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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셸 킴 Dec 17. 2023

우리 세대의 크리에이티브는 평균에 머물러 있다

천편일률적인 평균의 시대

“요즘 콘텐츠 다 똑같다.”  재밌는 콘텐츠를 찾아다니는 시청자들이 늘상 입에 담는 말이지만, 현재의 대중문화 전체를 ‘평균의 시대’로 규정한 사람이 있다. 바로 해외의 유명 브랜드 에이전시 Epoch의 디렉터 알렉스 머렐이다. 그는 올해 초 자신의 블로그에서 작성한 글, ‘The Age of Average’를 통해 카페 인테리어, 도시 경관 등 건축 분야의 크리에이티브가 평균에 수렴하는 현상 뿐 아니라 자동차와 공산품 디자인, 나아가 영화 포스터와 브랜드 로고마저 서로 유사해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Insta Repeat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은 UGC의 천편일률적인 이미지를 갈무리하여 공유한다.


그의 이 글은 사실 혼자서 갑자기 떠올린 생각을 적은 것은 아니고, 이미 여러 분야에서 조금씩 ‘평균성’을 지적한 바 있는 저널리스트, 디자이너 등의 생각을 모은 것에 가깝다. 예를 들어 가디언에 기고하는 저널리스트 카일 샤이카는 에어비엔비, 카페 등에서 보이는 인테리어적 유사성을 ‘AirSpace’라고 명명했는데, 그에 따르면 “런던의 힙스터 구역에 있는 카페들은 체인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이 천편일률적이다. 일종의 힙스터적 느낌을 낸답시고 역사적 전통의 겉모습만을 빌려오거나, 산업용 기계의 잔여물로 그 내부를 채워넣는다.” 심지어는 역사가 오래된 식당들마저 Z세대의 기호에 맞추기 위해 소위 ‘Airspace’적인 느낌으로 리모델링하면서 전세계의 공간 인테리어가 평균에 수렴하고 있다고 알렉스 머렐은 지적한다.

카일 샤이카가 정의한 'AirSpace'의 느낌. 요즘 흔히 보이는 카페 인테리어와 너무도 닮아 있다.


카일 샤이카의 가디언 기고 : 

https://www.theguardian.com/commentisfree/2016/aug/06/hipster-aesthetic-taking-over-world


대중문화가 평균에 수렴하는 현상은 비단 공간 뿐만이 아니다. 알렉스 머렐은 뉴요커에 기고하는 저널리스트 지아 톨렌티노의 주장을 인용해 “전세계의 셀럽과 인플루언서들의 얼굴이 서로 유사하게 닮아가고 있는데, 이는 보톡스와 필러 등 비교적 간단한 성형 시술의 보편화와 직결되어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Vox에 기고하는 레베카 제닝스는 한술 더 떠 성형 없이 뷰티 어플과 인스타그램 필터만으로 더욱 쉽게 유사한 효과를 노릴 수 있게 되었다며 이러한 현상을 ‘Instagram Face’라고 정의했다. 재미있게도, 실존 인물 중 Instagram Face에 유사한 사람은 바로 킴 카다시안이며, 수많은 사람들이 킴 카다시안 혹은 그와 유사하게 생긴 인플루언서의 얼굴을 들고 성형외과를 찾아간다고 한다. 

레베카 제닝스의 소위 'Instagram Face'. 갈매기 눈썹과 짙은 아이라이너, 안면 윤곽 컨투어링 등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지아 톨렌티노의 뉴요커 기고 : 

https://www.newyorker.com/culture/decade-in-review/the-age-of-instagram-face


레베카 제닝스 Vox 기고 :

https://www.vox.com/the-goods/2020/2/13/21125464/brow-lift-botox-bella-hadid-ariana-grande-kylie-jenner


콘텐츠 분야 역시 이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프랑스의 크리스토프 쿠르투아라는 사람은 이미 2012년도에 ‘13가지 영화 포스터의 클리셰 유형’을 정리하며 적게는 10편, 많게는 100여 편의 영화 포스터의 천편일률성을 지적했다.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를 연출한 스티븐 소더버그는 이러한 천편일률성의 이유로 영화를 미리 스크리닝하는 ‘대중 평가단’의 존재를 든다. “독특하게 만든 포스터나 트레일러는 대개 대중 평가단의 박한 점수를 받는다. 이는 대중 평가단이 평상시 환경과 다르게 별도의 공간에서 해당 트레일러를 접하기 때문인데, 실제 대중은 여러 영화 트레일러가 범람하는 환경에 처해 있기 때문에 독특하게 만든 트레일러는 더 눈에 띄게 된다. 하지만 나의 이런 의견은 한 번도 받아들여진 적이 없다.”

액션 영화 포스터의 클리셰를 정리해놓은 이미지. 공통 요소가 여럿 보인다.

크리스토프 쿠르투아의 글 : 

https://www.boredpanda.com/movie-poster-cliches/?utm_source=google&utm_medium=organic&utm_campaign=organic


스티븐 소더버그 인터뷰 :

https://www.yahoo.com/entertainment/news/steven-soderbergh-state-cinema-talk-101011658.html?guccounter=1&guce_referrer=aHR0cHM6Ly93d3cuZ29vZ2xlLmNvbS8&guce_referrer_sig=AQAAADbDWKdAqKIjnABfhroQIVS6CwTOXPNqNKPBI6HsT2K3HESHAGNWfuFbMoYYpmIClyJi0UZHWnWnuwyTLgfNwCIuc48vlGmaWKtrPzfEDJRvYKw5BkCA1ivVrxaySnOyZcVvCB-GIGmHQe1LbjMI61VHNY_tgT-5GGxWaRGi3mzC


알렉스 머렐의 글은 이제 결론부에 다다른다.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진이나 트위터에서 접하는 글, 우리가 보는 TV 프로그램과 다운로드하는 앱,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환경과 우리가 방문하는 웹사이트, 심지어 우리가 아름답다고 감탄하는 일러스트 마저 모두 천편일률적이다. 이 리스트는 끝이 없다.” 평균의 시대가 기회의 시대라며 이 현상을 일견 긍정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 대중문화의 천편일률성을 창의와 다양으로 극복하자고 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평균의 시대를 그 누구보다 끝내려는 의지가 강하게 드러난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아래의 문장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When the world zigs. Zag.” 



[참고] 알렉스 머렐의 블로그 : https://www.alexmurrell.co.uk/articles/the-age-of-aver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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