떡밥 하나까지 완벽하게 회수하는 이야기와 후반부의 반전까지!!!




정재형의 음악 한 스푼

이러한 독특한 이야기에 정재형의 음악은 작품의 매력적인 색채를 더해준다. 마치 샹송 같으면서도 위트 넘치는 정재형 특유의 음악이 낭만적인 분위기를 더해주는데, 음악 하나만으로 드라마가 남달라 보일 수 있다는 걸 이 작품은 보란 듯이 증명해 보인다. 이소라와 소수빈, 이승열로 이어지는 OST까지 완벽한 하모니를 선사하면서, 음악과 OST 하나만큼은 올해 나온 드라마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정재형 특유의 음악이 낭만적인 분위기를 더해주면서, 음악 하나만으로 드라마가 남달라 보이게 만든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OST : 이소라의 바라 봄>




한치의 낭비도 없는 캐릭터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오랜만에 모든 캐릭터들이 한치의 낭비 없이 골고루 활용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초능력 가족들과 사기꾼 무리들이 완벽한 역할 분담을 이뤄내면서, 이 작품의 놀라운 전개를 더욱 탄탄하게 만든다. 여기에 찰떡같은 캐스팅은 보는 재미를 더하는데, 처음에는 다소 어색하게 느꼈던 장기용의 연기는 점차 우울증을 극복하고 행복을 좇는 복귀주의 세심한 변화를 설득력 있게 연기해 낸다. 특히 후반부의 그의 연기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명연기의 연속이었다. 이질감 없는 비만 분장으로 복동희역을 멋들어지게 소화한 수현의 새로운 모습도 신선했고, 극의 무게 중심을 더한 고두심과 김금순의 연기와 중견 아역배우 박소이의 연기까지 캐릭터성에 완벽히 부합하는 연기를 선보인다. 

모든 캐릭터들이 한치의 낭비 없이 골고루 활용되는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초능력 가족과 사기꾼 무리들이 완벽한 역할 분담을 이뤄내는 놀라운 전개들을 목격하게 된다..

물론 가장 돋보이는 건 역시나 천의 얼굴을 가진 천우희다. 사기꾼의 면모와 외로움과 트라우마에 괴로워하는 도다해를 다채로운 얼굴로 눈부시게 연기해 낸다. 이토록 몰입도 강한 천우희의 연기도 또 오랜만에 감상하게 된다. 

천의 얼굴을 다시 한번 보여준 천우희!!
사기꾼의 면모와 외로움과 트라우마에 괴로워하는 도다해를 다채로운 얼굴로 연기해낸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JTBC.2024)

물론 이 작품도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타임슬립의 오류나(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전반부 다소 느린 호흡의 전개, 이야기 배분의 실패로 후반부 급격하게 진행되는 전개들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호불호가 있을 수 있는 B급 감성의 미장센과 디테일도 어떤 부분에서는 조금 아쉽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이 작품의 이야기와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는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따스한 메시지에 위로와 희망을 주는 좋은 드라마들은 많다. 문제는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야기가 늘 비슷한 소재와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히어로는 아닙니다만>는 다르다.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이야기와 소재로 구원과 치유라는 메시지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낸다. 이토록 신선한 소재에 오락적 재미가 더해지고, 여기에 뜨거운 울림마저 선사하니 이 얼마나 좋은 드라마인가.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신선함'이라는 단어를 오랜만에 느껴보는 수작이다. 






20년대 좋은 국내 드라마들을 리뷰합니다.

위 글은 블로그에 썼던 리뷰들을 재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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