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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셸 킴 Mar 03. 2024

숏폼은 정말 해로울까?

전문가들의 왈가왈부

미국은 바야흐로 소셜미디어와의 전면전에 돌입했다. 작년에 메타는 미국의 41개 주에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어린이와 청소년층을 중독시키도록 설계되었다며 고소를 당했고, 올해 2월에는 뉴욕이 메타, 스냅챗, 유튜브, 틱톡 등을 상대로 법정 고발을 진행했다. 사용자들이 중독되게끔 하는 플랫폼의 설계가 지역사회와 공중보건에 악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시에 재정적인 부담마저 준다는 내용이다. 그 뿐 아니라 미국 학부모들도 본인의 자녀에 SNS가 악영향을 미쳤다며 직접 고소하는 줄소송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한국 언론 역시 숏폼 열풍에 대해 도파민 중독, 팝콘 브레인 등의 개념을 빌려와 경고장을 날리고 있다. 숏폼 콘텐츠는 짧은 시간 안에 자극적인 내용으로 시청자의 이목을 끌고, 그것이 뇌에 짜릿한 신호를 준다는 것이다. 이때 나오는 호르몬이 도파민이다보니 숏폼을 두고 ‘도파민에 중독됐다’는 말이 생겼다. 어떤 전문가들은 한발 나아가 ‘팝콘 브레인’ 개념을 빌려온다. “자극적인 영상에 노출되면 뇌의 전두엽이 반응”하는데, 그에 “내성이 생겨 일상생활에 흥미를 잃고 팝콘 터지듯 큰 자극만을 추구”하는 현상이라고 한다. 


조선일보 기사 링크 : https://www.chosun.com/culture-life/broadcast-media/2024/02/13/3KG3BOMIQFAVDL5OVJMGF5IWEU/


이렇게만 보면, 숏폼이 만병의 근원처럼 보인다. 아마 실제로 숏폼 감상이 2024년 현재 현대인의 여가 시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작년 9월 한국인을 상대로 한 조사에 따르면, 숏폼 사용량이 OTT 일일 사용량의 5배를 상회한다고 한다. 심심풀이 땅콩처럼 가볍게 소비하는 숏폼이지만, 그 절대적인 시청량이 많아지고 일상 생활에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출처 : 연합뉴스 <한국인 숏폼 플랫폼 사용 시간, OTT 5배 이상>


숏폼은 과연 도파민 중독의 주범일까? 전문가들은 선을 긋는다. 숏폼과 ‘도파민’은 아무런 상관이 없거니와, 단순히 숏폼을 많이 본다고 해서 ‘중독’이라 진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경외과 전문의 조동찬 의학기자에 따르면, 숏폼을 장시간 보고 있는 행위와 도파민 보상 회로를 추구하는 행위는 전혀 연관이 없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은 우울하거나 무기력할 때 숏폼을 보는데, 특정 목적을 추구하는 적극적인 뇌신경계보다는 어떤 내용을 받아들이기만 하는 수동적인 뇌신경계가 더 활성화된다고 한다. 도파민은 오히려 전자와 관련해 생성되는 호르몬이므로 숏폼과는 연관이 없고, 오히려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와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 


출처 : 숏폼에 빠진 게 도파민 중독 때문?…뇌의 빈틈 파고든다 / SBS 8뉴스

조동찬 의학 기자의 더 자세한 설명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면 좋다.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XnLr1I3fnSA


또한 최근 유퀴즈에 출연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영철 교수 역시 숏폼이 도파민 중독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무언가에 중독되려면 그것을 하지 않을 때 일상생활이 불가해야 하는데, 숏폼을 막상 보지 않았을 때 출근이 불가할 정도이거나, 담배처럼 금단증상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또한 숏폼을 보면서 얻는 자극으로만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을 생성할 수 있다면 그 심각성이 인정되지만,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숏폼도 감상하고 있다면, 이는 병적으로 중독성이 심한 물질은 아님을 의미한다고 한다. 

출처 : 숏폼에 빠지면 도파민 중독? 사실❌ 도박 중독 전문의가 말하는 '도파민'에 대한 모든 것! / 디글클래식


이렇게 긴 글을 쓰며 숏폼이 도파민 중독의 주범이 아님은 정리를 했다. 하지만 여전히 집중력 저하나 문해력 부족 등 현대 사회의 문제점으로 주목 받고 있는 현상을 부정할 수는 없는데, 이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해석을 보다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먼저 위에서 언급한 신경외과 전문의 조동찬 기자는 같은 인터뷰에서 “숏폼에 가장 취약한 사람은 어린이나 청소년일것 같지만, 연구 결과는 의외로 대학생”이었다고 언급한다. 어린이보다는 대학생, 혹은 직장인이 그 우울감이 높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일텐데, 그렇다면 사실상 숏폼 콘텐츠의 소비는 현대인의 만성 질병인 우울감과 무기력을 잠시나마 해소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볼 수도 있다. 동시에 우리는 이를 닦으며 숏폼을 보거나, 숏폼을 보며 운전을 하는 등 소위 ‘멀티태스킹’을 하는데, 조동찬 기자는 이것이 멀티태스킹을 능력자처럼 취급하는 문화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음을 언급하기도 했다. 



조동찬 기자가 소개한 영국 브리스톨 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숏폼은 도파민/자극보다는 우울감과 더 연관이 있다.

한편, 버지니아 워싱턴 대학 내에 위한 다문화 상담센터는 숏폼을 MZ세대의 욕구와 결부시킨다. 해당 기관에 따르면 MZ세대는 “단순한 정보추구, 여가선용뿐만 아니라 미디어 제작에 참여하고 본인을 나타내고 공유하”는 심리적 욕구 실현의 장으로 숏폼을 활용한다. 즉 숏폼을 단순히 감상만 한다면 이는 우울감과 무기력에서 기인한 수동적 행위일 수 있지만, 시청자이자 동시에 공급자, 창작자이기도 한 MZ들의 입장에는 숏폼은 그 목적에 따라 수동적, 적극적 뇌신경계를 모두 활성화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2020년 고급화된 숏폼 플랫폼 ‘퀴비’의 실패는 이러한 주장을 강화한다. 디즈니와 이베이의 최고 경영자가 손잡고 출시한 ‘퀴비’는 출범 6개월만에 초라한 막을 내렸는데, 스티븐 스필버그, 기예르모 델 토로 등 내로라하는 유명 인사들이 콘텐츠를 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퀴비는 시청자들이 동시에 공급자이기도 한 숏폼 시장의 근원적인 욕구를 읽어내지 못했다. 숏폼, 그 중에서도 틱톡과 릴스는 더이상 옛날의 바보상자, 즉 TV처럼 수동적으로 감상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어느때보다 낮아진 진입장벽으로 본인의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게끔 하는 인정과 소통 욕구 충족의 장이기도 하다. 


고퀄리티 숏폼 플랫폼을 추구했던 퀴비의 실패.

유현준 교수는 본인의 채널 셜록홈즈에서 가로VS세로 창문에 빗대어 숏폼 플랫폼의 흥행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TV와 같은 가로형 콘텐츠는 풍경이나 자동차의 이동 등 사물을 보여주기 좋은 반면, 인간의 신체 비율과 그 궤를 같이 하는 세로형은 보다 인간 자체를 피사체로 하기 유리한 공간적 구성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한 때 건축가들 사이에서는 창문을 세로로 낼지, 가로로 낼지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고 하는데,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스스로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직접 만들어 올리는 MZ세대의 니즈와 부합했을 것이다.


과거의 건축은 보다 형이상학적인 관점에서 인간을 닮은 세로형 창문을 선호했다고 한다. 르꼬르뷔지에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숏폼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조심스러워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대개의 콘텐츠가 그렇듯이, 숏폼 역시 집중력과 문해력 저하라는 문제점과, MZ세대의 자기 표현 공간이라는 장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오히려 숏폼을 ‘도파민 중독’과 결부시키며 단두대로 보내는 사람들은, 자극적인 영상만을 찾아 수동적인 시청에 머물거나, 혹은 본인은 막상 소비하지 않고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자녀의 모습만을 보며 혀를 차는 사람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요즘 유행하는 음원과 템플릿을 활용해 10분만의 나의 일상을 공유하는 경험을 해보면, 그 생각이 사뭇 바뀔 거라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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