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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항해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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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리 Mar 02. 2024

지독한 장거리 연애.
첫 번째 이야기

얼마나 멀어야 장거리 연애일까?

얼마나 멀어야 장거리 연애일까?



거리도 시간도 계절도 장거리


주변에서 절대 추천하지 않는 게 장거리 연애다. 일반 연애보다 몇 배는 어렵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 등등 장거리 연애에 대한 안 좋은 소리는 주변에서 흔하게 듣기 쉽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하지 않는 장거리 연애. 과연 얼마나 거리를 장거리 연애라고 할까?


1시간 거리? 서울과 부산? 아니면 국내와 해외?


사람마다 장거리 연애의 기준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선원의 연애가 장거리 연애라는 건 사람들 모두가 100% 동의할 것이다. 대다수의 선원들은 전 세계를 누빈다. 그럼 당연히 그들의 연애는 국가와 시차를 넘나드는 월드와이드 초 장거리 연애가 될 수밖에 없다. 상대방은 한국에 있고 선원들은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 국가가 바뀌는 것은 기본이고 위, 아래로는 계절이 바뀌고 좌, 우로는 시간이 바뀐다.


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금은 다르지만* 내가 승선했던 지금으로부터 단 몇 년 전의 시절에는 항해 중일 때 배에서 유일한 연락 수단은 메일이었다. 펜팔 할 때 쓰였던 그 메일이 맞다. 그것도 내가 원하는 시간에 수, 발신할 수 없는 메일... 대체 그렇게 어떻게 연애를 했을까? 지금 생각해 보니 정말 지독한 연애를 했던 것 같다. 와이프한테 다시 한번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대다수의 선원의 연애


사실 내가 만났던 대다수의 선원들은 연애를 하지 않고 있었다. 6~8개월간의 장기간의 승선, 1~2개월의 짧은 휴가로 인해 연애를 하기 힘들어 아예 처음부터 상대방이 없던 경우와 처음 승선해서 인사를 나눌 때는 분명히 여자친구 혹은 남자친구가 있었으나 긴 승선기간 동안 상대방과 헤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6~8개월의 승선기간 동안 대다수 아니 거의 모든 커플들이 헤어졌다.


사실 연애를 지속하기에 너무나도 가혹한 환경이다.


육지에서 기다리는 상대방에게는 정말 엄청나게 거리가 많다. 그게 반해 선원은 하루에 한, 두 번의 메일 말고는 연락할 수단도 이야기를 나눌 방법도 없다. 항해 중에는 연락 수단이 메일 밖에 없고 가끔 항구에 들어가게 되면 얼른 그 나라의 로밍을 해서 연락을 하지만 그 시간이 또 한국과 시차가 다른 일이 허다했다.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는데 이게 참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연애다.


연락이 안 되는 시간 동안 상대방에 대한 믿음은 서로에게 주어진 숙제이고 작은 다툼은 크게 이어지기 십상인 상황이다. 그래서 어찌 보면 반대로 아예 일찍 결혼하는 분들이 계시지 않았나 싶다.



나의 연애 이야기


나는 2022년 3월 결혼했다.


와이프를 처음 만난 2014년 9월 그리고 연애를 시작한 10월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선명하다. 그 후로 대략 7년의 연애를 마친 뒤에 결혼에 성공한 것이다. 내가 2020년 12월 27에 배에서 하선을 하고 육지에서 일을 시작했으니 사실 연애의 대부분은 선원 시절에 이루어졌고 당연히 승선기간 동안의 장거리 연애도 포함되어 있다.


나보다 더 오랜 기간의 장거리 연애를 하신 분들도 있겠지만 내 장거리 연애는 좀 특별했다고 생각한다.



이 연애가 결혼까지 가기 위한 그 7년간의 기간의 우리 커플만의 노력과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은가?


두 번째 이야기에서 계속.



* 동생은 현직 선원이다 - 현재는 선내에서 인터넷이 가능해서 카톡 및 보이스톡 정도는 가능하다고 하나 항구에 들어가게 되면 로밍을 하는 것은 지금과 동일하다고 한다. 현재는 선원들의 복지를 위해 스타링크 설치를 여러 선사에서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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