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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셸 킴 Apr 13. 2024

이준석 당선 비결

그를 싫어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나는 이준석을 싫어한다. 정확히는, 그가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의 이야기와 입장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것을  걱정한다. 혐오는 대상을 미워하는 게 아니라, 그 대상이 하려는 이야기를 다수의 지배적 관점에서 무력화 시키는 거다.  


하지만 정치인으로서 그에 대한 나의 호오와 상관없이, 이번 총선에서 이준석은 눈부신 활약을 보여줬다. 마사중 (마이너스 4선 중진)이 되지 않으려는 간절함이었을까? 이준석은 지역구 정치인으로서 유권자의 마음을 차곡 차곡 돌려 나갔고, 여론조사와 출구조사 결과를 뒤집고 최종 득표율 42%로 당선 됐다. 지피지기의 마음이랄까? 이번 글은 그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그의 당선 비결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객관성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선거 약 일주일 전부터 이준석에 대한 검색량이 가파르게 치고 올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역구에 대한 진정성으로 사로잡은 3040 동탄맘   


총선 며칠 전부터 이준석이 지역구 유세를 열심히 돌고 있다는 증언이 여러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솔직히 마사중의 발악으로 치부하며 흐린눈 하고 봤지만, 같은 지역구 경쟁자였던 민주당 공영운 후보가 ‘침대 유세’라 불릴 정도로 팔짱 끼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이준석은 동탄의 거의 모든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녔다고 할 정도로 성실한 유세를 했다. 심지어 총선 2일 전부터는 48시간 무박 유세라는 것에 돌입했는데, 내가 기억하는 한 지역구 정치인이 무박 유세를 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그는 갈라치기도 최초, 무박유세도 최초인가보다.  그의 마지막 유세에서는 동원 인력 없이 동탄 지역 유권자 1000여 명이 몰렸다고 하니, 이준석 캠프는 이때 여론조사를 뒤집는 길바닥 민심을 직접 확인하며 승리를 어느 정도 예견한 듯 하다.

이준석이 운영하는 여의도 재건축 조합에 올라온 그의 동탄 탐방 영상.

국회의원들 특법안 발의를 저지할 때 필리버스터에 돌입하는데, 한국 최고 기록은 민주당 이종걸 의원, 국민힘 윤희숙 의원 등이 갖고 있는 12시간이다. 쉴새 없이 말하는 필리버스터랑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정치인으로서 유권자에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수단에는 긴 시간 무언가를 하는 것도 분명히 있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준석도 평론만 장시간 하길 바랐지만...


이준석의 자필 공보물 역시 화제다. 이건 솔직히 인정이다. 공보물을 직접 수령한 동탄 유권자들 중심으로 이준석 공보물 만큼은 버릴 수가 없다며 모든 페이지를 수기로 작성한 것에 놀라워하는 후기가 흘러나왔다. 실제로 선관위 홈페이지에 게시된 이준석의 공보물은 총 11페이지 모두 자필로 작성되었으며, 정치에 입문한 후 느낀 정치인의 역할과 더불어 경기 화성을 지역구에 대한 세심한 진단, 그를 바탕으로 내놓은 공약에 대한 생각을 적어 놓았다. 일부 커뮤니티에 의하면 자료로 삽입된 화성을, 동탄의 구역별 지도 역시 본인이 직접 그린 것이라고 한다. (이준석이 생각이 없어서 싫은 건 아니다. 그와 생각이 너무 달라서 싫어하는 거지) 

총 11페이지가 모두 이런식으로 구성되어있다. 눈에 띈다.

참고로 국민의힘의 이번 선거 브랜딩 컨셉 중 하나도 자필 편지였다. 국민의미래 공보물에는 비례대표 후보자 전원의 자필 편지가 실려있고, 그에 앞서 한동훈이 국민에 보내는 설인사도 자필로 실려있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이준석에 차이가 있다면 바로 진정성일 것이다. 자필 편지는 기본적으로 쓴 사람의 사적인 필치나 감정을 드러내기 때문에 진정성 있는 소통의 수단으로 쓰인다. 아이돌이 연애와 결혼 사실을 자필 편지로 팬들에 공개하는 것이나, 연예인이 물의를 일으켰을 때 굳이 자필 사과문을 쓰는 것 역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쓴 사람의 마음이 더욱 잘 전달되도록 하기 위한 전략이다. 다만 국민의 미래 비례 후보자들의 경우 인지도도 없는데 몇 줄 안되는 자필 편지를 쓴 것이 유치해보였다면, 자신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11페이지 빼곡히 자필로 적어내려간 이준석은 그 진정성을 토대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었다. (탄에 대한 진정성 만큼이나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진정성도 좀 보였으면.)

국민의미래 공보물과 한동훈의 설날 인사. 모두 자필 편지 형식이다.

아시아경제에 의하면, 이준석의 이러한 전략은 “지역 핵심 지지층 '동탄맘'들의 관심사를 정확히 공략”했다. “그는 동탄의 유세지역 내 100곳에 달하는 각 아파트 단지를 찾아 개선 사항을 세부적으로 제시하는 데 집중했다. L 아파트 단지의 경우 인근 상가의 만성 우회전 차로 정체 문제, 인근 골프장 잔디 관리에 따른 약품 처리 피해 문제, 아파트 커뮤니티 내 과도한 관리비로 사우나 시설의 방치 사례 등을 지적"했다.


주차장에서 3시간 울었다는 이준석 엄마, 5060 동탄 부모의 동정여론   


조국혁신당의 조국이 전국적인 5060의 동정 여론을 등에 업고 이번 선거의 돌풍을 이룩했다면, 이준석도 또다른 동정 여론의 수혜자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이 40 먹고 엄마 카드를 쓰다니. 이것도 그가 주장하는 능력주의인가??)

윤석열에게 대선의 승리를 안겨준 이준석은, 개고기를 양고기로 포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개고기에게 낙인 찍히며 당대표에서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다. 개고기를 양고기로 포장하는게 그가 생각하는 정치의 대의인가?  그렇게 개혁신당을 창당 그는, 이번 총선의 윤석열 정권 심판 프레임을 자기 쪽에 유리하게 이용하며 자신의 부모님을 직접 유세차 위로 불러냈다. 특히 이준석의 모친 김향자씨는 “아들이 당대표에서 물러났을 때 주차장에서 3시간 동안 울었다”며 진한 모성애를 드러냈고, 옆에서 같이 눈물을 훔치던 이준석과 함께 여러 매체에 보도되며 반향을 일으켰다.


이준석은 모친에게 큰 절을 수십번은 올려야 한다. 용돈도 좀 넉넉히 드려라. 재산 19억으로 늘었더라. 아들의 정치적 부침에 따라 안쓰러워하는 피끓는 모정이 경기 화성을의 5060 부모들에게 고스란히 전달이 되며 이준석의 역전을 사실상 견인했다고 할 수 있다. 이준석도 사실 이 부분을 잘 알고 있는데, 당선 직후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당선인 어머님의 눈물 호소가 굉장히 많은 부모들의 가슴을 울렸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진행자의 말에 "그렇다"라고 인정했다. (어머니가 편찮으시거나 생업에 종사해야하는 정치인을 쓸 수 없는 전략이다.  이준석 부모님은 서울대 경제학과 나와서 증권회사 다닌 부유 엘리트층이다. )



개인적인 코멘트로 글을 마무리하자면, 2번 전략은 선거에서 이기는 데는 주효하지만 정책으로 심판 받는 정치인으로서 신파 서사에 기댔어야 하나 아쉬움이 있다. 마사중이 진짜 싫었나보다. 본인도 낙선이 죽기보다 싫다더라.  동일한 맥락으로 조국혁신당이 동귀어진의 정치로 ‘윤석열 망해라’ 기치를 내거는 것도 좋은 정치라 볼 수 없다는 의견이다. 한국형 신파 드라마의 전형을 보았다고 해야할까. 눈물이 나는데, 옆에서 울라고 부추겨서 눈물이 나오는 찝찝한 느낌을 거둘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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