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관광명소 도장찍기
오늘은 예상치 못하게 바쁜 날이었다. 평화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문을 구경하고, 우연히 유태인 박물관에도 가고, 체크포인트 찰리도 들렀다가 현지인도 줄서서 먹는 유명한 Mustafa's gemüse 케밥을 먹었다!
원랜 첫 코스로 국회의사당을 구경하려고 했는데, 막상 도착해서 인터넷에 찾아보니 예약해서 들어가면 내부 구경도 하고 실제로 회의하는 모습도 1시간 가량 참관할 수 있다고 해 그자리에서 예약하고 외관 사진만 찍고 사람들이 많이 걷는 쪽으로 자연스레 걸어갔다.
브란덴부르크 문은 사실 갔을 때 문 말고는 별게 없긴 했지만, 독일, 그중에서도 베를린에 갔다면 반드시 봐야하는, 평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축물이기 때문에 꼭 가야하는 곳이기도 하다. 독일의 평화, 승리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이제는 유럽 전체의 통합과 번영을 상징한다고 한다.
사진을 찍는데 날이 너무 추워서 바로 앞에 있는 스타벅스에 얼른 들어갔다. 가서 따뜻한 카페 라떼 한잔을 먹고 있자니 지금 따뜻하게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했다! 카페에서 비싸게 주고 샀던 Berlin 여행가이드북을 펼쳐 갈만한 곳이 어디 있을까 찾아보기 시작했다. 근처의 체크포인트 찰리가 눈에 띄었고, 체크포인트찰리와 유대인 박물관에 갔다가 그토록 유명한 케밥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크포인트 찰리도 사실 검문소를 보존해놓은 것을 빼고는 별게 없었지만, 검문소가 서독과 동독을 오가는 사람들의 검문소였던 만큼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에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광 명소 아니랄까봐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인터넷에선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있어서 돈을 내면 같이 사진도 찍을수 있다던데 겨울이라 그런가 그런건 없었다. 근처의 기념품샵에 들어가니 베를린 장벽 돌의 일부를 잘라 기념품으로 팔고 있는데 신기했다. 나중엔 이 돌조차 못사겠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으로 향한 유태인 박물관은 역사적이고 거시적인 홀로코스트 그 자체보다, 홀로코스트 이면의 대량 학살당한 개개인의 삶을 조명함으로서 홀로코스트가 얼마나 큰 삶과 공동체를 앗아갔는지 몸소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특히 유대인 학살 이전의 유대인이 가족별로 어떻게 살았는지 그림과 영상, 글로 보여주어 얼마나 유태인 학살의 아픔이 더 와닿았다.
어쩌면 시대를 뛰어넘어 그들도 나같이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사람들이었다. 가족들에게 보냈던 조각조각의 편지들은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911테러 때 사람들이 죽기 전에 가족들에게 사랑한단 말을 남기는 것만 같았다. 말도 안되는 인간의 잔인함 앞에서 무력해진,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에서 일어났던 세월호 침몰 사고도, 이태원 압사 사고도 사람들이 애도하려는 방식을 보면 '잊지 않는 것'이다. 어제의 일도 잊어버리는 우리에게, 잊어서는 안되는 일들이 있는 것 같다. 잊지 않아야, 대대손손 되새김질해야, 과거의 아픔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것 같다. 그게 후손으로서, 살아남은 운좋은 사람으로서 해야할 일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는 관람이었다.
유대인 박물관 관람을 마칠 때쯤 박물관이 문닫을 시간이었다. 배가 정말 고팠던 나는 당장 무스타파 케밥집을 향해 갔다. 30분 가량 기다린 후에야 케밥을 먹을 수 있었는데, 기다린만큼 정말 맛있었다..!! 속재료도 알차고 소스와 내용물의 조화도 완벽하고 심지어 가격대비 양도 많았다! 앞으로도 종종 가서 사먹을 예정이다 XD
베를린에 온 이후로 숙소에 붙어있던 적이 없다. 돌이켜보면 나는 계속 어딘가로 나간 것 같다. 브런치를 매일 열심히 쓰겠다고 다짐하던 때는 언제고, 이렇게 겨우겨우 기록으로 남기는 나자신이 남아있다 ;) 앞으로는 무엇을 하루동안 했는지에 더해, 나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느낀 점을 더 적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