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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이 Feb 13. 2023

독일 한 달 살기 DAY 4

박물관과 탱고수업

오늘은 박물관 투어할 때 필수로 들러야 하는 Pergamon 박물관과 Nues 박물관에 갔다가, 저녁엔 탱고수업을 들었다. 두 박물관 모두 지금까지 내가 가본 박물관과는 많이 달랐는데, 유적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박물관 투어 첫날 오디오 가이드 없이 관람했던게 아쉬워서, 이번엔 구역마다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관람했다.


신기했던 점은, 페르가몬 박물관은 분명 독일에 있는 박물관인데 내부 유물이나 작품엔 서아시아의 시리아,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터키와 같은 중동쪽에서 가져온 것들이 많았다. 독일이 옛것을 소중히 하는 만큼 유물 발굴에 총력을 가하며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기도 하고, 시리아 정부에서 돈을 많이 받고 유물을 넘겨 이렇게 독일 베를린까지 유물들이 오게된게 아닌가 싶다. 독일의 것이 아닌데 독일 박물관에 있는게 다소 불편하긴 하지만, 그래도 독일이라는 나라의 유명한 박물관에 있으니까 관광객들이 중동과 서아시아 문화에 대해 새롭게 알게되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선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페르가몬 박물관을 구경하며, '기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왕의 업적을 기록하는 거나 함부라비 법전을 돌에 기록한 유물들을 보며, 인간의 유전자에는 확실히 기록을 후대에 남기려는 본능(종족 번식의 본능과 연결된)이 강하게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록에 대한 욕심은 시대와 위치를 불문하고 언제나 있어온 것 같다.


또다른 알게된 새로운 점은, 중동쪽은 문양의 디테일이 강하다는 점이다! 그저 촌스럽다고 생각해 지나쳐온 카펫문양도 다시보게 되었다. 디자인이 아주 섬세해 예쁘지만 어떤 건 너무 세세해서 징그럽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드라마로 알게된 알함브라 궁전의 일부도 볼 수 있었는데, 알함브라 궁전이 알고보니 스페인에서 마지막으로 이슬람 통치자가 통치했을 때의 궁전이었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페르가몬 박물관만 구경했는데도 이미 넉다운 상태였다..ㅋㅋㅋ페르가몬 박물관은 규모가 커서 돌아다니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 오디오 가이드를 함께 들으니 시간이 더 오래 걸린 것도 있다. 하지만 페르가몬 박물관 바로 밑에 Neues 박물관이 있어서 식사를 거르고 바로 Neues 박물관으로 향했다.


Neues 박물관은 이집트 유적지를 그대로 가져다놓은 느낌이었다. 특히 미라와 무덤을 실제크기로 눈앞에서 보며 그 크기에 압도당했다. 조각상들도 있었는데, 사진으로 다시 보니 정말 실제로 봤을때와 사진과는 정말 다른 것 같다. 섬세하고 아름답게 장식된 다용도 상자도 있었는데, 지금 상점에서 팔고 있다면 사고 싶을 정도로 상자 위 그림이 아름다웠다. 아주 긴 모자도 있었는데, 저걸 어떻게 쓸 수 있지 싶을 정도로 길이가 정말 길었다ㅋㅋㅋ  

사실 Neues 박물관은 중간부터는 관람을 거의 포기했다. 체력이 바닥나 너무 힘들어 유물이 눈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기 시작했다..!! 배도 너무 고파서 뭐든 먹고 싶었다.. 어제 갔던 커리부스트 61에 또 가서 커리부스트를 먹고 에너지를 채운 후에 숙소를 향해갔다.


Meetup을 통해 신청했던 탱고 수업을 갈까 말까 고민했다. 집에 와 누워서 쉬고 있으니 다시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았다. 뭔가 안가기엔 처음 듣게 될 탱고수업이 기대되어 나도 모르게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진으로 따로 남기지 않은게 아쉽지만, 독일에 온 이후로 최고의 경험이었다.


사실 난 춤을 잘 출 줄도 모르고 노래방에 가도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이다보니 탱고를 출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시리아에서 온 탱고 선생님은 영혼을 내려놓고 리듬에, 파트너와의 호흡에 몸을 맡기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탱고 수업에 왔었어서, 좁은 공간에서 계속 파트너를 바꿔가며 탱고를 췄는데 너무 재밌었다. 처음엔 쑥스러워서 리드도 못하다가, 나중엔 음악에 몸을 맡기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뭐랄까, "탱고"하면 노인들이 추는 촌스러운 음악 아니면 영화에서 부부가 조용히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는 모습만 떠올랐었는데, 직접 춰보니 탱고는 음악에 몸을 맡긴다면 추는게 그다지 어렵지 않으면서도, 남녀노소를 위한 매력적인 춤의 장르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나 자신을 하루하루 알아가고 있다는게 신기하다. 이젠 어디 가서 여러 음악 장르 중에서 '탱고'를 좋아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도 있을 것 같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의 사람이라고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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