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투어 마지막 날, Meetup 소셜라이징
박물관 투어 마지막날엔 보데 박물관과 함부르거 반호프 현대 미술관에 갔다. 일단 보데 박물관에선 고대 골동품과 비잔틴 예술품, 일상생활 소품을 소장하고 있는 박물관인데, 들어서자마자 내부가 마치 궁전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예전에 친구 집에 가면 볼 수 있던 (촌스럽다고 생각했던) 유럽 양식의 장식장이나 서랍장이 왜 한 때 유행했는지 이해될 정도로 작품마다 압도되었다. 조각상이 군데군데 많이 배치되어 있어서, 중간에 앉아서 크로키를 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메달과 동전을 전시해놓은 방도 인상적이었는데, 메달 주위로 악세사리가 함께 달려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요즘 메달은 디자인이 아주 심플한데, 요즘 대회에서 수상할 때 주는 메달에도 이렇게 악세사리를 같이 해서 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데 박물관의 하이라이트는 거울의 방이었는데, 도자기를 보관하는 방이었다지만 너무 아름다워서 압도되었다. 사진찍어 놓은 것을 보니 실물의 1/10도 따라가질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다음으로는 함부르거 반호프 현대 미술관에 갔는데, 입구에서 볼 수 있는 미디어 작품과 오케스트라가 연상되는 큰 음악소리에서부터 미술의 세계로 홀리기 시작했다. 작품을 보러 들어가는 길목에 있던 문구가 인상적이어서 사진도 찍었다; Birds born in cages think freedom is a crime. 이 한 문장이 참 많은 울림을 준 것 같다. 애초에 우물 안에만 있으면 우물 안의 세상을 벗어나기만 해도 범죄같고 맞지 않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물 밖으로 나와보면 아무것도 아닐 때가 많다. 어쩌면 세상은 생각보다 단순한데 우리가 너무 어렵고 깊게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격적인 전시관은 대부분이 음악을 듣는 관람 형태로 되어 있었는데, 아방가르드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작품들이 정말 많았다. 이게 음악인지 소음인지 싶은 음악도 있었고, 불규칙적인 리듬 속에서 규칙을 만들어가는 노래도 있었고, 아주 오래되었지만 듣자마자 반해버린 음악도 있었다! 대학교 때 교양 수업으로 들었던 아방가르드 예술이 생각나기도 했다. 한마디로, 내가 평소에 '음악'이라 정의내리던 것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 전시였다.
Herman Nitsch의 노골적이고 잔인해보이는 작품도 있었는데, 비엔나에 대항해 정치적 의미로서 그 의의를 지닌 작품이라고 한다. 예술의 영향력에 대해 재고해볼 수 있는 기회였고, 생각보다 하나의 예술 작품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은 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그런 생각이 여성의 권리 신장에 대해 얘기하는 Claus Boher의 비디오테잎 아카이브를 보고 들었는데, 이 전시회에 온 사람들만 해도 다시 한번 그런 주제들에 대해 생각해볼테니 그것만으로도 유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Valie Export & Ingrid Wiener의 노래는 마치 제이래빗의 Happy things를 듣는 느낌이었다! 불규칙한 리듬 속에서 규칙을 가미한 느낌이랄까! 순수하고 따뜻한 기분이 들어서 좋기도 했다. Hanne Darboven 작품은 성당이나 교회음악 같았는데, 들으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노래였다! 차분해지고 느려지고 싶을 때 들으면 좋을 것 같은 노래도 있었다. 이렇게 정리하고보니, 음악이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힐링을 주기도 하고, 중요한 사회적 영향력을 미치기도 하고,
저녁에는 Meetup에서 예정된 New Berliner 미팅에 갔다! 정말 많은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 모인 자리였다. 캐나다, 남아공, 시리아, 네팔, 독일, 영국 등.. 역시나 E성향인 나답게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주제로 얘기하며 에너지를 받아갔다.
그중에 네팔에서 온 한 남자가 있었는데, 여기 베를린에 왜 왔냐길래 한달 간 여행하러 왔다니까 '아니야 넌 거짓말 하고있어' 라며 아마 '너 자신을 찾으러 온 것 같다'라고 말하며 정곡을 찔렀다..!! 대화할 당시에는 신통방통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보니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며칠 여행하는 사람이 Meetup모임에 올리는 없을 테니..
하나 아쉬웠던 점은, Meetup에서 그저 소셜라이징 차원에서 만나는 모임은 일회성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간을 내서 몇시간이라도 얘기했으니까 링크드인이라도 친구추가를 하면 좋으련만.. 그 점이 아쉬웠다. 다들 정말 가볍게 얘기를 즐기다가 각자 시간이 되자 sns 계정을 알려주거나 링크드인 페이지 공유따위 없이 집에 돌아갔다. 이것도 독일의, 베를린의 문화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