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발견하고, 일을 그만두고, 그 이후 수술하기까지
그 몇 개월 동안 나는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칠 수밖에 없었다.
암에 대한 무서움, 미래에 대한 걱정, 사람에 대한 실망
힘든 일은 몰아서 온다고 하던데 진짜 그런 건지
내 운명이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시기에 나는 정말로 많이 힘들었다.
꿈을 꾸고, 살아가는 의미를 찾고, 삶의 재미를 느끼고
겨우 그렇게 사람답게 살아가다 모든 게 멈췄을 때
내가 다시 나아갈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
왜 하필 나여야 했을까?라는 원망
앞으로 얼마나 더 힘들어야 하는 건지
나는 행복해질 순 없는 건지
행복은 자신이 만든다고 하던데
대체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봐도 답을 내릴 수 없어
그냥 바쁘게 지내는 걸 택했던 지난날
너무 힘들고 지쳐도 누군가에게 의지 할 수 없어
혼자서 그 시간들을 버텨냈어야 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가족이 버팀 몫이 되어 줬을지도 모르지만
나에겐 멀쩡한 가족이라곤 없었다.
암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자신의 일이 더 중요하다고
갑상선암이 무슨 암이냐고 알아서 하라고 하셨고,
아버지를 통해 소식을 들으셨을 어머니는 나에게 연락 한통 없었다.
차라리 나에겐 연락 없는 어머니가 오히려 났다고 생각했다.
기대도 없고 실망도 없으니 그러려니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근데 부모라는 사람이 자식이 병에 걸렸는데 걱정은 뒤로하고
자식의 아픔을 아무렇지 않은 일인 것 마냥 대하는 건
더 이상 부모님에게 마음 쓰여하지 않겠다 다짐했어도
너무나 마음 아픈 일인 것은 분명했다.
적어도 아버지는 나에게 그런 말을 했으면 안 됐다.
더 이상 상처받지 말아야지
더 이상 신경 쓰지 말아야지
수 없이 다짐하고 또 다짐했는데
나는 또다시 상처받고 말았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모두 내 오만이었을까?
정말로 한동안 괜찮았었는데
대체 나는 뭘 또 기대해서 상처받고 말았을까?
이제는 정말 그만하고 싶다.
더 이상 기대하는 일도 상처받는 일도..
( 이 이야기도 추후에 서술하겠지만,
저는 암 진단 전 어머니와 연을 끊었고,
신기하게도 아버지와 어머니는 연락을 이어가고 있습니다.)