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라 함은 자신을 소개하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다.
- 무슨 일 하세요?
아, 저 언어치료 하고 있어요.
- 아 진짜요? 언어치료는 무슨 일을 해요?
그러니까 이 말인즉슨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나는 나에 대해, 내 직업에 대해 끊임없이 소개해야 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는 나를 소개하는 일에 거리낌이 없지만 종종 텍스트로 남겨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여러 번 고민하다 조심스럽게 이 일이 어떤 일인지 적어보려 한다.
1. 언어치료가 뭐예요? (What)
언어치료라 함은 의사소통 장애를 진단 및 평가한 뒤, 각 장애의 특성에 초점을 맞춰 대상자에게 필요한 치료와 의사소통 방법의 학습을 병행하는 것을 일컫는다.
치료사들은 치료실 내에서 다양한 상황을 조성해 아이들에게 필요한 언어적 자극을 제시하고, 아이들이 이 자극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일상 생활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일을 한다.
가령 제스처, 발성을 이용해 무언가를 달라고 요구하는 빈도가 낮은 친구의 경우, 소리를 내며 원하는 사물을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을 여러 번 조성하고 소리를 내 표현할 수 있게 유도하기도 하고 짜증내는 소리를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물건, 행동을 얻는 친구의 경우 짜증내는 소리 대신 '주세요' 라고 말할 수 있게 유도한다.
2. 누가 언어치료를 받는데요? (Who)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느낀다면 누구나 언어치료를 받을 수 있다.
흔히들 '언어치료' 라고 하면 발음이 부정확한 친구들이 발음 교정을 하기 위해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언어치료를 받는 이유는 무궁무진하다. 정말 다양한 케이스가 있고 다양한 친구들이 언어치료를 받는다.
누군가는 부정확한 발음 때문에 오기도 하고, 말더듬, 난청, 음성의 문제(성대결절, 성대 폴립 등), 언어 발달 지연 등의 이유로 오기도 한다. 청각장애 친구들이 인공와우, 보청기 등을 사용하게 된 뒤 Ring 6라고 하여 모음 소리에 대한 변별부터 시작해 이 소리가 어떤 소리인지 알기 위해 차근차근 중재를 받기도 하고, 발달 장애 친구들이 일상에서 사용해야 하는 의사소통 기술(인사하기, 자기 소개하기, 물건 사기 등)을 중재 받기도 한다.
3. 왜 언어치료를 받나요? (Why)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해 학업, 생업 등의 일상 생활에서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이 어려움은 불안감, 스트레스, 긴장 등의 2차적인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본인이 중재 중인 케이스를 예시로 들어보자면, 현재 나와 언어치료를 받고 있는 A군은 발달장애이다. 이따금 긴장하거나 짜증이 나면 손을 꼬집거나 상대방을 때리는 등의 공격 행동을 보여 크게 몸싸움을 한 적도 있다. 이는 손을 꼬집는 등의 행동이 자신에게는 감정의 표출이지만 상대방에게는 공격적인 행동이라는 것을 고려하지 않아 생기는 일이다.
하지만 A군은 수업 시간에 선생님 손을 꼬집지 않는다, 짜증을 내지 않는다 등의 약속 지키기와 사회적 기술(물건 빌리기, 인사하기 등)을 연습하며 공격 행동이 상당수 줄어들었고,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조금씩 표현해 주기 시작했다. 수업 시간에 반향어를 중얼거리는 등의 행동도 줄어들며 집중력도 상당히 높아졌다. 이 중재의 효과인지 A군은 다른 치료를 받으면서도, 다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짜증을 내지 않는 등의 상당히 나이스한 면모를 보여준다고 한다. 본인 스스로도 스트레스가 줄어들어 자주 웃고 더 즐거워한다.
발달 장애 친구들의 경우, A군처럼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상황을 고려하는 부분에 대해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어려움이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유발하고 친구, 직장 동료, 상사 등의 다양한 사람들과의 대인관계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예의바르게 인사를 하고, 자신이 누구인지 소개를 하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을 통해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고 일상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해 중재를 진행한다.
아무튼 대략 이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언어치료사로서의 저의 일상과 함께 바우처라고 하여 우리 친구들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항목에 대해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