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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이 Jul 23. 2024

독일 석사 생활기

1년만의 근황, 나는 성장했는가 

브런치에 글을 올린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다. 

(내 성격답다고도 느낀다. 나는 하고싶은게 많지만, 그중에 막상 하면 오랫동안 잡고 있는게 거의 없다..) 

무튼 시간이 너무 빠르다고 느끼는 요즘, 독일에서의 지난 내 시간들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빠르게 근황을 정리하자면, 

나는 독일 한달 살기 후 독일 석사를 결심했고, 더 나이가 들기 전에 후회하더라도 도전해보기로 마음먹었다! 23년 4월 대학원 이곳저곳에 지원했고, 그중 한 곳으로 결정해 독일 쾰른에 오게 되었다. 

처음엔 쾰른이 베를린처럼 익숙하지도 않고 분위기도 베를린과 달라서 적응이나 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지만, 학교에 적응도 잘하고 시험도 잘보고 새로운 좋은 친구들도 사귀게 되었다. working student로 한 리서치 회사에서 리서치 업무를 6개월가량 하다가 지금은 난데없이 함부르크라는 지역의 화학제조회사에서 인턴을 하는 중이다. 직장 상사도 잘 만나서 가끔 퇴근 후 저녁식사나 카페를 같이 가기도 하고, 같이 입사한 인턴 동기와도 너무 잘 지내고 있다. 운좋게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정직원 한국인들과도 알게 되어서 같이 저녁먹기도 하고, 점심도 종종 먹는다. 인턴이 끝나면 올해는 남은 3학기 공부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나는 성장했을까. 

성장의 지표가 무엇이느냐에 따라 답이 아주 다양할 것 같다. 

커리어적으로는 yes. 내가 어떤 업무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 분명해졌다. 나는 예전에 일하던 세일즈 매니징처럼 숫자로 소통하는 업무보다는 나의 창의성이 가미될 수 있고, 어떤 일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사람이 중심이 되고, 때론 숫자보단 주관적인 의견이 더 중요한 업무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채용 브랜딩 업무가 내가 일해온 분야(해외 영업, 마켓 리서치, 채용 브랜딩) 중에선 꽤나 마음에 드나보다. 채용 브랜딩은 마케팅, 창의성, 사람, 커뮤니케이션 그 중간 어딘가의 업무분야이기 때문이다. 

나의 그릇이 커졌느냐 하면 yes. 지난 1년간의 독일에서의 나의 생활을 과소평가하고싶지 않다. 힘들기도 했고, 뿌듯하기도, 행복하기도, 외롭기도, 슬프기도 했다. 쉽지 않았다. 독일이어서 쉽지 않았고, 나의 제대로된 첫 장기간 해외살이여서 쉽지 않았고, 결국엔 아는 사람 없이 외롭게 혼자 생존하고 적응하는 나와의 싸움이라 쉽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이라는 내 모국에 계속 살았을 나보다는 어떤 면에선 더 대담해지는 법을 배우고, 세상은 생각보다 넓다는 걸 몸소 느꼈기에 그런 면에선 성장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독일에 와서 살아보니 한국에서 살던 나보다 여기서의 내가 행복하냐는 답에는 no. 아이러니하게도 독일이라는 곳에 발을 밟고 있으면 나를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내 색깔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나의 기대는 환상일 뿐이었다. 한국에서 겪었던 회사생활의 어려움은 독일에서도 존재하고, 나라는 사람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오던 것들은 독일에 왔다는 사실만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한국에서의 나는 나라는 사람을 찾아나서기 위해 내가 하는 선택들마저 사회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지금의 나는 내가 뭘 할 때 행복할까라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 사회의 시선에서 벗어나 나 자신을 더 깊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점에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나의 여정은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해 온 것 같다. 


하나 정말 성장을 거의 안한 게 있다면 바로 독일어이다. 독일어 공부는 늘 영어로도 충분한 일과 공부에 밀려 후순위였다. 그렇다고 스스로에게 압박과 스트레스를 주면서 독일어를 공부하고싶진 않다. 천천히 내 속도에 맞춰 해나가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1년 후 나의 모습이 궁금하다. 

얼마나 많이 성장해있을까. 1년 후의 나는 지금의 나보다 더 성장해있겠지! 

1년 후의 내가 지금의 나보다 조금은 더 행복하다면, 뭐가 됐든 그걸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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