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동화
이건 맹구 버전이 아니에요.
다섯 살 '보름'이와 두 살 더 먹은 보름이 오빠 '아토'가 함께 합창해요.
"우와! 달이 나를 따라와요."
보름이와 루키는 '감자'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아빠와 '두부'라는 이름을 가진 엄마 사이에 태어난 남매예요.
감자 아빠는 덩치는 그리 크지 않지만 단단하고 날쌘 것이 감자가 아니라 돌멩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는 갈색 푸들이에요.
두부 엄마는 이름처럼 새하얀 털을 한껏 폼내는 비숑이에요.
보름이는 보름달이 휘영청 높이 뜬 추석날에 태어나서 보름이가 되었고요.
아토는 아기를 기다리던 엄마 아빠에게 온 선물이라 아토가 되었어요.
아토가 선물이라는 건 이제 모르는 사람은 없지요?
보름이네 가족보다 더 숫자가 많은 하나네 집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지요.
하나, 두찌, 세찌.
누나인 하나와 쌍둥이인 두찌와 세찌가 사는 집은 매일 우당탕탕 소란스러워요.
게다가 보름이와 루키가 또 여간한 장난꾸러기가 아니거든요.
아이 다섯이 뒤엉켜 뒹구는 우리 집은 아마 세상에서 제일 시끄럽지만 제일 즐거운 놀이동산이에요.
하나의 엄마 아빠는 아이 셋과 보름이네 가족 4명을 먹이고 씻기고 놀아 주고 재우느라 하루 해가 짧아요.
천방지축 말썽꾸러기 5인방의 사고 치는 소리와 깔깔깔 웃음소리로 가득 찼던 우리 집이 어느 순간부터 스산한 가을바람 소리만 쉭쉭 지나가요.
아토의 엄마인 두부는 암에 걸렸어요.
매일매일 아팠지만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보며 그래도 행복했어요.
하지만 병이 깊어져서 보름이의 엄마인 두부가 무지개다리를 건넜어요.
두부의 짝꿍인 감자도 시름시름 앓으며 영 기운을 못 차리고 있어요.
아무리 철없는 아이들이라도 슬픔은 알거든요.
분위기 파악은 할 줄 알아요.
앙앙앙.
하나와 두찌, 세찌는 울기만 했어요.
힝.
보름이와 루키도 풀이 잔뜩 죽었어요.
덩달아 뒤꿈치를 들고 다닐 정도예요.
평소 같았으면 발이 바닥에 닿을 틈이 없을 정도로 쌩쌩 날아다녔지만요.
오늘은 추석이에요.
온 집안에 꼬순 냄새가 폴폴 나고 우리는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부스러기를 얻어먹어 배가 보름달이 되었어요.
밤이 되자 하늘에 내가 좋아하는 장난감, 원반같이 둥근달이 온 세상을 환하게 비춰 주네요.
보람이와 아토는 엄마가 더욱더 그리워졌어요.
감자 아빠도 기운을 차리고 하늘을 올려다봐요.
"엄마, 보고 싶어요."
훌쩍이는 보름이를 꼬옥 안아 주며 감자 아빠가 말했어요.
"보름아, 오늘이 보름이라 보름달이 떴지? 저 보름달은 바로 엄마달이란다."
"정말? 그럼 엄마도 우리를 보고 있는 거야?"
아토의 말에 보름이는 신나서 마당을 가로질러 뛰었어요.
"어~달이 따라와요. 엄마가 나를 따라와요."
달밤에 체조하는 것은 봤지만 달밤에 강아지 3마리가 달을 보며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것은 처음 보셨다고요? 보름달이 된 엄마가 따라오게 하기 위한 몸부림이에요.
엄마가 보름달이 되어 마음의 불에 스위치를 켜 준 추석날 밤의 아름다운 이야기예요.
올 추석 보름달은 숲 속에 떨어진 바늘도 찾을 것 같은 이유를 우리는 잘 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