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열매새댁 Dec 07. 2023

남편이 퇴사를 했다.(33) - 차라리 그때가 좋았어

D+261일의 이야기

11월 26일 일요일 밤(D+261)에 대화를 나눴다. 분위기가 예전과 같지 않음을 느낀 남편은 침대에 내가 누워있는데 계속 이런 저런 얘길 했다. 그래서 내 기분을 말해줬다. 카드 대금을 이체하고 난 이후부터 내 기분은 매우 저조하다고 말이다.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힘을 내자고. 금방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고 다독이면 곧 잘 또 힘이 났다고 했다. 하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고. 어느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못하는 속마음 문제라 남편에게도 말해본다고.


매일 하루 하루가 지겹다고 얘기했다. 반복적인 하루. 차라리 연애할 때가 더 좋다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때는 정말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 지금은 벌어지고 있다고 말이다.  돈을 벌어오는 나. 외벌이의 수입으로 하루하루 식비를 생각하는 내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이는 회사 생활에서도 이어지는데 하반기 면담을 진행하니 나보고 짜증이 많이 늘었다고 했다. 무슨 일이 있냐는 물음에 그냥 요새 이런 저런 일이 있어서 그렇다고 했다. 굳이 내 상황을 말할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에서의 말은 어디든 타고 새어나가니 좋을 것이 없다. 


기약 없는 기다림에 어느 것 하나 좋은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데 마냥 웃기가 어렵다고 남편에게 얘기했다. 그랬더니 "미안해..." 라고 하더라.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뭔가 감정이 메마른 것 같았다. 남편은 내 행동을 보고 눈치를 보며 달래주려하는데 그냥 그것보다 빨리 난 합격소식이 듣고 싶다. 취직을 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어느 날은 생각한다. 이 사람이 서류 합격 하나는 너무 말하기 민망해서 다 붙고 나면 얘기하려고 하는건가? 라는 생각 말이다. 남편에게 이야길 해도 기분은 나아지질 않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편이 퇴사를 했다.(32) - 첫 회사로? 헤드헌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