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를 키워보기 전까지는 매화의 향기가 이렇게 그윽한지 몰랐다. 마당에 한기가 나지막이 고여있던 이른 봄의 아침, 몇 개의 꽃봉오리가 터지더니 매화의 향기가 금세 작은 마당을 가득 채웠다. 신선하고도 달콤한 향을 가슴 깊이 들이마시면 새로운 계절이 다가왔음을 실감하곤 했다.
꽃을 피우기 위해 나무는 생각보다 일찍 준비를 시작한다. 늦은 가을이나 겨울에 봉오리를 만들고 겨우내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키워내는 것이다.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도 마찬가지겠지. 사춘기를 시작으로 이십 대에 이르기까지 읽었던 책들이 지금의 내 모습을 어느 정도 완성했던 것처럼 좋은 향기를 풍기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일찍 준비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책은 지식과 정보를 상징하는 매체이지만 요즘은 새로운 도구들이 많이 만들어지면서 그 역할이 줄어드는 듯하다. 그런데 때로는 새롭게 만들어진 매체들이 과거에 책이 담당했던 만큼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